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속에 넣어두는 육아휴직"
복직을 한달을 앞두고부터 지금까지 한번씩 꾸는 악몽이 있다. 제발 다시는 꾸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며, 잠들지만 스트레스가 심한 날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꿈 속에서 나는 열심히 일을 하고 귀가한다. 그리고 집에서 울다가 지쳐 말라버린 지우.. 숨을 쉬지 않는 지우를 보며 통곡한다. 하루 일과 중 일의 비중이 너무 높았던 건지, 아니면 괜히 엄마가 잘 못해주는 것 같은 미안함이 컸던 건지, 악몽을 꾸는 원인은 잘 모르겠다. 다만 그렇게 꿈자리가 이상한 날이면 서랍 깊숙 한 곳에 넣어 둔 육아휴직을 꺼내 볼까하는 "생각"만 많아진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며 애써 그 생각들을 떨쳐낸다.
회사에 복직했을 때, '벌써 복직했네요?'라는 첫인사를 참 많이 들었다. 사람들 의식 속에 임신부가 1여 년 동안 휴직을 가지는게 제법 자연스러워져 듣는 말인 것 같았다. 실제로 사내에서 대부분의 임신부들이 1여 년 동안 휴직을 가지기도 했고, 2-3개월 만에 복직한 여자 차부장님들의 이야기가 무용담처럼 회자되었다. 이렇게 육아휴직에 열려있는 회사 분위기에도 복직을 서두른 나에게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지금도 그 이유들로 육아휴직을 서랍속에 꼭꼭 숨겨두고 아마 평생을 꺼내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평생 일을 하고 싶다.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어려움을 고민하며, 하나씩 해보고 섞이어 가는걸 하고 싶다. 해보고 싶은 일들과 기회를 향해 한발씩 나아가는데서 큰 재미를 느낀다. 그러한 일은 엄마, 아내, 며느리라는 가정일도 잘 감당할 수 있는 활력이 되기도 한다. 경제적 독립에서 오는 자유도 잃고 싶지 않다. 비슷한 이유로 워킹우먼으로 남아있는 주변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 중 대부분은 딩크족을 선언하거나 이혼을 통해 그 즐거움을 유지하는 것 처럼 보인다. 나머지 몇몇은 아이를 낳고, 긴 육아휴직 끝에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다며 사직서를 제출한다. 혹은, 승진을 포기하고 부서에서 보조업무를 하는 정도로 타협을 한다. 아마도 아이에 대한 애착이 커져있는 상태에서 휴식기 후에 직장에서 마주하는 여러가지 불편한 상황까지 적응하기가 힘들어서 그런 듯 하다. 주변에 긴 육아휴직 후에 오는 폭풍을 견디고 다시 자리잡아 직장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워킹맘은 좀처럼 본 적이 없다. 남들보다 특별하지 않은 나는 애초에 시도하지 않기로 결심하였고, 그렇게 긴 육아휴직은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
그 어느것도 포기하지 못하는 워킹맘인 나는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느리게 겨우 따라가고 있다. 주말 오후, 놀이터에 나와 노는 지우 또래 친구들의 예쁜 옷과 모자도 보고, 무리지어 노는 친구들과 엄마들의 모습을 본다. 어디서 주워입힌 것 같은 옷을 입히고 어설프게 놀어주다가 그네를 잘 못 잡아 다칠뻔 하는 내 모습이 초라하기도 하지만 즐겁다고 웃는 아이와 땀 흘리며 논다. 6개월에 접어든 지우에게 무엇을 먹여야 할지 잘 모르는 나는 여기저기서 주워들었던 브랜드와 조언들을 떠올리며 마트 이유식 코너에서 보이는 대로 하나씩 다 사서 먹여본다. 새벽부터 출근하여 할 수있는 많은 일들을 하려 하지만, 남들보다 빠른 퇴근시간은 늘 죄송하다 미안하다를 반복하며 집으로 향한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남들보다 느리고 어설프게 나아가고 있다. 그렇게 그 자리를 지키고 버티는 것, 그것이 서랍 속에 긴 육아휴직을 넣고 오늘을 사는 나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