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하면 근로자 유리하면 사용자
안녕하세요. 변변찮은 최변입니다.
혹시 구독자님이거나 구독자님 회사에 미등기 이사가 있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그 미등기이사는 회사 내에서 법적 지위, 신분이 어떻게 되는지 고민해보신 적 있나요?
만약에 없으시다면 오늘 제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고민이 한가득 될 것입니다.
미등기이사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입니다. 즉, 미등기이사가 "근로자"인지 "사용자"인지가 문제 됩니다. "근로자"로 인정된다면 미등기이사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죠.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니 회사는 미등기이사를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해고할 수 없습니다. 또한, 최저임금도 지급해야 하죠.
반면, "사용자"로 인정된다면, 미등기이사는 회사와의 위임 관계입니다. 그리고 "등기"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주주총회의 해임결의가 필요하지 않죠(미등기이사여도 억지로라도 주주총회를 통해 해임한다면 보다 사용자로 주장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점은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등기이사"의 경우에는 "사용자"로 보는 것이 기본값이고, 반면 "미등기이사"는 "근로자"로 보는 것이 디폴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근로자"가 디폴트인 "미등기이사"가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을까요?
등기이사는 주주총회의 보통결의를 통해 선임됩니다. 그런데 미등기이사는 사실상 대표이사 또는 대주주가 임의로 선임하는 경우가 많죠. 이 경우에는 대표자의 사용, 감독에 따라 오로지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 일을 한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비록 주총결의로 등기를 하지 않더라도, 주주간담회나 이사회 등을 통해서 회사의 주주나 경영진의 동의를 얻는 등 공식적인 형식을 갖추어 미등기이사를 선임한다면 사용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률관계에 대한 양당사자의 의사가 합치된 문서를 처분 문서라고 합니다. 어렵나요? 쉽게 생각하면 싸인이나 도장이 찍혀있는 계약서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법률 영역에서 처분 문서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강행규정 위반이라는 등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법원도 처분 문서대로 판단을 하죠.
미등기임원을 선임할 때, 회사와 미등기임원 간에 임원 위임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합니다. 이것이 비록 미등기 임원일지라도 근로자가 아니라 위임 관계인 사용자라는 점을 분명히 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미등기이사가 실질적으로 사용자처럼 인정될 증거가 많아도, "미등기+근로계약서 작성"이라면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용자는 기본적으로 4대 보험 중 국민연금, 건강 보험을 제외하고 고용보험, 산재보험을 가입하지 않습니다. 대표이사의 경우에는 가입을 원해도 불가능합니다. 다만, 등기이사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4대 보험을 가입하지 않지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가입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등기이사일지라도 사용자가 아닌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물며 미등기이사가 4대 보험이 전부 가입되어 있을 경우에는 "근로자"라는 디폴트 값을 더욱 높이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등기이사를 근로자가 아닌 사용자로 하기 위해서는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가입하지 않아야 합니다.
어떠신가요? 잠 못 이룰 걱정이 생기셨나요? 그 만큼 임원 문제와 근로관계 문제는 회사를 경영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처음에 사이가 좋을 때에는 신중하게 고민하지 않고 덜컥 내린 결정이 나중에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법적 문제는 더욱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