누구에게나 초보 시절이 있다

어설퍼도 일단 시작하는게 중요해 『별거 없어!』

by 원더풀

마인드 교육 콘텐츠 개발자로 일한 지 4년 차에 접어들었을 즈음, 나는 어느덧 안정적인 궤도를 그리며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고객사의 니즈에 맞춰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교안을 구성하고, 워크숍을 진행하는 퍼실리테이터와 합을 맞추며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는 시기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새로운 프로젝트가 주어졌다. 당시 카카오에서는 ‘카카오 스토리펀딩’이라는 콘텐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보통 크라우드 펀딩이 도서, 영화, 제품 등의 유형 콘텐츠물을 중심으로 제작을 지원했다면, 카카오 스토리펀딩은 교육, 코칭, 서비스와 같은 무형 콘텐츠까지 확장해서 창작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고 있었다.


카카오 스토리펀딩 담당자는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는데도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콘텐츠를 발굴하던 중 우리 회사에서 다루는 ‘행복’, ‘자아탐구’, ‘회복탄력성’과 같은 마인드 테마에 관심이 많았다. 회사에서도 B2C 시장으로 진출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에 카카오 스토리펀딩에 참여하기로 했고, 이 프로젝트의 PM이자 콘텐츠 개발 담당을 내가 맡게 되었다.


나는 기존 4~8시간 워크숍 형태로 구성된 콘텐츠를 한 달간 매일 할 수 있는 짧은 미션 형태로 새롭게 개발하고,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직관적인 메시지로 재구성해야 했다. 주변에 경험이 있는 동료도 없어 누구한테 자문을 구하거나 물어볼 수도 없었고, 펀딩 기간 동안 내가 작성한 포스팅이 ‘다음(Daum)’ 포털에 얼마나 노출되고 조회수를 얻느냐에 따라 펀딩 금액도 달라지는 구조였기에 마케팅 역량까지 필요한 일이었다.


낯설고 생소한 과업을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내가 이 프로젝트에서 과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한 자기 의심이 자꾸 생겼다. 포스팅용 글을 써야 하는데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서 깜빡이는 커서만 멍하니 쳐다볼 때도 있었고, 미션 메시지에 대한 내부 피드백을 받고도 보완 방향을 잡지 못해 한숨만 푹푹 내쉬는 날도 많았다.


일을 하면서 가장 창의적이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하는 것은 ‘데드라인’이라고 했던가. 크라우드 펀딩의 최종 마감일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나는 ‘마음여행, 자아발견 글쓰기’라는 콘셉트로 나다움을 찾기 위한 글쓰기 질문 미션을 개발하고, 미션 인증 프로세스와 보상 체계, 홍보를 위한 상세 페이지와 포스팅 시리즈를 완성해 냈다.


긍정 자아탐구라는 테마를 일반인에게 맞춤화하기 위해 학생과 직장인을 인터뷰하고, 글쓰기 커뮤니티, 관련 책, 자료들을 파헤치며, 최대한 실용적이고 재미있는 미션을 설계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설프고 허접했던 초기 콘텐츠의 틀을 단단하게 세우고 프로그램의 구성이 어렴풋하게 보이면서 ‘어, 이거 잘해볼 수도 있겠는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첫 포스팅이 다음 포털에 게시된 월요일. 조회수는 6만 뷰를 기록했고, 87명의 참가자가 크라우드 펀딩에 비용을 지불하고 참가자로 등록했다.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누구에게나 초보 시절이 있다 『별거 없어!』


이 책은 처음으로 집을 짓는 아기 거미의 도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전혀 감도 못 잡겠고, 나무 아래를 내려다보기만 해도 다리가 바들바들 떨리는 겁 많은 아기 거미.


주변에서 멋지게 거미집을 짓고 있는 다른 거미들에게 어떻게 하면 집을 잘 지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데, 다들 “별거 없어!”라고 말한다. 그리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라, 끈끈이에 발이 엉겨 붙지 않게 조심해라, 그냥 몸을 던져라라며 자신만의 경험담과 노하우를 전해준다.



