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세반 어린이집 1달 출근기"
7월의 마지막 날. 짜증지수가 높았던 그 날. 더위가 날아가는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지우 어머님, 브런치 어린이집입니다. 8월 10일에 0세반을 오픈하려고 합니다. 지우가 등원 의사가 있는지요?" 그리고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네!"라고 대답했고, 이어서 "어린이집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지우가 잘 적응하려면 미리 패턴을 같게 맞춰주려고요. 그리고 혹시 입소 전에 시간제 보육도 가능할까요? 그러면 적응이 좀 더 쉬울 것 같은데..." 연락을 주신 선생님은 친절한 목소리로 "아직 0세라서 어린이집 스케쥴보다는 아이들 패턴에 맞춰서 진내요,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맞춰져서 너무 미리 걱정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긴급보육은 현재 코로나로 휴원중이여서, 다시 가능하게 되면 연락드릴게요." 그리고 그렇게 코로나는 잠잠해지지 않았고, 8월 10일 1주일 안에 적응해보자!라고 큰 소리로 외치면 첫 등원을 하게 되었다.
첫 날 적응을 위해 오전 11시에가서 30분 있어보자라고 선생님이 제안하셨다. 하루 빨리 어린이집에 적응시키고 정상근무를 하려던 나에게 첫 술에 30분은 너무 적어보였고, 어느 세월에 적응하냐며 툴툴거리며 집을 나섰다. 하지만 나의 무지함은 어린이집에서 보낸 첫날 5분이 채 넘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드러났다. 지우는 그 어떤 선생님에게 눈길조차 주지않았고, 친구, 공간 모두 낯선 듯 했다. 그나마 비치되어 있는 장난감을 나와 같이 가지고 노는 걸하며 즐거워했고, 엄마 말고 모든 사람을 경계했다. 너무 길어지면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 선생님의 제안처럼 30분을 지내고 집에 왔다. 그리고 그렇게 3일을 보내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고, 목요일 쯤 되서야 점심먹고 하원하며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총 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회사에서는 오전 반차와 재택근무를 신청하여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우의 어린이집 적응기를 시작했다.
그 곳 0세 반에는 총 5명의 아이들이 등록하였고, 오전 8시 반에서 오후 늦은 시간까지 지내는 아이는 지우를 포함하여 총 3명이었다. 한 명은 돌이 지나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아이였고, 낯가림이 심하지 않아 1주일의 적응 기간 후에는 어린이집에 스케쥴에 맞추어 잘 생활하였다. 다른 한 명은 6개월 정도로 대부분을 누워서 보내고, 낯가림 하는 시기가 아니라서 별다른 적응기 없이 지내고 있었다. 나머지 한 명은 지우였다. 지우는 8개월 아이로 낯가림이 있었고, 신체발달이 약간 빠른 편이여서 손을 잡은 채 서서 노는 걸 좋아해 손이 많이 가는 편이었다. 2명의 선생님은 3명과 1~2시간씩 다녀가는 나머지 2명의 아이들까지 케어하다보면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가고, 마음의 장벽이 높은 지우와 마음이 가까워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내 마음은 선생님들이 지우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고, 표현해주면서 하루 빨리 가까워져서 이 적응기가 끝나길 바랬지만, 다른 아이들과 함께하기도 했고, 지우에게도 압박을 주지 말자는 결론으로 일단 기다리기로 했다.
어린이집에서 3시간 정도를 지내게 되는 3주차가 되면서 매우 더딘 속도이지만 내 마음도 어린이집에 적응해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0세 반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주변에서 해주었던 부정적인 피드백들에 대한 오해들이 많이 풀렸고, 내 마음이 너무 극성스러웠음도 깨달았다. 지우보다 더 어렸고, 자기 몸 하나 가누고 표현하는게 힘들어 보였던 아이는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서 지내면서 누나, 형들을 따라 조금 더 빠르게 성장했다. 돌이 지난 아이는 언니, 오빠들 교실에 있는 장난감과 놀이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여러가지 흥미를 느끼는 듯 했다. 그 곳에 부모님은 없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친구들, 언니, 오빠들, 선생님, 장난감, 프로그램이 있었다. 어린이집에 보내는 일이 워킹맘으로 미안하고, 죄책감을 갖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그 곳에서 지우는 나름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고 실천하고, 장난감을 탐색하는 자신 스스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선생님들이 부모처럼 한 명 한명에게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는 없었지만, 그 에너지는 다른 많은 요소들로 채워지고 있기에 가정보육과는 결이 다른 영역이라는 존경심도 생겼다.
4주차부터는 지우를 어린이집에 홀로 두고 왔다. 지우는 헤어질 때마다 울었고, 약 1~2시간이 지나면서 37.5도가 넘어 어린이집에서 하원해야 한다고 전화가 왔다. 집에 와서는 잘자고, 잘 노는 모습이 아마도 어린이집에 엄마없이 적응하는 단계인 듯 했다. 그렇게 약 2주를 미열과 함께하며, 이른 하원을 반복하던 어느 날 중간에 하원 요청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오전에는 어린이집을 오가고 오후에는 지우가 낮잠 잘 때마다 틈틈히 회사일을 하고, 7시 저녁잠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회사일을 시작해서 늦은 밤이 되서야 끝내고 잠드는 일을 반복하던 1달의 적응기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