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9. 워킹맘 로그
오후 6시 육아할래? 일할래?
by Wonderfull Apr 17. 2022
1년 전쯤 우연히 봤던 영상 하나가 떠오르는 밤이다. 당시 P&G 한국지사 대표로 있는 발라카 니야지의 세바시 15분 강연이다. 그녀가 일을 하면서 어떻게든 5시 35분에 퇴근하는 과정과 이유를 풀어가는데, 요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사수하기 위함이며 동료들의 배려로 가능했다고 한다. 나머지 일들은 아이들이 잠이 든 후에 했고, 이 사회가 워킹맘에게 동등한 9-6의 잣대가 아니라 그들에게 필요한 영역을 열어주고, 도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막 첫째가 돌을 지나 의사소통이 시작되는 시점이었던 나는 오후 6시 이후에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특별함에 공감하며, 강의를 재미있게 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둘째를 출산했고, 6개월의 휴직 뒤에 복직했다. 일을 하다 보니 점점 늘어났고, 최근 1달 동안은 미팅이 저녁 7시~8시까지 이어지나 보니 지우, 지안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급격히 줄었다. 그리고 나의 빈자리를 더 능숙하고 현명하게 메꾸어 주시는 시어머님의 볼멘소리가 시작되기도 했다. 그리고 저녁 5~6시에는 퇴근하고 싶기 때문에 저녁 보육을 맡아주실 선생님을 구하자고 제안하셨다.
일단, 알겠다는 대답을 하고 생각에 빠졌다. 5시쯤 선생님을 모시면 물론 회사일은 좀 더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고, 새벽 1~2시까지 이어지는 야근은 이제 굿바이 인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면에 보통 8~9시쯤 잠드는 아이와는 주말에나 이야기, 웃음, 울음을 나누는 사이가 되겠네라는 씁쓸함이 몰려왔다. 과연 이게 맞을까? 5시부터 보육을 맡아주실 선생님은 계실지, 엄마와 대화가 없는 아이로 그냥 그렇게 가족이지만 먼 사이가 되는 건 아닐까?
때마침 떠올랐던 강연의 내용이 나의 정신줄을 붙잡았다. 그리고 남편과의 대화를 쐐기로 그렇게 일 혹은 근무시간을 줄여서 가정을 우선순위에 두는 삶을 살기로 다시 다짐했다. 현재 우리 삶의 많은 책임과 역할 중, '일'이라는 포션은 내려놓고 그에 맞는 경제적 수준과 환경으로 내려올 수 있음을 열어두었다. 그리고 아이들과 저녁마다 대화하고, 하루를 되돌아보고, 사랑과 신뢰를 쌓는 것에 대한 가치를 어떤 상황에서든 고수하고자 한다.
생각의 꼬리는 오후 6시부터 일이 아닌 육아를 선택하는 것과 저녁 보육 선생님 대신에 독서 방문수업 선생님을 정기적으로 모셔서 30개월의 첫째 지우가 적절한 자극과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어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육아의 끈을 놓아버리지 않도록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