아기 거미는 친구들이 쉽게 던지는 조언이 무슨 말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머릿속은 점점 더 복잡해져 간다. 친구들이 완벽하게 지어 놓은 거미집을 보니 자신감은 더 떨어지고, 겨우 꽁무니에서 실 한 줄을 뽑아내면서 아기 거미는 삐뚤빼뚤하게 자신만의 첫 집을 완성하게 된다. 그리고 저 멀리서 먹잇감 파리가 윙~하고 날아오게 되는데, 과연 아기 거미집에 저 파리가 잡힐 수 있을까? 두근두근, 결말이 궁금해진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설레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겁나고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초보 운전을 할 때, 첫 발표를 할 때, 첫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때, 새로운 과업이 주어졌을 때 등..


해본 적도 없는 일인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혹시 실패하면 어쩌지, 다른 사람들보다 못할까 봐 스스로 비교되고, 걱정되고, 두렵고, 실수 투성이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기 거미처럼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높은 곳으로 올라가 실 한 줄을 뽑아내고, 엉성하고 어설프지만 첫 집을 완성하면서 자신만의 방식과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아~ 이거구나’ 하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채워지게 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아기 거미가 힘내서 자기 집을 조금씩 만들어가기를, 제발 파리 한 마리가 아기 거미집에 잡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리고, 과거 초보시절의 내가 한 계단씩 오르며 작은 성공경험을 쌓았던 것처럼, 또다시 도전을 망설이는 지금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별거 없어~ 그냥 한번 시작해 봐~”라고.




1cm 마음 성장 | '할 수 있을까?'를 '할 수 있어!'로


사회심리학자 알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특정 영역에서 ‘내가 이 일을 해낼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자기 효능감이라고 하며, 우리가 목표를 이루거나 문제를 해결할 때 중요한 심리 자원으로 설명한다.


자기 효능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첫 번째, 성공경험이 필요하다. 작지만 비슷한 일을 성공적으로 해본 경험이 많을수록, 새로운 도전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다. 두 번째, 대리 경험이다. 주변에 다른 사람이 어떤 일을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어? 저 사람은 저렇게 문제를 해결했네? 나도 해볼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 사회적 지지이다. 주변 사람들이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어”라고 응원해 주면 그 말을 믿고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첫 번째 펀딩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오픈하고 나는 작은 성공경험을 쌓게 된 셈이었다. 그래서 여기서 멈추지 않고, 마인드 테마와 대상을 확대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가하기로 했다. 또 다른 도전이었다. 일반 소비자의 심리를 이해하고, 마케팅 역량을 키우고, 참가자들의 한 달 미션 수행률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설문조사, 참가자 인터뷰, 데이터 수집, 내부 피드백을 통해 프로젝트가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이 스스로 뿌듯하고 만족스러웠다.


매일 카카오톡으로 발송하는 미션 카드가 밋밋해 보여 유명한 웹툰 작가에게 이미지 작업을 요청했으나 제대로 된 회신을 받지 못해 실망이 컸지만, ‘그냥 내가 그리지 뭐-’하며 색지에 네임펜으로 그림을 그려, 그림판으로 한 땀 한 땀 보정을 해서 미션 카드 이미지를 제작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한다는 불굴의 의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처음엔 ‘내가 과연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자기 의심이 가득했지만, 작은 성공경험이 쌓이면서 효능감이 채워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회사 동료와 카카오 스토리펀딩 담당자도 진심 어린 격려와 지원을 보태주었고, 실제 참가자들이 정성스레 작성해 준 후기도 자신감을 키우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어찌 보면 당시의 나는 어설프게 첫 집을 짓는 아기 거미와 같았다. 확실한 것은 서툴더라도 시도하고 실패해 보면서 나만의 노하우와 경험이 쌓였다는 것이다. 앞으로 나에겐 처음 하는 도전의 상황에 계속해서 오게 될 것이다. 그럴 땐 아기 거미가 힘을 낸 것처럼, 나 또한 “별 거 없어~”라고 자신 있게 말하며 시작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