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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번호 따인 썰_이번 장르는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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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ga and story
Aug 30. 2020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않을 때의 자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이라면,
거지꼴로 활보하며 자유를 느끼곤 한다.
그 어떠한 겉치레도, 가면도 다 벗어던졌다는 희열!
1.
때는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며칠째 칩거했다.
동굴 속에 들어가 있었달까.
뭐, 깊은 고뇌에 빠졌던 건 아니고...
누구나 그럴 때 한 번쯤 있잖아요?
며칠 안 씻고,
머리 안 감고,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시간 개념도 사라지고,
드라마나 영화에 푹 빠져서
밤낮이 바뀐...^^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 맞기 딱 좋은...ㅎ
그런 일상을 살던 때랍니다.
미드 <워킹데드>에 한참 빠져있었단 말이죠 ^^
글렌 죽고 나서는 차마 볼 수 없었던 <워킹데드>
가끔 로맨스 장면을 보면 살~짝 설렐 뻔하다가도
아니지 아니지.
설레는 건 얼마나 귀찮은 일이야?
요즘은 거울 볼 일도 없는데,
누군가에게 설레기라도 했다간
무슨 옷 입을지 고민해야지,
살도 빼야 할 것 같지,
연락 타이밍은 언제가 좋을지 걱정하지,
혹시 어장 당하진 않을까 두렵지,
내가 실수한 건 없는지 곱씹어보지,
반응이라도 안 좋으면 전전긍긍하지
어휴...
귀찮다 귀찮아.
지금이 딱 좋아
아~~~ 이 생활 너무 편하다!
설레지 않고,
신경 쓸 거 없고,
시즌제 좀비 드라마를 마음껏 정주행 할 수 있다니!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
2.
아이고 하루 종일 누워서, 같은 자세로
노트북만 들여다봤더니
입이 좀 심심한 것 같은데?
간식까지 주워 먹으면서
미드 보면
금상첨화지!
물론...... 좀비 세계에 몰두해 있기 때문에
잠깐 밖에 나갔다 온다는 건
엄청난 일이다.
흐름이 끊긴단 말이다 흐름이...
(지금 같으면 배민의 B마켓을 애용했겠거만,
그때만 해도 그런 게
없었다ㅜㅜ)
걸어서 3분 거리 편의점.
10분 컷으로 다녀오겠다!
집 앞 편의점 패션이라 함은,
다들 그렇듯이
알져?
흐리멍덩한 눈에 안경,
엄마나 아빠가 걸쳐 입던
후줄근한 옷,
묶은 건지 풀은 건지
모르겠는 부스스스한 머리,
(이 작품의 원작자분 찾습니다. 저작권 어떻게 해야 할지ㅜㅜ현실 고증을 너무 잘하셨는데 말입니다)
나는 심지어 모자도 안 쓰고, step 1과 아주 가까웠다.......ㅎ
(가끔 언니나 동생이 날 발견하면,
"설마 그 꼴로 밖에 나가는 거 아니지?"하며 놀라곤 했던...)
하지만
!
오히려 저 꼴로 돌아다니면
내가 나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ㅎ
사회적
얼굴을
벗어던지기
!
방학 아니면 그런 자유 언제
누리겠나~
3.
편의점 가는 길에
약간의 난관은 하나
있다
바로
엘리베이터의 거울...ㅎ
엘리베이터 타자마자
거울과 눈 안 마주치게
바로
휴대폰을 켜고, 시선 고정!
거울 속 내 모습을 봤다간,
삶의 의욕이
뚝 떨어지고,
드라마 몰입감이
확 깨지고,
급 현타가 오면서
현실로
돌아오게 될지도 모른다...ㅎ
그렇게 후다닥 편의점 가는 길에는
머릿속으로 뭘 먹을지 고민을
한다.
젤리? 오늘은 말랑말랑 아니면 쫄깃쫄깃?
과자? 아니 과자는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 싶어져서 만족감이 덜해
두유? 고소하고 달콤한 두유 너무 젛아
아이스크림? 이건 가서 종류 좀 보고
4.
