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달라지는 엄마의 말 한마디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난 너『시작해 봐! 너답게』

by 원더풀

첫째 아이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가방을 열어 무언가를 빠르게 꺼낸다. 오늘 미술 시간에 그린 초상화이다. “어때~?” 하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난 아이가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다. 하던 설거지를 멈추고 아이의 작품을 찬찬히 살펴보며 폭풍 칭찬을 시작한다.


“와~ 지호야. 진짜 잘 그렸다~ 여기 색깔 표현도 멋있고. 창의력 장난 아닌데?” 나름 정성을 다해 리액션을 했는데, 아이가 다시 묻는다. “그렇지! 또 뭐 잘한 건 없어?”


앗, 이걸로는 부족하구나. “음~ 여기 색종이를 말아서 붙인 게 어려웠을 것 같은데, 꼼꼼하게 잘 붙였네!” 한 단계 더 들어간 구체적인 칭찬을 해주니, 아이가 비로소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여기서 멈출 순 없지. 아이의 그림이 잘 보이도록 현관문 입구에 잘 붙여놓는다. 엄마가 자신의 결과물과 노력을 인정해 주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며칠 후, 학교 수업에서 자신의 강점에 대해 생각해 보고, 강점 3가지를 적은 컵 받침대를 가져왔다. 하얀 눈꽃 모양의 컵 받침대에는 ‘창의력, 호기심, 학구열’이라는 3가지 단어가 또박또박 적혀있었다.


평소에 아이에게 “지호야, 넌 진짜 창의력 대장이다”, “질문하는 건 좋은 거야. 네가 호기심이 많아서 그래”, “오~ 국어사전에서 단어 뜻 찾아봤어? 학구열이 대단하구먼!” 이렇게 콕콕 짚어서 칭찬을 해줬더니, 아이가 그걸 기억하고 자신의 강점으로 인지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래서 엄마의 말 한마디가 정말 중요하구나. 엄마의 말에 아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긍정적인 정체성을 한 겹 한 겹 쌓아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사실, 이렇게 아이에게 질 좋은 칭찬을 하기가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정신없이 요리를 하고 있거나, 못다 한 회사 일을 하느라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때, 아이가 레고나 클레이 완성품을 들고 올 때면 “어~ 잘했어. 엄마 바쁘니까 저기 가서 놀아” 하고 눈길도 제대로 못주고 아이를 되돌려 보내곤 했다.


그럴 땐 아이는 입이 삐죽 나오고, “힝.. 별로구나” 하며 잔뜩 실망한 채 돌아섰다.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에게 5초도 집중하지 못한 일이 늘 미안했다.


육아 전문가들의 책, 유튜브 영상을 통해 부모로서의 올바른 양육 지침과 가이드를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실제로 삶에서 적용하기는 왜 이렇게 어렵기만 한 건지.


그러던 어느 날, <부모의 어휘력>이라는 책에서 강력한 두 줄의 문장을 만나게 되었다.


‘부모의 수준 높은 어휘력은 작은 아이도 크게 키우지만,
부모의 수준 낮은 어휘력은 큰 아이도 작게 만듭니다’


그냥 ‘잘했어!’, ‘대박!’이 아니라 엄마의 어휘력이 섬세할수록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섬세해지고, 구체적이고 명확한 표현이 담긴 부모의 말 한마디로 아이의 성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아차, 내가 놓친 게 있었구나. 좋은 육아라는 게, 무언가 새로 배우거나, 시간을 따로 낼 일이 아니었다. 그저 평소에 아이와 주고받는 대화에 잘한 행동과 노력을 정확히 짚어주고, 슬며시 강점 단어를 끼워 넣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알아서 유능감을 먹고 자랄 것인데.


그리고 시작했다. 조금 더 의식적으로, 조금 더 사랑을 담아 아이에게 말해주는 것을.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난 너『시작해 봐! 너답게』


그림책 첫 페이지를 펼치면 ‘넌 많은 것을 갖고 태어났단다’라는 문장과 함께 기어 다니는 작은 아기가 보인다. 그리고 아기를 에워싸듯 책의 테두리에는 ‘용감한, 활기찬, 잘 도와주는, 끈기 있는, 다정한, 유쾌한, 소통하는, 긍정적인, 호기심 많은…’ 등의 단어들이 가득 차 있다.


