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3. 워킹맘 로그
연습과 변화가 필요한, 부부대화법
by Wonderfull Oct 28. 2022
워킹맘 지인들을 만나서 다 같이 눈물이 터지는 그런 날들이 간혹 있다. 시작은 회사에서 집에서 어딘가에서 가져온 화를 주최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혹은 포기한 듯 무심하게 바라만 보는 스스로의 모습에 죄책감이 든다는 말로 시작되었다. 직장, 직업은 언제든지 없어져도 옆자리의 가족은 늘 함께하는 존재인데 주객이 전도되지 말자며 서로를 독려한다. 그렇게 고무되었던 분위기는 자녀의 나이가 상대적으로 조금 더 많은 (늘 영유아 육아를 응원하며, 시간은 가고 아이들은 큰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던지던) 언니마저 힘들었던 마음을 풀어내니 어딘가 울 곳이 필요했던 워킹맘 모두가 그렇게 눈물을 훔쳤다. 저녁시간에 남편과 언성아 높아졌는데 정말 한 마디만 더 하면 이대로 끝을 볼 것 같아서 그냥 그렇게 삭히고 침묵하고 돌아섰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모두 경험했고, 진행 중인 일이다. 출산/육아휴직 뒤, 복직한 나의 현실은 엄마/와이프 역할에 회사일이 추가되었고, 무언가가 줄어들지 않아 늘 분주하고 바쁘다. 굳이 줄이자면, 자는 시간, 아이/남편과 웃는 시간, 밥 먹는 시간 정도인 것 같다. 여전히 식탁, 빨래, 집안일, 육아, 교육은 나의 바운더리에 있고, 덧붙여진 회사 일과 압박은 회사일로 늦게 귀가하는 남편을 향한다. 집에 좀 더 일찍 와주길 바라는 마음, 세탁기에 있는 빨래를 널어주고, 집안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일상을 함께해주는 게 어려운가?라는 서운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이 가득하지만 회사에서 고된 하루를 보내고 왔을 그에게 내조하는 아내이기 위해 또 그렇게 침묵으로 하루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렇게 삭힌다. 나는 늘 입을 열고 힘들다, 같이 하자,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 모든 요청이 그에게도 부담일 거라는 생각에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렇게 쌓인 분노와 짜증은 이따금씩 터져 나온다. 그러면 남편은 왜 도와달라 힘들다 이야기하지 않았냐며 되리어 묻는다. 그걸 알아주길 기다리면 자기가 어떻게 알 수 있겠냐고 한다. 아무 말하지 않아서 모든 게 순조로운 줄 알았는데 갑자기 화를 내는 내가 못난 놈이 된다.
눈물을 훔치던 워킹맘의 지인들은 상황이 조금은 달라도, 좋은 와이프, 엄마, 사회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의지가 같으니 비슷한 감정을 털어놓으며 그렇게 눈물바다가 된다.
그날의 대화를 복기하며 나의 일상을 보니 남편의 말이 좀 더 이해가 간다. 10개월의 임신과 출산을 직접 겪으면서도 엄마가 된다는 게 힘들고 어려웠는데 갑자기 아빠가 된 그도 적응하는 게 힘들었을 것 같다. 집에 와서 겨우 쉬는 듯했던 그는 사실 내가 온몸으로 툴툴거리는 짜증이 삭히길 기다렸던 거였다. 그냥 서로 힘들었던 하루를 넋두리하며 맛있는 저녁/야식/간식을 먹거나 산책을 하며 전우애를 다졌다면 좀 더 괜찮지 않았을까?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막 결혼했을 때는 서로 같이 할 수 있는 취미, 대화가 잘되는 공간/시간/시기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영유아 자녀들이 있는 상태에서 그렇게 물꼬를 틀었던 대화방식은 효과적이지 못했다. 우리는 그때 그 순간의 감정과 머릿속에 있는 '일'들을 같이 해나갈 수 있는 협의와 서로의 감정을 위로해 줄 따뜻한 대화가 필요했다. 아마도 시간이 흘러 보내는 시간, 여건, 조건들이 달라지면 우리 부부에게 또 다른 대화법의 변화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간단한 이치를 깨달으면서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여전히 그 모든 집안일, 육아, 교육은 내가 신경 써야 하지만 적어도 남편이 무슨 생각을 하며 힘든지 그리고 나의 힘듬에 대한 넋두리 끝에 고마움을 표현해주는 애틋한 마음까지, 그렇게 우리는 대화법을 바꿔가며 훨씬 행복해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