그렇게 편의점에 도착하면
고르는 건 후루룩~
계산은 더 후루룩~
5.
"봉투 드릴까요?"
"아니요"
봉투 20원은 늘 아깝더라
ㅋ
그렇게 편의점 점원에게 카드를 건네주고
간식을 한 아름 안고 가려는데...
후다닥
가.려.는.데!
.
.
.
"타로 카드 하나 뽑아보실래요?"
넹...?
하... 왜 말을 걸고 그래........
나는 지금 이 사회 사람이 아니야
나는 이곳에 없어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않길 바란다규.......................
계산 끝났으면 그냥 좀 가게 해줘요...............
"아니요"라고 말할까
하다가
내 목소리조차 누군가 들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존재감이 없어야 한다.
혹은,
예기치 못한 우연에
인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싶은
약간의 기대도 있었을까.
하나만 후다닥 뽑고 가버리자.......ㅎ
.
.
.
6
"어? 올해 연애하실 운이네"
하..... 무슨 연애야. 나 연애 귀찮고, 연애 싫어해
^^;
"혹시 지금 연애 중이세요?"
"아니여........ㅋ"
"아 지금 남자친구 없으신 거죠? 그럼......"
그럼...?
"혹시...
.
.
.
저는 어떠세요?
.
.
.
요 며칠 오시는 거 눈여겨봤어요. 두유 자주 사셨잖아요"
(네 제가 좀 두유를 좋아해요)
7
헉 아니 잠깐...
내가 뭐 사는지까지 기억했다고?
요 며칠 눈여겨봤다고?
그 거지꼴을 다 지켜봤단 말이야??
오 마이 갓.
쥐구멍에 숨고 싶다ㅠㅠ
8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00라고 해요"
묻지도 않은 이름을 말하며,
내 경계심을 풀어주는 듯 보였다.
"저 번호 좀 알려주세요"
하며 휴대폰을 나에게 대뜸 내밀었다.
아니.............
설레는 거 귀찮은데.........
갑자기 이렇게 훅 들어오는 건 뭐야.............
근데 말이다
9
찌질하고 지저분한 내 모습이
누군가의 시선에 들어왔다는 자체가
너무 수치스럽고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 그지 같은 모습까지 좋게 봐줬다는 것에
괜한 감동을 받았다.
은근한 호기심도 생겼다.
뭐랄까,
그동안 연애의 시작은 늘...
나는
상대방의
진심 어린 순수한 마음에 동했고,
알고 보니 상대방은
나라는 사람 자체보다는
외적인 것,
그리고 적당한 상황에 이끌린 것이었고,
그것은
연애에서의
충족할 수 없는 공허함과
노잼(no jam)을 만들어내곤 했었다...
(너무 좋아~ 너무 귀엽다~ 너무 예뻐~ 너무 멋있어~ 보고 싶다~ 사랑해~ 오늘 뭐 했어?
그 이상의 대화는 어려웠던...)
이 사람은,
내 외모도 안 본 것 같은데
무엇이
나에 대한 관심을 이끌었을까?
궁금하기 시작했다.
10
집에 가는 길에 카톡이 와있었다.
"방금 편의점에서 만난 00예요. 당황스럽게 해서 미안해요"
그의 카톡 말투도 썩
괜찮았다.
며칠 뒤 어디서 보자는 약속을 잡았다.
11
사실 대학교 3학년 때만 해도
화장하는 법 자체를 잘 몰라서
이때도 선크림과 립 정도만 바르는 편이긴 했지만
적어도
씻고,
머리 감고,
안경 벗고 렌즈 끼고,
사회와 어우러져 사는
'
사람꼴
'
을 갖추고 나갔다.
그 사람을 보고
첫눈에
끌렸다거나
스파크가
튀었다거나
그랬던 건 아니지만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편견 없는,
보이는 것보다 그 이상의 것을 보는
그런 사람이지 않을까...