내 아이가 자신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믿고 나답게 이 세상을 살아가길 바라는 모든 부모들의 마음을 담아, 작가 피터 레이놀즈의 진실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가 하나씩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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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호기심도 많지. 보이는 돌멩이는 모두 들어보고 뭐가 있는지 살펴봐. 멈추지 말고 끝까지 파고드는 거야. 너만의 해답을 찾을 때까지.’


‘넌 모험도 즐길 줄 알아. 준비됐다면 둥지 밖으로 힘차게 나가 보는 거야. 새로운 길을 용감하게 탐험해 봐. 그 길이 너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잘 봐야 해.’


아이가 자라면서 마주하게 되는 크고 작은 도전, 끈끈하고 유연하게 만들어갈 관계, 거센 파도와 같은 위기와 실패의 순간들을 자신이 가진 강점과 능력으로 해결해 나가길 바라는 진심 어린 조언이 담겨있다.


책에서 부모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들의 말이 든든하게 아이의 곁을 지켜주고, 아이가 세상 밖으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늘 부모가 아이 옆에 있을 수는 없지만 부모의 마법 같은 한 마디는 아이의 가슴속에 고스란히 새겨진다. 아이는 응원의 힘을 받아 혼자서도 새롭게 도전하고, 끈기 있게 이겨내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배울 것이다. 그리고 자기만의 특별하고 고유한 정체성을 만들어나가게 될 것이라 나는 믿는다.



1cm 마음 성장 | 칭찬에도 기술이 있다


형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게 되어 칭찬이 쏟아지자, 둘째 아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어린이집에서 만든 종이비행기와 한글 연습장을 주섬주섬 챙겨 온다. 엉성하게 구겨진 비행기, 받침이 몇 개 빠진 글씨들. “나도 칭찬~”이라고 말하는 아이의 모습이 꽤나 진지하다. 응. 엄마도 지금 어떻게 말해줄지 진지하게 생각 중이야.


아이를 키우며 확실히 알게 된 것은, 아이들은 단순히 “잘했어”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다. “네가 OO을 했기 때문에~”, “너의 OO점이 좋아서~”라며 요목조목 상세한 칭찬의 이유를 원한다.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를 쓴 자녀교육 전문가 조선미 교수는, 아이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칭찬은 구체적으로 칭찬해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똑똑하다. 멋있다. 잘했다’와 같은 칭찬을 들으면, 아이는 잠시 기분은 좋을 수 있지만 자신이 뭘 잘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좋은 행동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결과보다는 가장 노력을 기울인 것, 과정에서 발휘한 강점을 짚어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이가 방을 치웠으면, “책을 순서대로 잘 꽂았네~”, “이렇게 정리정돈 잘하는 것도 강점이래. 물건을 찾아 쓰기 편해지니까”라고 말하면, 아이는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의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칭찬을 할 때 활용하면 좋은 것이 바로 강점 단어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강점 표현을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강점 단어만 잘 숙지해서 칭찬에 활용해 주어도 큰 도움이 된다.


창의성, 호기심, 개방성, 학구열, 지혜, 사랑, 친절, 사회지능, 용기, 진정성, 끈기, 활력, 용서, 겸손, 신중성, 자기 조절, 공정성, 리더십, 시민정신, 감사, 낙관성, 유머 감각, 심미안, 영성


강점 기반의 칭찬은 개인의 고유한 정체성을 자극함으로써 자존감 강화뿐만 아니라 깊은 동기부여와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여기 긍정심리학에서 대표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VIA 강점 단어를 찬찬히 살펴보고 우리 아이는 어떤 강점이 있는지 체크해 보자.


그리고 이 단어를 꼭 짚어서 칭찬을 해보는 거다. 오늘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