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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변찮은 최변 Sep 04. 2019

[폭행의 모든것] 피해자랑 합의해도 처벌받는다구요?

폭행했다고 돈으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죠

안녕하세요. 변변찮은 최변입니다.

오랜만에 돌아왔죠.

최근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느라 경황이 없어 연재가 너무 뜸했습니다.


변호사 사무실을 오픈하니 제가 스타트업 전문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지인들의 일반 민형사 사건에 대한 문의가 자주 옵니다. 그중에서 가장 빈도가 잦은 것은 바로 "합의"입니다.


"합의"는 특히 "폭행"과 관련하여 많이 문제 됩니다. 말만 들어도 숭악한(어머니가 쓰시는 저희 집 사투리) 단어죠? 그런데 이 폭행이라는 것이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합니다. 단순하게 멱살을 잡는 행위부터 패거리가 각목으로 구타하는 것까지 숭악한(?) 정도가 다릅니다.


이거슨 숭악한 폭행

# 합의해주면 처벌 안 받는 죄 : 반의사불벌죄


오늘 주목할 부분은 바로 "폭행한 경우 돈을 주고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을 수 있냐"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경미한 단순 폭행일 경우에만 그렇습니다.


구체적으로 묘사하면 멱살을 잡거나 팔이나 어깨를 붙잡거나 코피가 안 터질 정도로 뺨을 때리거나 서류파일로 머리를 툭툭 치거나 발로 엉덩이를 걷어차거나 하는 정도가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는 단순 폭행에 해당합니다(실제로 접촉하지 않아도 때릴 듯이 주먹을 휘두르는 행위도 폭행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쯤 해서 법조문을 한번 가볍게(?) 봐볼까요?

형법 제260조(폭행)
①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③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위 박스의 "③항"이 바로 "반의사불벌죄"를 설명한 조문입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는다."라는 말은 저 조문에서 비롯되는 것이죠. 경찰이나 검찰에서 수사 받는 동안에 합의를 할 경우에는 재판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동안에도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공소기각이 되어 처벌받지 않습니다.

합의했다잉? 도장 쾅!

# 합의해줘도 처벌받을 수 있는 죄


자 그럼, 이제 "합의"를 해도 재판으로 넘겨져 처벌받을 수 있는 "심한 폭행"을 살펴볼까요?


보통 실무에서 가장 문제 되는 상황은 "폭행"이냐 "상해"이냐입니다. 말 그대로 상해는 폭행으로 신체에 상처나 이상이 생긴 경우를 말합니다. 이것을 대법원은 '신체의 생리적 기능의 훼손'이라고 표현합니다. 알다가도 모를 말이죠? 문제는 그 애매한 경계에 있습니다. 대부분은 법적 분쟁이 그 "애매한" 상황에서 시작합니다. 변호사들은 그 "애매한" 상황을 의뢰인에게 유리한 증거와 해석으로 판사를 설득하는 것이죠.   


예를 들자면 멱살을 잡는 폭행으로 가슴에 아주 작은 멍이 든 정도는 어떨까요? 답은 없지만, 지금까지 판례의 사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수일 안으로 별다른 의학적 치료 없이 자연스럽게 회복될 수 있는 상처는 경미한 상해로서 형법상의 상해에 해당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KBS SPORTS

그러면, 손이나 발로 때린 것이 아니라 물건을 집어 들어서 때릴 경우에는 "합의"로 처벌받지 않는 단순 폭행에 해당할까요?

형법 제261조(특수폭행)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제260조 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집단적 폭행 등)
① 단체나 다중(多衆)의 위력(威力)으로써 또는 단체나 집단을 가장하여 위력을 보임으로써 제2조제1항 각 호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 또는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그 죄를 범한 사람은 제2조 제1항 각 호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


# 특수폭행죄(위험한 물건을 이용해서 폭행)


조문만 보면 숨은 그림 찾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잘 보면 중간에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이 포인트죠(오늘은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 부분은 제외할게요). 특수폭행에 해당하거나 폭처법에 해당하는 폭행을 저질렀을 경우에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즉, 합의해도 재판에 넘겨질 수 있죠.

이것이 다중의 위력

쇠파이프로 때리거나 칼을 휘두르는 것은 누가 봐도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반문할 수 있겠네요. "위험한 물건"은 그 자체로 애매한 표현 아닌가요?


대법원은, '위험한 물건의 판단은 획일적인 아니라 상대적이므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물건을 사용하면 상대방이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


라는 입장입니다(어째 더 어려워지는 느낌). 한마디로 사안에 따라 상식에 비추어 판사가 판단한다라고 편하죠. 예를 들어 당구장에서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당구공으로 머리를 툭툭 친 정도로는 특수폭행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식칼을 들고 찌르려는 상대방을 제압한 뒤 훈계하면서 뺏은 식칼 칼등으로 머리를 가볍게 친정도로는 위험한 물건을 사용한 것이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빼박 특수폭행

정말 말 그대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획일적인 기준을 갖고 일도양단으로 판단한다면 오히려 억울한 사례가 속출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오늘은 어느 정도의 폭행까지 "합의"로 빠져나갈 수 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물론 단순 폭행이 아니어서 기소되더라도 위로금을 전달하여 용서를 받거나 위로금을 공탁하는 경우에는 처벌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형사 공탁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한번 다루어 보겠습니다.


이제 늦지 않게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 최앤리 법률사무소의 최철민 대표변호사가 스타트업 / 중소기업에게 꼭 필요한 법알약을 매주 처방해드립니다. 최앤리 법알약 뉴스레터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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