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변찮은 최변 Jun 26. 2018

기성용에게 부상을 입힌 멕시코 선수에게 손해배상책임을?

허용된 위험 이론

2018. 6. 24.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 vs 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선수가 기성용의 다리를 걷어찼습니다. 기성용은 부상 투혼에도 결국 종아리 근육이 늘어나 2주간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제 믿을 선수는 손흥민 뿐. 멕시코에 진 것도 안타까운데 목발에 의지하며 경기장을 퇴장하는 기성용을 보니 경기를 같이 보던 친구가 울화통이 터졌나 봅니다.


아니, 저렇게 축구하다가 다치면 그냥 끝이야?!


반칙한 사람이 치료비 다 물어줘야는거 아니야?


30대 이상이신 분들은 부상으로 큰 좌절을 겪은 축구 스타하면? 고종수 선수가 떠오르나요?

천덕꾸러기이지만 축구만큼은 신동, 천재로 불리었던 고종수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1년 앞두고 오른쪽 다리에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입었죠. 고종수는 결국 십자인대 부상을 이기지 못하고 비운의 천재로 남게 되었습니다. 저도 어릴 때 참 많이 좋아했는데 헝헝.



부상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정상적인 축구 경기를 하다가 부상을 입은 것은 기성용 사례와 유사할 것입니다. 주변에서도 운동선수 출신들이 어느 날 부상을 입어 선수생활을 포기한 경우는 왕왕 볼 수 있죠.


그럼 고종수, 기성용은 다친 것도 억울한데 치료비 등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결론은,

치료비 등 손해배상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왜 일까요? 반칙이든 아니든 상대방이 나를 가격해서 다친 건데요. 아무리 고의가 없었다고 해도 내가 다친 것인데 치료비는 물어줘야지 않을까요?


허용된 위험 이론


일반적으로 상대방을 다치게 하면 형법상 상해죄로 처벌받고, 민사적으로는 치료비, 위자료, 일실수입(다쳐서 일 못한 부분)등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

그런데 태권도, 복싱과 같이 상대방을 때리는 것이 경기 방식인 운동이나, 미식축구나 농구처럼 신체가 부딪칠 수밖에 없는 경기는 그 특성상 부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법적 용어로 위험이 예측 가능하다고 하죠. 즉 운동 경기는 부상 위험이 예측 가능한 활동이고 여기에 참여한 선수들은 그 위험을 감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상대방을 절대 다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상대방이 다치면 민형사상 책임을 집니다.'라고 한다면 아마 "달리기" 말고는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운동은 별로 없을 거예요.


이러한 이유로 대법원 '허용된 위험 법리'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대로 인용해볼게요.


대법원 2011다66849

운동경기에 참가하는 자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하여 다른 경기자 등이 다칠 수도 있으므로, 경기규칙을 준수하면서 다른 경기자 등의 생명이나 신체 안전을 확보하여야 할 신의칙상 주의의무인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권투나 태권도 등과 같이 상대선수에 대한 가격이 주로 이루어지는 형태의 운동경기나 다수 선수들이 한 영역에서 신체적 접촉을 통하여 승부를 이끌어내는 축구나 농구와 같은 형태의 운동경기는 신체접촉에 수반되는 경기 자체에 내재된 부상 위험이 있고, 그 경기에 참가하는 자는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경기에 참가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유형의 운동경기에 참가한 자가 앞서 본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는 해당경기의 종류와 위험성, 당시 경기진행 상황, 관련 당사자들의 경기규칙 준수 여부, 위반한 경기규칙이 있는 경우 규칙의 성질과 위반 정도, 부상 부위와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되, 그 행위가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이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하지만!

위험이 허용된 운동 경기라도 가해자가 무조건 손해배상책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축구 경기에서 어떤 선수가 태클을 매번 날라차기로 정강이 위를 가격한다거나, 상대 선수가 드리블을 잘하고 있는데 뒤에서 쫓아와서 백태클을 날려 다치게 하는 등 누가 봐도 '고의성'이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실제 소송까지 갔던 사건에서도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경우가 있습니다.

축구경기에서 프리킥 상황이었습니다. 키커가 공을 차기 전에 수비벽을 만들고 있던 선수가 자리를 잡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이마로 상대방 선수의 광대와 턱을 가격하여 전치 4주 부상을 입혔습니다. 이 사건에서 형사적으로 상해죄는 무죄가 났지만, 민사적으로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만약 키커가 공을 차고 난 뒤에 그 공을 다투는 상황에서 다친 것이라면 허용된 위험이라고 볼 수 있으나, 이 사건에서는 공을 다투는 급박한 상태라고 보지 않은 것이지요.





축구경기를 보다 보면 어떤 선수가 심판이 안보는 사이에 상대 선수를 머리로 들이받거나, 마주 보며 말다툼하다가 박치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옛날의 지단...

이런 경우에 상대방이 작심하고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면 지단은 형사처벌에 손해배상책임도 졌을 겁니다.


아참, 아무리 운동경기 중에 어쩔 수 없이 다치게 해도 인간적으로 위로금을 주거나 병문안이라도 합시다.

제 친구도 축구하다가 십자인대를 다쳐 병원에 누워있는데 법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나몰라라 하는 것 같더군요. 좀..그러지들 말아요.


마지막으로 '반칙왕' 보내드리며!

빡치기!




1일 1회 복용 법 알약

----------------------------

독자 여러분이 궁금하는 주제를 공모합니다!(구글설문지)

이 역시 간단합니다. 참여 고고!

https://docs.google.com/forms/d/1R-N8QzBibOtZVb_Z2neN7wxRXfxoTu-Re-NXEE5gfX0


매거진의 이전글 블랙넛 vs 키디비 사건 법적쟁점은 무엇일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