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했는데... 꼭 엄빠가 되어야 할까?

"육아가 주는 의미"

by Wonderfull

몸과 마음이 지칠 만큼 바빴던 3주를 보내고 찾아온 금요일 밤. 임시 휴일 덕분에 3일을 연달아 쉴 생각을 하니 너무 설레었다. 최근에 지우를 돌봐주시던 어머님이 아프시기도 했고,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생기는 변화에 적응하랴, 야근하랴 너무 정신없이 지나갔다. 모처럼 달콤한 금요일 저녁, 제니가 선전하는 베이크드 감자칩을 먹으며 드라마를 보는 호사를 누렸다. 집안의 독재자였던 엄마의 죽음으로 3명의 형제자매와 아빠가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10대 중반부터 각자의 생활을 하며 교류하지 않았던 3명의 자녀들은 아빠 부양 문제를 시작으로 여러 가정사에 끊임없이 옭매이고, 서로 미워하고 서운했던 감정이 표출되며 갈등하던 끝에 모두가 피식 웃는 장면이 나온다. 생각해보면 내가 살아가는 가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모든 걸 가지는 언니와 남동생에게 질투를 느꼈고, 나에게 관심이 없는 엄마, 아빠에게 서운했다. 결혼을 하고, 간섭이 많은 시어머님과 배려가 없는 아버님에게 불만이 있었고, 내 삶에 짐이 되는 아이가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웃음으로 승화되는 시점이 있다. 그리고 참 바보처럼, 그게 행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서른 살이 넘어서야 마음속에 채워지는 행복함을 처음 느끼며, 왜 이걸 진작 알지 못했을까?를 돌아보게 된다. 88년생인 나는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상대방보다 내가 잘 난 점들을 보여야 하고, 무엇으로든 도움이 되는 '일하는 여성'이 되어야 함을 학습해왔다. 친구 집을 다니며 집에서 맛있는 밥을 해주고, 시간을 많이 보내며 사랑을 주는 엄마보다는 경제력이 있어서 용돈도 많이 주고, 피자, 햄버거를 흔쾌히 사줄 수 있는 엄마가 인기 있었다. 스스로 돈을 버는 여성이 멋있는 시대였고, 남자를 잘 만나 팔자 피는 모델은 창피한 일이라고 여겨졌다. 나를 포함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욕구가 강해져서 일까? 자연스럽게 결혼 적령기가 높아지는 중심에 있었고, 떨어지는 출산율이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자녀 양육은 내가 누리는 삶의 일부를 포기하겠노라는 선언이기에 개인의 선택이었다. 지우를 출산했던 날도 나는 사실 약간은 후회했고, 조금 더는 무서웠다.


8개월의 육아시간을 보내며 나는 생각보다 많이 힘들고, 고된 시간을 보낸다. 바닥까지 내려가는 자존감을 끓어 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이 모든 과정을 혼자 힘으로 하기가 버겁다. 엄마와 어머님, 아빠와 아버님까지 온 가족들이 동원되어서야 나는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리고 도움을 받은 만큼 우리는 서로의 삶에 개입했다. 경제적 독립을 선언하며 적당히 거리를 두었던 가족관계가 너무 가까워졌고, 서운함과 오해 속에서 내가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는 또 다른 영역이 되었다. 롤러코스터처럼 좋음과 힘듬을 왔다 갔다 하는 게 이상하게도 더 행복하다. 7-8년 차가 되어가는 직장에서 내가 성취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미비하고, 느리게 흘러가며, 복잡하게 얽혀가고 있는 듯하다. 무언가를 해내기 위함의 열정보다는 하루하루 버티어가는 직장인이 되었다. 우상이었던 커리어 우먼의 끝은 회전목마를 꾸준히 타고 있는 것 같은 외로움이 보였다. 반면에 가정에서는 폭풍 성장하는 지우의 변화를 모든 가족원들이 같이 가며 일어나는 좌충우돌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더 많은 문제에 직면하여도, 더 많은 변화를 위한 노력과 실천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바로바로 나타는 것들을 보며 롤러코스터의 스릴들이 가득한 삶이 되었다.


내가 살아오고, 배워왔던 여성의 모습이 어쩌면 육아가 선택이라고 말해왔던 것 같다. 그런데 서른을 넘기고 어쩌다 가정을 일구어 워킹맘이 되어보니, 웃음과 울음이 가득한 내 삶의 행복함은 내 인생을 희생하고 얻는다고 하기엔 좀 더 큰 기쁨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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