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한계였을까.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세상에 없다고 생각했다. “무서웠다. 숨이 막힐까 두려웠다. 심장이 멈출 것 같았다. 물속에 빠진 것 같았다” 정도의 증상들만 나열할 수 있을 뿐.
현실과 철저하게 분리된 느낌. 옆에 사람들이 있지만, 내 손을 잡아주고 있지만,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듯한. 우주 한가운데 동떨어진 것처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겪은 공황상태는... 우주 미아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유별난 사건은 아니었다. 그러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꽤 있었고, 그것을 ‘공황상태’라고 부른다는 것을 훗날 알게 되었다. 그것이 주기적으로 찾아온다면, ‘공황장애’
그것을 만나기까지의 흐름, 그리고 다시는 만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던 과정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1.
공황상태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겪어본 건 스무 살 때.
온 감각이 곤두섰다. 너무도 섬세했다. 조금이라도 심기를 건드리거나 불편한 것은 바로 걸러낼 수 있었다. “네네 감사합니다.” “네네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네네 죄송합니다.”만 내뱉던 나에게, ‘사실은 괜찮지 않았던 것’을 걸러내는 리트머스가 생긴 듯했다.
몇 분째 울음이 멈추질 않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고, “너무 무서워요”만 외치는 나를 둘러싸고 사람들이 보듬어주었다. 그럼에도 나아지지 않자, 순간적으로 휴대폰을 찾았다.
마음을 터놓고 지내던 친한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상하든, 미친 사람 같든, 내가 어떻게 보이든 괜찮은 사람. 가장 편한 사람. 가족은 아니었다. 과하게 걱정할 것이 뻔했다.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안 됐다.
“언니. 제가 선배 일을 도와주다가. 너무 힘들어가지구. 눈물이 안 멈춰요. 지금 막 숨이 잘 안 쉬어지구.”
“00야 혹시 술 취한 거 아니지?”
“네 언니. 저 술 하나도 안 마셨고. 지금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너무 힘들어서. 숨이 잘 안 쉬어지고, 너무 무서워서. 언니 목소리를 좀 들어야 숨이 좀 쉬어질 것 같아요.”
“어어 괜찮아. 무슨 얘기든 해. 괜찮아. 우리 00 많이 힘들었구나.”
“네 언니. 저 이거 너무 힘들었는데, 이거 이제 생각하고 싶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걸 말해볼게요. 언니 잠깐 내 말 좀 들어줄 수 있어요? 그래야 숨이 좀 쉬어질 것 같아요. 저는 언니도 좋고, 미리 언니도 좋고, 우리 야상 패밀리 너무 좋아요. 언니랑 같이 학원 다녔을 때도 너무 좋았고, 수진이랑 언니랑 셋이 카페베네 가서 빙수 먹을 때도 너무 행복했어요. 즉흥으로 만나서 수다 떠는 것도 너무 재밌었어요. 우리 그때 수학선생님 귀여웠던 거도 언니 기억나죠? 아 그리구 언니, 저는 뮤지컬도 너무 좋아해요.”
횡설수설, 같은 말 반복, 맥락 없는 흐름. 누군가는 술에 취했다고 오해했을 법하다.
되게 뜬금없는 기억들, 사소하지만 행복했던 순간들을 대뜸 꺼내 나열했다. 실제로 그것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숨을 쉬게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결정적으로는 그곳을 뛰쳐나왔다. 그곳과 관련된 것들을 모두 버렸다. 내 방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도 너무 두려웠다. 다시는 볼 일 없도록 야외 쓰레기통에 처박고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2.
그곳은 촬영장이었다.
선배 졸업작품의 조연출을 맡아달라는 요청. ‘1학년인 나에게 조연출을 맡기다니!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재밌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