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미운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건강 악화, 경제 불황, 제한된 외출 등등...
그런데 나에게 있어 코로나는 '피부 건강 악화'와 직결되고 있어서 그 점이 가장 슬프고 속상하다.
어느새 부턴가 마스크는 우리 삶에 미세먼지, 황사 등으로 깊숙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미세먼지나 황사가 있을 때 마스크 착용 여부는 개인의 자유다. 호흡기가 안좋아져도 나 혼자만 안좋아지고 마니까, 전염성은 없으니까 쓰든 말든 내 마음이다.
하지만 코로나는 완전 다르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내 건강은 물론 다른 사람의 건강에도 어마어마한 큰 해를 입힌다. 좋으나 싫으나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이 지긋지긋한 마스크...
난 사춘기 시절을 겪는 동안에도 여드름이 거의 나질 않았다. 나봤자 이마에 한 개 정도 났다가 어느새 사라지고 마는, 지금 생각하면 그야말로 축복받은 피부였다.
하지만 서른 중반을 향해가고 있는 지금...
마스크 때문에 인생 최대의 피부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얼굴에 원인불명의 두드러기가 여러개 생겼고, 며칠 뒤에는 얼굴 전체가 붉어지고 뜨거워지고, 붓는 현상까지 발생... 심지어 목과 팔에도 붉은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대인기피증이 왜 생기는지 알정도로 이 상태로 누군가를 만나고 보고 싶지가 않았다. 거울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 당시엔 마스크 때문인 줄 몰랐던 나의 피부 트러블. 무섭고 무거운 마음으로 피부과를 찾았다.
"혹시 최근에 음식 잘못 먹었거나, 환경이 급격히 바뀐 적 있어요?"
"아니요. 음식도 그냥 평소대로 먹었고 새로운 화장품 쓴 적도 없고 환경 바뀐 것도 딱히 없어요."
"음.. 그럼 알레르기성 피부 트러블일 수도 있어요. 우선 4일치 약 처방해 드릴게요."
심지어는 주위 지인이 노니원액이 그렇게 피부에 좋다고 강력 추천을 해서 맛 없는 그 노니 쥬스를 열심히 먹었다. 하지만 피부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되는 것 같았고, 더 심각해 지기 전에 노니 쥬스를 끊었더니 다행히 피부도 점점 가라 앉기 시작했다.
이 때 까지만해도 알레르기 혹은 노니쥬스 부작용 때문에 이렇게 트러블이 생긴 줄 알았다.
하지만 피부 상태가 회복될 때 즈음, 외출하느라 마스크를 몇 시간 착용하고 집에 돌아온 날에는 어김없이 얼굴이 붉어지고 화끈거렸다. 그제서야 내 피부 트러블은 '마스크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코로나 때문에 집콕을 싫어하지만,
피부 때문에 너무나 큰 스트레스를 겪은 난
마스크를 안써도 되는 집콕이 제일 좋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포털사이트에 '마스크 트러블, 마스크 피부 트러블, 마스크 두드러기, 마스크 부작용...' 등 마스크와 피부에 관한 검색어란 검색어는 다 입력해 봤다.
나의 이런 검색 기록이 고스란히 어디론가 새어나간 덕분에 카카오톡 배너 광고에 나에게 딱 필요한 "마스크 트러블 극복 화장품" 광고가 등장했다. 그 때 내 옆에서 그 광고 이미지를 같이 본 우리 남편은 "우와! 저 사진 속 여자 지금 여보 피부 상태랑 똑같아. 신기하다!"라고 해맑아 했다. 이미 저런 류의 화장품들은 진작 다 사놨기 때문에 구매하지 않았다. 나에겐 저런 화장품이 안먹혔다. 마스크도 중국산 때문에 이러나 싶어 국산 마스크만 착용했고, 심지어 마스크 소재 자체가 문제인가 싶어 면마스크도 써 보았다.
이것 저것 다 해본 결과, 오로지 내 피부의 회복을 위한 길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
아... 피부도 끓고 내 마음도 끓는다...
마스크를 쓰지 않기 위해 최대한 외출을 자제했고, 다행히 내 피부는 조금씩 본래의 상태로 돌아왔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외출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두려움이 점점 크게 다가왔다.
어제도 어쩔 수 없이 한 시간 정도 마스크를 내내 쓰고 있었다. '아.. 얼굴에 또 두드러기 나면 어떡하지...' 앞에서 설명하는 분의 대화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마스크가 거슬렸다.
집에 돌아 오자마자 목욕을 하고 얼굴에 로션을 발랐다. 붉어지긴 했지만 다행히 큰 탈은 없었다. 진짜 다행이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중요한 볼 일이 있어 외출을 했고, '나에게 너무나도 두려운' 마스크를 착용했다.
볼 일을 다 보고 집에 돌아올 때 쯤, 볼에서 열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볼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지는 순간, 내 속은 불에 활활 타기 시작했다.
'아닐거야. 그냥 내가 신경써서 뜨겁게 느껴지는걸거야...아닐거야....' 반복. 집에 도착하자 마자 목욕을 하고 급히 수딩젤을 발라보았지만, 그 열기를 잡기엔 이미 늦었나 보다.
"엄마 얼굴 왜 또 빨개졌어??"
바로 알아채는 딸의 눈썰미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사실 눈썰미와 상관없이 누가 봐도 문제 있어 보이는 피부 상태긴 하다ㅠㅠ)
볼은 물론 팔에도 오돌토돌 두드러기가 다시 올라와버렸다. 겪어본 사람만이 이 슬픔을 알겠지.
내일 난 다시 병원을 찾을 예정이다.
예약하기 위해 병원에 전화했더니, 마스크 트러블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단다.
이걸 위로 삼아야 할지 어째야 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 코로나가 가장 미운 이유는 마스크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