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로 넓어지는 나의 세계

자유롭고, 용감하게, 현명하게 『핑!』

by 원더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브런치스토리와 함께 걸어온 작가들, 그리고 어디선가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있을 예비 작가들을 응원하며, ‘작가의 여정’을 조명하는 브런치 팝업 전시에 다녀왔다.


올해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통해 출간의 꿈을 현실로 이뤄낸 10인의 신생 작가들, 브런치에서 팬덤을 형성하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5인의 베테랑 작가들이 어떻게 이 길을 걸어왔는지를 알아가는 시간. 작가들이 과거에 남긴 메모, 스쳐 지나가는 영감을 재구성하는 마인드맵, 글을 쓸 때 도움이 된 질문, 음악, 애장품들을 전시하고, 작가 지망생들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응원과 조언을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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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는 생각의 흐름에 따라 날 것 그대로 적으세요’
‘중요한 것은 완벽보다 완성!’
‘아름다운 문장을 계속 수집하세요. 내가 이 글에 위로받았듯이 누군가도 위로받을 거예요’


15명의 작가들이 이 공간에 함께 있는 것도 아니고, 목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지만, 그들의 생각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텍스트가 이곳을 방문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벽에 적힌 그들의 문장을 누군가는 사진으로 담고, 누군가는 필사를 하고, 누군가는 한참을 바라보았다.


신생 작가들이 보석처럼 탄생시킨 책의 테마도 꽤 흥미로웠다. 채용면접관이 되어 면접장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면접자-면접관의 심리전을 담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 충남 홍천에서 아마추어 여자 축구팀 선수로 운동장을 내달리며 겪은 산전수전 축구 이야기 <시골, 여자, 축구>까지. 내 주변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누군가의 삶과 성장을 이렇게 접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언젠가 나도 이런 ‘작가의 벽’에 소개되는 날이 올까? 이제 막 브런치 작가를 시작했고, 10개의 초고를 쓰면서도 이 글이 제대로 된 글이긴 한 건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어떤 성과도 없이 흐지부지 되는 건 아닐지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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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서 저를 가로막고 있던 건 두려움이었어요. ‘내가 뭐라고’라는 생각을 버리는 게 곧 용기더라고요. 허들을 한번, 두 번 넘기 시작하면 도전하는 관성이 생깁니다”


평소 좋아하는 정혜윤 작가의 메시지가 내 앞에 서있었다. 까만색으로 가지런히 쓰인 문장을 꼭꼭 씹어보았다. 그들도 처음 글을 쓸 때 막연함과 두려움이 존재했다는 것. 실패와 좌절의 순간은 작가에게 필연적으로 올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쓰고 쓰다 보면 내가 원하는 곳으로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을 마음 한편에 소중하게 간직했다.


도파민이 터지는 쇼츠 영상에 자석처럼 끌리고, 책을 읽는 사람들은 자꾸 줄어들지만 ‘좋은 글이 가지는 힘’은 강력하다고 믿는다. 나의 경험과 세계를 확장하고, 공유를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은 열망으로 글을 쓴다. 어느 평범한 직장인, 워킹맘, 엄마의 삶에서 나만의 고유한 시선으로 담은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생각의 방향을 전환하고, 작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기를 바라며.




자유롭고, 용감하게, 현명하게 『핑!』


여기 ‘핑퐁 게임’을 하는 두 아이가 있다. 빨강이가 ‘핑’을 하면, 초록이는 ‘퐁’을 한다. 작은 공이 왔다 갔다 하며 핑퐁-핑퐁 게임이 즐겁게 이어지면 좋겠지만, 내가 던지는 ‘핑’에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칠지는 알 수가 없다. ‘핑’이 환한 웃음이어도, ‘퐁’은 미소를 보낼 수도, 언짢을 수도, 무반응일 수도 있다.


