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아마도 아이를 누가 봐주냐인 듯하다. 배불러서 출산하러 간다고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복직을 하기도 했고, 퇴사도 안 했으니 따라오는 질문인 듯하다. '어머님이 등 하원도 도와주시고, 퇴근할 때까지 집에 계셔주세요. 아이들의. 간식, 반찬 등등 여러모로 신경 써주십니다'라며 대답하면, 따라오는 거의 모든 대답은 '어머님께 평생 잘해야겠네.'로 마무리된다. 17개월 차이로 둘째를 출산했고, 셋째 자녀에 대해서도 열려있다는 대답을 하면, 어머님에 대한 찬사와 감사를 드높이며 모든 공이 어머님께 있음에 대한 2절도 따라온다. 나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 워킹맘 혹은 워킹파더로, 10-20년 전 보모이든 엄마/시어머니이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하는 선배들의 조언이니 아마도 맞는 답일 것이다. 그리고 나의 머리도 굉장히 동의하는 바이다.
머리와 마음이 친하지 않은 요즘 그 관계에 잠시 휴전을 선언했다. 바쁜 회사일, 저녁 육아, 집안일 등으로 어머님의 말동무, 감정 동무가 되어드리는 걸 잠시 접었다. 공식적으로 힘드니깐 잠시 쉬어가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한 건 아니고, 그냥 혼자 스스로 피하는 중이다. 대화를 시작하면 어차피 따라올 잔소리와 불평, 불만들을 즐겁게 받아치며 그렇게 맞춰드릴 마음밭이 준비되지 않아서 피하고 있다. 방향성은 같지만 성향의 차이가 크기도 하고, 고부관계에서 접어들어가는 건 어차피 며느리의 몫이니 내가 멈추면 그냥 그 관계는 휴전이다. 나이 든 어머님에게는 나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남편에게 내 욕을 하는 것 정도가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겠지만 그냥 바쁘고 정신없고 힘들어하는 며느리로 정의하고 잠시 기다려주시는 듯하다.
나 홀로 육아 시절을 떠올려보면 그냥 누군가 이 모든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 힘들다 칭얼거리고 공감받을 수 있는 마음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했던 것 같다. 내 아이라서 너무 예쁘지만 동시에 키우는 게 힘들어서 너무 화가 나기도 했다. 아마도 어머님의 마음 깊은 곳에 정답은 그 기여도를 인정하고 감사를 표현해주는 것만이면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마도 나일 거라는 생각에 어머님은 더더욱 서운하신 듯도 다. 다른 영역의 육아를 담당하는 첫째 아들, 아직 청년인 둘째아들, 철없는 남편도 다 채워주지 못하는 감정동무 역할은 내가 멈춰 선 만큼 비어있을 것 같다.
아이들에게는 둘도 없고 셋도 없는 할머니이고, 나에게는 워킹맘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시는 가장 큰 서포터이시다. 내가 버는 돈이 사실은 어머님이 벌고 계신 돈이라는 인정과 감사의 부재를 다시 한번 살려내는 내일이 되도록 오늘은 모처럼 야근 없이 일찍 잔다. 내일은 잘 져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