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로 발령 받은 자의 제주살이"

Prologue

by 변변찮은 최변

그러니까 올해 초봄, 제주도로 발령이 났습니다. 많이들 한번쯤 생각해봤을 "제주도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또 많이들 그렇듯이 실제로 실행할 엄두가 안났어요. 특히 생활이 평화로운(?)상태에서는 말이죠. 그래서 '차라리 반강제적으로 제주도에서 일정기간 살게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고 결국 기회가 왔습니다. 저 같은 법무관은 보통 1년 단위로 전국 각지로 파견되는데요(총 3번). 두번째 희망 임지를 작성할 때가 왔습니다(이번엔 예외적으로 1년4개월). 선순위는 다른 지역을 썼고, 후순위로 '선순위가 안된다면 제주나 되라!'라는 심정으로 제주를 썼습니다. 그리고는,,,


축(?) 제주 당첨!

임지 발표 후 4일 뒤에 새 임기가 시작되는 관계로(정말 잔인해....) 발표 날 곧바로 제주로 가서 집을 구하러 다녔습니다(관사도 안줘....정말 잔인해....). 살인적인 제주도 원룸 월세에 까무라치며 방 계약을 하고 며칠 뒤에 차를 배에 실어 입도했습니다(제주도의 미친 집값, 땅값에 대해서는 곧 다룰거에요). 이렇게 발령 받은 자의 제주살이가 엉겁결에 시작됐습니다.




뚜우우우우우우!! 제주항이 보이네요, 사라봉도. 아 제주냄새


'이주민의 제주도 살이'에 대한 글은 많이 있더군요. 그런데 이주민은 대체로 '한달 살이 이주민', '사업하기 위해 내려온 이주민', '완전 정착 이주민' 이었어요. 반면, 저와 같이 자의든 타의든 '업무 때문에 제주도로 발령받아 고정된 기간동안 살아야 하는 거주민(그냥 구별을 위해 '발령 거주민'으로 쓸게요)'은 그 수가 적지 않음에도 제주살이 글쓴이로는 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발령 거주민'도 다 각자 사정이 다르겠지만, 앞서 말한 세가지 '이주민'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발령 거주민'은 자의든 타의든 '강제로' '고정기간' 동안 제주도에서 '규칙적인' 일을 하며 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점이 '발령 거주민'에게 제주도라는 특수성을 굉장히 희석하는 것 같더라구요.


평일에는 육지(제주와서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용어)에 있는 여느 직장인처럼 지옥 출근길부터 초초한 퇴근시간까지 쳇바퀴 같은 주간 생활을 반복합니다. 점심시간에는 당연히 직장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일주일 주기로 반복되는 메뉴를 먹습니다(아! 그래도 전 점심에 제주도 특산인 고기국수를 즐겨먹네요!). 퇴근 후에는 피곤에 절은 몸을 이끌고 집에 기어들어가 드라마를 보거나 야식으로 치킨을 시켜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제주로 발령받은 거주민은 미.비혼은 물론 기혼이어도 혼자 내려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녁에 집에서 밥을 잘 안 챙겨 먹게 되죠.

주말에는 육지에 볼 일이 있어 비행기를 타고 올라갈 일이 잦아요. 제주에 남아 있더라도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이도저도 귀찮아 방에 널부러져 있기가 일쑤입니다(많은 목격담). 이렇게 정신을 놓고 있으면(?) '발령 받은 자의 제주도 살이'는 '육지 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됩니다. 성산에서 일출을 보고 월정에서 커피를 마시며 애월에서 낙조를 만끽하는 것은 휴가철에 지인들이 놀러올 때나 덩달아 하는 것이 되버리죠.


그래서! 기존의 여행자 또는 휴식하는 사람의 시각이 아닌 '제주 발령 거주민'의 시각으로 제주도 생활을 풀어내려고 합니다. 일하다가 왼쪽으로 고개 돌리면 바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한라산이 보이는 꿈 같은 제주에 대해서도 찬양할 것이지만, 외지인임과 동시에 내부인의 다소 까칠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제주에 대해서도 말해보려구요. '주거', '교통', '음식', '서핑', '자연', '사람', '역사', '문화', '로컬리즘' 등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왼쪽으로 고개 돌리면 바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한라산



그럼 이만 뿅!


아 제주살이에 대해 쓰면서 사진 하나 없는 것 같아 흔한 제주 노을 사진, 영상 좀 올릴게요 ㅎㅎ

지는 해와 형제섬 위의 쬐꿈한 달(보이시나요)
금오름


협재에서 바라본 비양도
애월 한담해안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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