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 워킹맘 로그

"스타벅스 리유저블컵이 뭐길래"

by Wonderfull

업무 시간 집중도가 떨어지는 약 5시 무렵 '카톡 카톡 카톡'을 알리는 진동이 여러 번 울렸다. 하원하고 놀이터에서 한참을 놀다 온 첫째와 이제 막 50일이 지난 둘째의 목욕을 슬슬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울리는 카톡 내용이 궁금해 열어본 카톡방에서는 남편을 포함한 직장인 지인들이 스타벅스 리유저블컵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보채는 아이들 틈에 답장할 수는 없었지만, 각자 최근 스타벅스에서 받은 리유저블컵을 올리며, 컵에 그려진 미니도 찾고, 스타벅스 고유 마크 여부를 논하고, 이 모든 게 랜덤이라는 가벼운 대화들이 오갔다.


훗. 귀엽다. 라는 생각을 하며 넘겼고, 그렇게 오늘의 육아와 집안일들을 마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왔다. 현타가 오는 시간이기도 하다. 스타벅스? 남편도? 두 가지 우울한 생각이 들았다.


출근하면서 매일 마시던 스타벅스 음료를 출산휴가와 동시에 끊게 되었다. 모유수유를 시작해서 카페인을 끊어야 했던 것도 이유 중에 하나지만, 사실 더 큰 이유는 내 돈 벌러 가는 전쟁터에 무기쯤으로 생각하고 매일 마셨기에 전쟁터에 나가지 않는 지금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정 식탁을 책임지는 요즘, 매일 쓰는 음료값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그 카톡방에서 하루 스벅 한잔도 손을 덜덜 떨어하는 아줌마가 된 듯한 느낌으로 슬퍼진 듯하다.


두 번째는 리유저블컵 사진을 올리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남편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신혼 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직장생활, 관심사, 선호도 등 가장 가까이에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육아와 가정을 제외한 다른 주제를 오랜만에 이야기해서 일까? 그가 참 멀게 느껴졌다. 사회 초년생 때, '우리 와이프보다 유리(직장 직속 후배)가 내가 오더 하는 커피, 선호하는 음료 등을 더 잘 알지'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별로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리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지만, 그 이야기가 불편했고 나는 결혼하면 남편에 대해서만큼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잘 챙겨줘야지!라고 다짐했다. 그 다짐은 육아와 가정 일들을 맡아하면서 멀어졌고, 리유저블컵에 대해 이야기하는 남편이 참 멀게 느껴졌다. 그것보다 중요한 가정의 방향과 삶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 부부사이라서 그렇다며 애써 넘겨본다.


오늘 나의 하루는 스타벅스 리유저블컵이 들어오기엔 너무 벅찼다. 새벽 5시 첫 수유를 시작하고, 식사 준비, 등원 준비, 신생아 케어, 가정 재테크 포트폴리오 점검, 청약접수, 장보기, 이불빨래, 청소, 20개월 첫째 오후 간식 준비, 목욕, 첫째 어린이집 알림장 확인 등. 잠자리에 누워서야 그 컵이 떠오르며 씁쓸하게 웃으며 오늘을 보낸다. 스타벅스 리유저블컵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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