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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변찮은 최변 Mar 13. 2019

이웃집 개가 우리 아이를 물었어요.

사례에 따른 견주에 대한 법적조치, 형사처벌, 손해배상

안녕하세요. 변변찮은 최변입니다.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에서 이웃집 개에 물리는 일이 뉴스가 아니라 제 지인에게도 일어났습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가족끼리 집에 가고 있었는데 개를 데리고 나온 이웃과 마주쳤습니다. 이웃집 개는 줄에 묶여있긴 했는데 그 줄이 요새 많이 사용하는 늘어나는 줄이었던 거죠. 이 개가 갑자기 친구 어머니를 물었고 개를 떼어놓으려던 친구 와이프도 물렸습니다. 그런데 그 이웃집 주인은 우리 집 애기가 가끔 이런다며 미안하다면서 그냥 가버렸습니다. 친구가 이웃 개 주인의 이러한 뻔뻔한 태도에 분통이 터져 제게 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매년 개에 물린 사고가 2천 건이 넘는다고 하네요. 다른 법적인 문제들이 그렇듯이 개에 물린 사건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집니다. 일단 개에 물렸을 때 문제 되는 법 조항을 먼저 볼게요(어려우면 바로 사례로 스크롤 다운!).


민법 제759조(동물의 점유자의 책임) ①동물의 점유자는 그 동물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동물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그 보관에 상당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형법 제266조 (과실치상) ①과실로 인하여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②제1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위 민법 제759조의 포인트는 "동물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그 보관에 상당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입니다. 즉 개가 어떤 상태에서 물었으냐가 중요합니다. 실제 사례별로 살펴보죠.

@연합뉴스




연장 목줄을 했을 경우에는요?


일단, 개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개가 물어 상해를 입힌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되는 데 문제가 없을 거예요. 첫번째 사진 같은  새끼 강아지면 모를까(민법 제759조 - 동물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그런데  자주 문제 되는 실제 상황은 "연장 목줄"을 한 경우입니다. 연장 목줄은 길게는 무려 5m까지 늘어나는 것도 있더군요. 그런데 견주 입장에서는 나름 목줄도 하는 등 조심을 했으니 책임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개를 키우는 사람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동선을 고려하여 적정한 길이의 목줄로 개를 묶어 놓거나 우리에 가두는 등의 방법으로 개가 사람을 무는 등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라는 취지로 연장 목줄을 할 경우에도 견주에게 민형사 책임을 인정한 경우가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인도를 걷거나 공원을 걸을 때 입마개를 하지 않은 채 3m~5m로 늘어나는 목줄만 되어 있다면 사실상 풀어놓는 것과 동일하지 않을까요?

@캐나다 한국일보 박정민 (edit5@koreatimes.net)


개가 물지는 않았지만 놀라 넘어져서 다쳤을 경우에는요?


사실 달려드는 모든 개가 실제로 마구 물어뜯지는 않죠. 맹렬히 달려와서 마구 짖어대면서 으르렁거리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요. 저도 어릴 적 골목길에서 이런 위협(?)을 수도 없이 당해봤습니다. 이 경우에 달려드는 개에 놀라 넘어져서 다친 경우에도 견주에게 법적 책임이 있을까요?


실제 사례가 있었습니다. 서울 서초구 어느 공원에서 견주가 목줄을 채우지 않은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가 산책 중이던 피해자에게 달려들었는데 피해자가 놀라서 뒷걸음칠 치다가 넘어져 크게 다쳤습니다. 이러한 사례에서 법원은 피해자의 상해 정도에 따라 과실치상으로 벌금 200~350만 원 정도 판결을 내린 경우가 있습니다.

@장련성 객원기자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25/2017102500127.html


일반 목줄을 했지만 입마개를 하지 않은 맹견이 달려든 경우는요?


최근에는 뉴스에도 개에 물린 사건사고들이 워낙 발생해서 목줄은 많이 하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입마개까지 하는 경우는 사실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앞서 설명한 법 조항처럼 "동물의 종류"에 따라서도 견주의 주의의무가 달라집니다. 진돗개나 쉐퍼드, 도사견과 같은 맹견들을 데리고 산책을 할 경우에는 몰티즈나 요크셔테리어를 데리고 산책하는 것보다는 더 큰 주의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이 경우도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견주가 진돗개 2마리를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중 한 마리는 특히 사나웠고 이전에도 2번이나 다른 반려견을 물어 죽인 전력이 있는 개였습니다. 견주는 사고 당일에 일반 목줄만 채우고 입 가리개는 하지 않은 채 산책을 했는데, 갑자기 그 사나운 진돗개가 산책 중인 피해자의 반려견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피해자는 놀라 자신의 반려견을 들어 안았는데 그 사나운 진돗개는 피해자에게 뛰어들어 상해를 가했습니다.


피고인인 견주는 목줄도 채웠고, 자신의 개가 피해자에게 달려든 게 아니라 반려견에게 달려든 것이므로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의 결정은 달랐습니다. 이미 다른 개를 물어 죽인 전력이 있는 맹견임에도 단단한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은 채 산책시킨 것이므로  견주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본 것입니다. 다행히 가해 견주가 진돗개를 안락사시키고, 피해자의 상처가 크지 않는 것이 정상참작이 되어 벌금 200만 원에 그쳤습니다.


그럼 상대방 개가 우리 개를 물어 죽였을 경우에는요?


자 이제 마지막 케이스를 살펴볼까요? 가족과 다름없는 우리 강아지를 다른 집 개가 물어 죽인 경우는 어떡할까요. 생각만 해도 억장이 무너지네요. 우리 집 개를 물어 죽인 상대방 개를 처벌할 수는 없으니 그 견주를 처벌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민사상 손해배상을 별개로 견주를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고의가 아닌 과실로 행위를 했을 때는 과실범 규정이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합니다. 애견인에게 반려견은 가족이지만, 형법상 개는 재물로 간주됩니다. 그런데 과실치상죄가 있는 상해와 달리 재물손괴에는 과실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좀 어렵나요? 한마디로 물건을 손괴한 경우에는 고의가 아니고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만약 견주가 자신의 개에게 "가서 물어!!!!"라고 명령하고 개가 달려들어 상대 개를 물어 죽인 것이라면 고의가 인정되어 재물 손괴에 해당할 수 있겠죠.



이번 글은 피해 견주에게 드리는 팁이기도 하지만, 가해 견주도 경각심을 갖고 미리 예방하자는 제 바람이 담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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