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9. 워킹맘 로그
"엄마보다 아빠를 찾는 아이"
by Wonderfull Aug 9. 2020
세상에 나와 4개월 정도는 거의 엄마와 지냈고, 또 다른 4개월은 (거의) 할머니, 엄마, 아빠의 공동육아와 사랑으로 자라왔다. 8개월 정도 되니 새로운 환경에서의 두려움과 무서움을 표현했고, 그럴 때마다 아빠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말마다 힘들게 안아주고 스킨십 해주는 아빠인데 자주 못 보는 애틋함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내 생각은 아마도 틀린 것 같다. 당황하고 무서운 와중에 정확하게 아빠에게 보호해주세요를 요청하는 눈빛을 보며, 어딘가 시그널의 이상신호를 감지했다.
남편 시점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는 약 4개월 동안 지우와 교감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해왔다고 한다. 엄마와 딸 사이에 자연스럽기 생긴 긴밀한 관계가 부럽기도 했고 늘 이방인 같았던 느낌이 싫었다고 했다. 그는 어느 날부터인가 아기띠를 고집했고,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지우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함께 즐기며 감정을 공유했다. 그는 지우에게 늘 의사를 물었고, 지우의 언어에 하나씩 반응하며 교감의 포인트들을 늘여갔다.
반면에 나에게 지난 4개월은 육아와 직장을 사수하기 위한 전쟁이었다. 혹자는 둘 다의 기대치를 낮추고,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보라고 했지만 내 마음은 둘 다를 잘하고 싶었다. 직장에서는 4개월의 공백이 무색해 보이길 원했고, 집에서는 육아를 담당해주는 어머님의 백업이자 늘 준비된 엄마이길 갈망했다. 이 모든 것들은 하루가 어떻게 시작해서 가는 줄 모르는 쳇바퀴를 만들었다. 새벽 같은 출근과 지우가 잠들고 하는 모든 집안 일과 다음날 식사와 간식을 챙겨가며 늦은 시각에 겨우 잠이 들었다. 그런 일상의 예민함은 지우가 밥을 잘 먹지 않거나 짜증을 냈을 때 그대로 아이에게 표현이 되었다. 밥을 먹이고도해야 할 일이 머릿속에 떠오르니 화가 났다. 재택근무 중에 엄마를 찾는 지우에게도 냉정했다. 집중해서 끝내야 할 일들이 늘 있었거 그 흐름을 깨지 않기 위해 일을 했다.
재택근무와 잦은 휴가로 지우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지 않았다. 그 시간 동안 분주했던 내 마음은 늘 지우가 아닌 다른 것들을 선택해왔다. 그리고 지우가 이제는 그걸 아는 듯했다. 엄마는 자기가 필요할 때 있어주고 반응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그렇게 아빠에게 안겼다. 이 모든 걸 잘해보겠다고 발버둥을 쳤던 내 모습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해본다. 어쩌면 육아도 일도 잘하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했던 게 아닐까? 진정으로 아이를 생각한다면 오늘 내가 선택해야 하는 건 지우이고, 그다음 일들의 속도가 좀 늦어지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의 꼬리를 물고, 오늘에서야 지우에게 엄마가 육아를 사랑이 아닌 일 처럼해서 미안해라고 말한다.
"미안해.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엄마라는 롤을 삶과 맞춰가는 중이야. 이 모든 건 지우와 더 많이 사랑을 나누고 따뜻한 가정을 이뤄가길 꿈꾸며 하는 일인데, 엄마가 본질이 아닌 수단에 너무 집중해서 길을 잃었어.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해하기보단 지금의 너를 너 사랑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