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앞둔 남사친들에게
"딸보다 와이프를 사랑해주기"
by Wonderfull Jul 25. 2020
"나 오늘 너희 동네 갈 일이 있는데, 잠깐 만날 수 있을까?"
남편이 금토 회사 워크숍으로 홀로 지아를 보고 있었던 토요일. 대학 동기에게서 잠깐 만나자는 카톡이 왔다. 육아와 복직으로 정신없는 라이프에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건 큰 맘먹고 해야 할 일이기에, 동네로 방문해준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공대 졸업생인 나의 대학 동기들의 반은 남사친이고, 반가운 연락의 주인공도 2주 뒤 결혼하는 예비신랑이었다. 봉투에 내 이름을 적어 청첩장을 건넸고, 그렇게 우리는 간단한 티타임으로 근황 토크를 했다. 코로나로 결혼식을 미뤘을 뿐, 혼인신고를 마치고 신혼생활이 한창인 친구였다. 신혼생활에서 맞춰가는 과정의 어려움과 소소한 기쁨을 공감하며, 자연스럽게 자녀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하루빨리 자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친구와 아직은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는 동갑내기 와이프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임신 스토리를 떠올렸다.
사실 나는 딩크족으로 살고 싶었다. 일하는 게 좋았고, 아이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다. 여자이기 때문에 언젠가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을 거칠 수도 있지만 옵션이라면 선택하고 싶지 않았고,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루고 싶었다. 이런 내 마음을 변화시킨 건 남편이었다. 그와 함께라면 자녀를 양육하는 생활도 즐거울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겼고, 임신에서 출산까지의 여정에서 힘들었지만 그가 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임신 중에 나는 호르몬의 노예였고, 뱃속의 아이와 출산의 고통을 두려워하며 늘 불안했다. 남편은 그런 나를 더 세심하게 챙겨주었고, 아이보다 내가 더 중요하다며 스스로 멘탈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많은 힘을 주었다. 이렇게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 지난날을 떠올리며, 남사친에게 한마디의 조언을 했다.
"자녀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아내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사랑을 나누는데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와이프의 마음이 열릴 거야."
그렇게 남사친이 떠나고, 이야기 중에 소식을 듣게 된 또 다른 남사친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다. 출산을 1~2주 앞둔 와이프의 이야기를 들으며, 출산을 위해 병원을 찾았던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남편은 이직 한 직장에 첫 출근했던 주였고 중요한 미팅도 많았던 날 새벽 2시, 알싸하게 흐른 양수를 발견하고 병원을 향했다. 아파하다가 무통주사를 만났을 때의 쾌감도 떠오르고, 보호자로 있던 언니도 생각이 났다. 그렇게 바쁜 남편을 쿨한 척하며 일에 집중하라고 응원하고, 조리원을 거쳐 친정까지 홀로 초보 육아를 시작했었다. 외롭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고, 무서웠지만 그땐 그런 걸 힘들다고 말할 수 없었다. 힘들다고 할수록 포기하고 싶은 마음만 커졌고, 내 앞엔 방귀도 힘들게 뀌는 아이만 있었다. 제정신이 아닌 50일이 안 되었던 어느 새벽 수유시간, '딸보다 와이프'라는 문자를 받았다. 감동의 눈물을 쏟으며 그 시간들을 버텨왔다. 그렇게 늘 아이보다 와이프를 응원해주는 남편의 지지로 나는 비교적 건강하게 모든 시기를 넘겨 오늘의 워킹맘으로 자리 잡았다. 친구의 이야기를 한참 들으며 지난날을 회상하니, 한 마디만 남게 되었다.
"잊지 마, 어떤 상황이든 딸보다 와이프를 사랑해줘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