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4. 워킹맘 로그

그림 속 엄마가 아빠보다 왜 더 뚱뚱하고 키가 커?

by Wonderfull

36개월을 지나가는 첫째의 매주 화요일 저녁은 방문 미술 선생님과 함께 한다. 수업을 시작했던 이유는 돌이 안된 둘째 보육 선생님을 구하는 것보다 두 돌 지난 첫째의 방문 선생님을 찾는 게 쉬웠기 때문이다. 오물조물 소근육 발달이 더디였던 꼬물이 때는 주로 붙이고 찢었고, 일정 시간이 지나자 직선과 곡선을 오리는 가위질도 가능해졌다. 지난주는 한 해의 마지막 수업으로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든다면 퉁탕퉁탕 까르르르 소리가 났다. 수업 마무리가 될 때쯤 늘 그렇듯 힘껏 칭찬을 준비를 하고 오늘은 무엇을 만들었냐 물었다. 크리스마스 카드 앞면에는 물감으로 똑똑 찍어 트리와 눈사람을 그려 넣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고, 카드를 열아보니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서있는 모습이 있었다. 엄마와 아빠라며 가장 먼저 아빠를 그렸고, 아빠보다 더 넓고 크게 엄마를 그렸다. 그렇게 꽉 차버려서 원래 그리려고 했던 본인과 동생은 그리지 못했다고 한다.


요즘 부쩍 살이 올라 외모에 자신감을 잃은 나는 장전했던 모든 칭찬을 순간 잊고 '왜 엄마가 더 뚱뚱해! 아빠보다는 엄마가 더 작고 날씬하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고, 선생님은 친절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오늘 지우가 스스로 했던 작업, 이야기, 아이디어 제안 등을 상세히 알려주시고 마지막에 아이들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크게 그린다며 지우에게 엄마가 최고인가 보다며 마무리를 해주셨다. 아이의 눈높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부끄러움과 워킹맘으로 늘 잠만 재우는 엄마라도 좋아해 주는 것에 대한 감동이 밀려왔다. 생각해보니 방문 선생님을 처음 만났던 시점에도 비슷한 감동이 있었다. 잔뜩 긴장했던 지우는 선생님과 수업에 대답도 하며 참여는 했지만 웃지 않고 눈빛으로 경계하며 겁에 질려있었던 적이 있었다. 선생님이 살짝 지우에게 스킨십 하며 칭찬해주라고 하셔서 타이밍 봐서 그대로 하니 마법처럼 긴장을 풀며 그 시간을 편해하는 지우의 모습을 봤던 적이 있다. 그날도 엄마라는 존재가 지우에게는 참 중요하고, 안정감을 주고, 사랑이라는 생각에 감동과 부끄러움이 교체했던 순간이었다.


사실 내 마음속에는 늘 부족한 엄마라는 죄책감이 있다. 아침은 눈을 뜨기가 무섭게 부엌에서 식사 준비를 하고, 밥상머리 교육과 밥을 먹이고자 하는 의지로 종종 큰 소리를 내기도 한다. 할머니와 등원준비를 하는 동안은 나머지 집안 정리와 청소를 하고 부랴부랴 출근준비를 하거나 재택근무라면 업무를 시작한다. 아침 전쟁과 등원임무를 완료하면, 곧바로 박 차장 모드로 돌변한다. 몇 개의 미팅과 메일을 보다 보면 금세 오후 4시가 되고 할머니와 하원하고 귀가하는 소리가 들린다. (재택근무 중에는..) 그렇게 방문을 조용히 닫고 6시까지 일을 하고, 부랴부랴 거실로 나가 집안정리, 목욕, 저녁식사 준비를 한다.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힘든 하루를 보냈을 어머님의 넋두리도 들어드리고,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의 저녁도 준비하고 정리하면 어느새 저녁 8, 9시가 된다. 그렇게 모든 걸 끝내고 나서야 처음으로 아이들이 보인다. 그때서야 첫째 지우에게, 둘째 주안이에게 집중하며 오늘의 기분은 어땠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지냈는지 물어보는 잠자리 대화를 한다. 하루 24시간 중 오직 30분, 나는 지우와 주안이의 엄마가 된다.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회사원이고, 일부는 집안일을 하는 하우스키퍼이다. 그래서 나는 늘 부족한 엄마라는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다.


나는 하루 30분짜리 엄마이지만 지우에게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엄마라는 사실을 그림으로 알려줘서 고마운 날. 그렇게 엄마라는 쓰고 달콤한 역할에 감사한 한 해를 돌아보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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