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워킹맘 로그

"둘째와 함께 찾아온 것"

by Wonderfull

우리 부부의 자녀 계획은 0명 아니면 2명이었다. 둘 다 애뜻한(?) 형제자매관계를 가져서 인지 외동으로 키우고 싶지 않다는 공통 된 생각이 있었다. 첫째를 출산하고 생각보다 쉽지 않은 육아로 그 계획을 계속 고수 할 것인지, 고수한다면 언제가 좋을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결론은 2명이고, 출산 시점이 회사에서 배려 받기가 상대적으로 수월 한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대리, 과장 직급일 수록 더 좋다는 생각이었다. 첫째 지우의 모유수유를 끊고 몸이 회복되면서, 머리는 둘째가 하루 빨리 생기길 원했고 마음은 한 명도 힘들어 죽겠는데, 두명은 어떻게 키우나라는 생각에 겁이 났다. 지우가 어린이집 간 사이에 일을 하고, 하원하고 재우면 야근을 시작하고, 지우 간식과 집안일을 챙기다 자정 쯤 지쳐 쓰러져 잠드는 일상이었다. 매일 매일이 가정일과 직장일에 치여 둘째가 들어 올 틈이 없다는 생각만 할 뿐, 그렇게 시간이 가고 있었다.


반복되는 쳇바퀴 속에 체력적으로 너무 지쳐갔고, 예민해지는 모습에 어떤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식이 필요했던 내 손에는 두 가지의 옵션이 있었다. 휴직과 둘째 임신. 휴직은 커리어적으로 경제적으로 생기는 공백이 있기에 꺼려졌고, 둘째임신은 공식적으로 잠시나마 2시간은 먼저 퇴근하면서 현 상태 유지가 되기에 끌리는 사항이었다. 마음은 둘째 임신으로 기울었고, 그렇게 감사하게도 둘째가 찾아왔다. 그리고 한결 나은 하루하루가 시작되었다. 초기임신 증상으로 쏟아지는 잠을 우선적으로 잘 수 있었고, 회사일에서 좀 자유해지니 살 것 같았다. 그러면서 불현 듯 둘째는 출산하면 어떻게 키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자는 임신 전에 많은 계획을 세우겠지만, 나는 늘 단기적인(?) 걱정을 하기에 이제서야 그 불안과 걱정이 찾아왔다. 과연 나는 18개월 차이가 나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워킹맘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이였을까? 우연히 리더십 교육을 같은 차수에 받으며 짝꿍으로 맺어진 다른 팀 여자 이사님과 식사자리를 갖게 되었다. 회사 이야기와 개인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이사님에게 10대 초 중반의 두명의 아들이 있다는 이야기와 그들을 양육하던 쪼꼬미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때 당시만 해도 3개월의 출산휴가만 있었고, 현재 여자 이사님들의 대부분이 출산휴가를 2~3주로 쓰고 복귀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를 전해들었던 터라, 그 분의 스토리를 들으며 역시~~ 라는 리액션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분의 이야기는 달랐다. 첫 째는 3개월 휴직 후, 복직하여 보모를 고용하여 키웠는데 운이 나쁘게도 낮에 잠만 재우는 보모였고, 그렇게 고생을 하다보니 둘째는 8개월 휴직을 결단하고 어린이집 입소 후, 복직했다고 했다. 그 때 당시, 그런 휴직은 굉장히 이례적이었지만 자기에게는 초이스가 없었고, 지금도 그 선택에 후회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했다. 최근에 나는 늘 엄마를 그마두고 싶다는 생각,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만 하며 지냈는데, 이 모든 생각이 내가 만들어낸 조급함에 온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버렸다. 사람마다 속도와 방향은 다른데, 지금 내가 가는 방향에 너무 빠른 속도를 내니 모든 걸 다 포기하려고만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렇게 주저앉지 않기 위해, 나에게는 여유가 필요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덜컥 겁이 났던 마음에도 자신감이 생겼다. 첫째 때와는 다른 마음가짐인 것 같다. 첫째는 모든게 처음해보는 경험이라서, 네이버와 맘카페, 회사 선배들의 전설을 들어가며 계획을 세웠었다. 둘째는 이제 나의 이야기가 되었고, 나의 속도에 맞추어 선택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둘째는 엄마에게 좀 더 주도권을 주었고, 좀 더 엄마일 수 있도록 여유와 긴 호흡을 주며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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