‘모든 게 상상한 대로라면 좋겠지만, 기대했던 것과 다르더라도 실망하거나 움츠러들 필요는 없어요. ‘퐁’은 친구의 몫이니까요.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는 우리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많은 ‘핑’을 던진다. 그건 한 사람과의 긴밀한 관계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나의 도전이자 꿈일 수도 있다. 멕시코 그림책 작가 아니 카스티요는 사람 사이의 관계도, 노력한 일의 대가도 내 마음대로 될 수 없는 게 인생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자유롭고, 용감하게, 현명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다양한 관계를 맺어나갈 것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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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SNS를 꾸리는 일을 하다 보면 사람들의 반응은 과연 어떨지 궁금하고, 누군가의 따뜻한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어 진다. 나는 좋은 글이라고 생각했지만 좋아요나 댓글이 없으면 괜히 위축되기도 하고, 이 길을 계속 가는 게 맞나 스스로 의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글쓰기’라는 핑퐁 게임을 오랫동안 즐기려면 사람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고, 내가 보내는 공에, 나 자신에게 먼저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작가의 말처럼 ‘핑’은 자유롭고, 흥미로운 거니까.


그러니 끊임없이 용감하게 도전하고, 두렵더라도 희망을 가지고 침착하게 핑을 보내면 된다. 그렇게 온 마음으로 ‘핑’을 세상에 던졌다면, 세상은 나에게 어떤 것이든 의미를 담아 나에게 퐁을 던질 것이다. 배우고 성장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힘이 그 ‘퐁’ 안에 분명히 담겨있을 테니, 걱정은 그만!




1cm 마음 성장 | 사람들의 소중한 '퐁!'이 주는 힘


글쓰기는 마치 마라톤 경주와 같다. 혼자 달리다 보면 단어와 문장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는 외롭고 지루한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아, 그냥 여기까지만 할까’ 싶을 때쯤,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는 동료들로부터 다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한다.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글쓰기 동료가 있는 환경 안으로 들어가기로 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자기다움’을 지향하는 <북스톤>이라는 출판사 직원들, 35명가량의 글쓰기 동료들과 3개월간 ‘별게 다 글쓰기’라는 테마로 글쓰기 리추얼을 시작했다. 각자 글을 쓰고 싶은 이유도, 글을 쓰는 스타일도 달랐지만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로 모인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온라인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인사를 나누고, 한 달에 한번 회고 미팅을 하며 글쓰기를 하며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을 공유했다. 글쓰기의 주제나 업로드 주기는 자유로웠고, 업로드한 글에 정성스러운 댓글로 따뜻한 지지와 응원을 남겨주었다.


‘낯선 사람 효과(stranger effect)’라는 게 있다. 이름도 잘 모르는 낯선 이와 소통할 때, 가족이나 친구 같은 가까운 사람과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솔직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상대방의 이름, 나이, 직업, 사는 곳은 중요치 않다. 그저 있는 그대로 나라는 사람, 나의 경험, 나의 성찰들을 글로 끄집어내면, 다시 누군가의 생각과 감정들이 덧붙여지며 깊이 공감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매우 주관적인 나의 글에 누군가 정성을 다해 읽어주고, 그 글에 대한 비판이나 평가 없이 응원을 해준다는 사실은 굉장히 감사한 일이다. 그들은 나의 소중한 첫 독자이자, 메이트이자, 치어리더이다. 그리고 나 또한 그들의 소중한 글쓰기 동료가 되길 원한다. 미약하고 자유분방한 생각의 모습에 그들의 인생이 담겨있다, 옳고 그름이 없다. 그냥 글을 내뱉거나, 가지런히 펼쳐낸다. 이곳의 시간, 지금의 나를 기록으로 남겨두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다.


오늘도 나는 세상을 향해 ‘핑!’을 던진다. 그리고 나의 동료들이 따뜻한 ‘퐁’으로 답해준다. 나는 그들의 ‘퐁’을 마음에 잘 간직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달린다. 자유롭게, 희망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