12
다행히도 나는
낯을 가리는 성격은 아니었다.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하는 걸
즐기는 편이었다.
가장 어색했던 건,
그와 내가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을 때... ㅎ
그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약간의 눈짓과 손짓을 보냈다.
ㅋ
13
초록불로 바뀌었고
드디어 그와 마주했다.
나란히 걸으면서
시작된
약간의 대화
.
그리고
카페에 들어갔다.
14
차를 주문했고,
마주 앉았다.
살짝 어색했다.
눈을 마주친다는 것이...
이 근처 사는지,
뭘 하다 왔는지,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대화를 이어갔다.
"안경 벗으니까 너무 어려 보이는데?"
"아 그런가요?
평소에도 동안이란 소리 자주 듣긴 하는데"
갑작스런 반말...
"너~무 어려 보인다"
뭐 어려 보인다는 평에 대해
딱히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진 모르겠고,
굳이 침묵의 시간을
견디기도 싫었던 차
나도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저 되게 거지꼴이었는데, 왜 눈 여겨 보신 거예요?"
15
"뭔가 아우라가 있었어.
범접할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의 아우라"
아우라...?
문득,
혹시,
도를 아십니까...
뭐 그런 거...?
아차 왜 내가 그걸 생각을 못 했지.
어쩐지, 너무 드라마틱하다 했어
갑자기 타로 뽑아 보라는 것도 이상하고...
분위기, 눈빛, 기운 이런 얘기 나오면
그쪽인데...
16
"그리고 이런 스타일이 꾸미면 예쁘거든.
내가 원석을 알아보는 거지"
.
.
.
??
.
.
.
"내가 여자 많이 만나 봐서 알아.
화려하게 꾸미고 다녀봤자 지우면 다 별로야"
"여자 많이 만나보셨다구요^^;;
'
"연애 많이 했지~ 찐하게 했어.
근데 이쪽은 생각보다 너무 어려 보인다."
.
.
.
?????? 뭐지?
.
.
.
"자세히 보니까 코 되게 높다~ 얼굴은 진짜
작네
근데 난,
지금보다 그때가 더
나앗던 거 같애. 안경 쓰고 대충 입었을 때"
.
.
.
뭐지...........
하나의 상품이 된 것 같은
이 느낌은.....................
.
.
.
뭐지...........
이 불길하고, 위험한 것 같은
이 느낌은......................
17
이 카페는 후불이었다.
내
음료는 내가 계산하고
얼른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저 집에 가야 될 것 같아요"
"왜요 나 별로 맘에 안 드나 봐요?"
"네 저랑 안 맞는 것 같아요. 집에 가야겠습니다."
"어차피 가는 길인데 같이 가요"
하면서 대뜸 내 손을
꽉
잡았다
내 어깨에도 손을 댔다.
소름이
돋았다.
"아 뭐하시는 거예요? 너무 싫어요!"
내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그와의 실랑이가 몇 번 더 이어졌다.
겨우겨우
뿌리쳤고
.
.
.
그
는
방향이 같다는 핑계(?)로
계속 내 근처에 머물렀다
.
겨우겨
우
멀찍이 떨어진 거리를 유지한 채로
다행히도
무탈히
안전하게
집에 도착했다.
18
그러고
몇 번의 카톡이 더 왔다.
"너무 불쾌하네요. 제 연락처 다 지워주세요"
그렇게 끝을 냈다.
19
그가 내 연락처를 지웠을지는 모르겠으나,
찜찜함은 가시지 않았다.
"타로 카드 한 번 뽑아 보실래요?"
"저는 어때요? 저는 00예요"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모습이 순박해 보였고
지저분하고 못난 모습에도 호감을 느끼는,
사람을 외모만으로 좋아하지 않는,
뻔하지 않은 인연의 시작이라 생각했으나
그 누구보다도 외모를 중요하시 하는
뻔한,
찐한 연애
운운하며 대뜸 손부터 잡는
어쩌면 위험한,
흔히들
발견하는
클리셰 같았던 사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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