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들로 태워나 줘서 고마워

행복한 일상을 기억하며 『당연한 것들』

by 원더풀

오늘은 6살 된 둘째 아이의 생일이다. 아이는 며칠 전부터 자기가 주인공이 되는 이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어린이집에 가져갈 파티용 케이크와 친구들에게 나눠줄 선물 꾸러미를 보며, 아이는 아침부터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엄마, 이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있잖아~ 사랑해!” 유난히 애교가 많은 둘째 아들은 하루에도 10번씩 나에게 고백을 한다. 밥을 먹다가도, 어린이집을 가는 길에도, TV를 보다가도 내 귀에 캔디처럼 속삭인다. 누군가 그랬다. 둘째는 사랑이라고.


생일 저녁은 친정 엄마와 아빠를 집으로 초대해서 먹기로 했다. 맞벌이를 하느라 아이들은 할머니 손에 자랐다. 아이들의 먹기, 씻기, 잠자기, 놀기, 병원 가기, 어린이집 소풍, 한글 공부 등 아이들의 돌봄을 할머니가 모두 대신해 주었다.


부모님께 손주들을 키워주신 것에 대한 보답을 제대로 하고 싶었다. 기념일은 대놓고 감사함을 표현하기 좋은 날이니까. 그동안 늘 외식을 하거나 친정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다가, 이번엔 내가 직접 생일상을 차려드리기로 했다.


‘가자미 미역국, 음~ 간 딱 맞아! 버섯 소불고기, 맛있는데?. 애호박 전, 이건 껌이지! 오이 무침, 앗- 이건 망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필살기 메뉴를 하나씩 채웠다.


친정 엄마, 아빠, 남편, 아이들, 삼촌까지 생일상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밥을 먹었다. 지방에 계시는 시부모님께서도 손주의 생일을 어떻게 기억하셨는지 전화를 주시고, 남동생도 멀리서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모두들 고마운 나의 가족들이다.


6년 전 오늘, 기나긴 새벽 진통의 시간을 거쳐 아침 해와 함께 태어난 둘째 아이를 축하해 주기 위해 손 편지를 써주었다.


“사랑하는 지훈아, 엄마 뱃속에서 동동거리며 놀던 때, 꼬물꼬물 움직이던 아기 때 모습이 생생해. 이렇게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줘서 정말 고마워. 널 언제나 사랑해” -엄마가


“아빠는 일어날 때부터 잠잘 때까지 아빠를 웃게 해주는 지훈이가 있어서 정말 행복해. 엄마 아빠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아빠가


“생일이라고 해서 편지를 썼지. 생일 축하한다! 참고로 어릴 땐 귀여웠는데, 지금은 얄밉다. 내 말 좀 들어!!!
※추신. 안방을 살펴봐라. 선물이 있다. 노크 세 번 하고 ‘난 주인공이다!라고 말하면 문이 열린다.” -형아가




행복한 일상을 기억하며 『당연한 것들』


‘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
거리를 걷고 친구를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 주던 것.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이적의 ‘당연한 것들’ 중에서>


가수 이적의 노래 가사를 바탕으로 세 명의 그림 작가가 일상의 소중함을 표현한 그림책 『당연한 것들』. 코로나 팬데믹으로 소소한 시간, 관계, 여행 등이 차단되던 시기에 당연했던 행복을 다시 누릴 수 있길 바라며 만들어진 책이다.


첫 페이지를 넘기면, 우체통에 도착한 편지를 통해 평범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언제인지 알 수 없는 겨울이 끝나갈 무렵, 가족들은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여하고, 봄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벚꽃이 활짝 핀 거리에서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며 산책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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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하루를 달래줄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고, 기분 전환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은 우리에게 늘 당연했고, 언제든지 마음껏 쓸 수 있는 삶이었다. 책에서는 우리가 만끽했던 삶의 즐거움과 행복의 순간들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 첫째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을 했는데, 친구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1년을 보내기도 했다. 통제된 세상에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마스크 없이 편하게 숨 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렇게나 갈구했던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이 다시 무뎌지고 당연해졌다.


다시 한번, 나에게 있어 당연한 것들을 하나씩 헤아려 본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 사람들. 자연이 주는 계절의 행복. 제철 음식을 먹었을 때의 만족감. 주고받는 농담에서 깔깔거리는 웃음들. 지금 함께할 수 있어, 사랑할 수 있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일인지.




1cm 마음 성장 | 감사하기 루틴 만들기


매주 일요일 저녁이 되면 가족들과 함께 하는 루틴이 하나 있다. 바로 ‘감사 포스트잇’ 쓰기. 일주일을 돌아보며 좋았던 일, 고마웠던 일, 즐거웠던 일을 포스트잇에 하나씩 적어서 보드판에 붙여놓는다.

- 친구가 떡볶이 사줌
- 태권도에서 피구 1등

- 버스에서 자리 양보해 주심

- 토요일 엄마의 자유시간
- 할머니랑 호수공원 감

- 네잎클로버 또 찾음
- 병원에서 간호사선생님이 엄청 친절했음
- 맛있는 딸기 케이크 (엄마 또 사줘)


처음엔 잘 생각이 안나는 것 같다가도, 약간 배틀하듯이 주거니 받거니 쓰다 보면, 포스트잇이 수북이 쌓인다. “아! 생각났어! 엄마가 이거 먼저 써야지~” 하고 아이의 경쟁 심리를 약간만 자극해 줘도, 첫째 아이는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연달아 3개씩 쓰기도 한다. 포스트잇에 담긴 순간을 다시 떠올리며 아이들과 키득 거리는데, 갑자기 첫째 아이가 말한다. “엄마, 우리 집엔 웃음이 많은 것 같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순간, 고마운 사람들, 감사할 거리들은 셀 수 없이 많아진다. 긍정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감사’는 익숙해져서 너무나 당연하고 더 이상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오늘 하루 좋았던 일 3가지’만 꾸준히 작성해도 행복감은 높아지고 우울감은 낮아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감사하기의 방법은 다양하게 시도해 볼 수 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감사일기를 쓸 수도 있고, 퇴근길 SNS에 오늘 좋았던 일을 사진 한 장으로 기록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문자를 보내거나, 선물을 해주거나, 밥을 함께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누군가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준 일, 동료가 사준 커피 한잔, 엄마가 차려준 저녁 한 끼 등 작은 것에서부터 고마운 것들을 찾는 연습을 해본다면, 우리는 지금-여기 삶의 순간들을 만끽하고, 만족하며, 더 나은 내일에 대한 기대로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