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1. 워킹맘 로그
실무형에서 관리자형으로
by Wonderfull Jul 2. 2022
나름 열심히 살아왔던 유년시절을 뒤로 20대 중반부터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독립도 했고, 회사에서는 조금씩 맡는 일도 늘어나 홀로 서기를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결혼을 해서도 서툴긴 하지만 우리 둘을 위한 밥상과 집안일을 하며 소소한 성취와 행복이 가득한 가정을 꾸렸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인터넷과 지인을 통해 개선하기도 하는 등 내가 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역량을 키운 실무자형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서른 중반쯤,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10년 차 직장인이 되었다. 하루하루 잠자는 시간도 쪼개며 쓰는 워킹맘 생활이 지쳐갈 때마다 내 일의 일부를 대신해줄 사람은 누구일까를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등 하원을 비롯해 전반적인 육아를 도맡아주시는 시어머님, 첫째 미술 방문 선생님, 음식과 청소를 해주시는 이모님, 간헐적으로 대청소를 해주는 클리너님을 집안에 들였다. 육아에 대한 결정권은 어머님께 드린다. 아이들의 컨디션에 따라 등 하원 여부를 결정하고, 어린이집 선생님에 대한 피드백, 발달에 따른 놀이/교육 콘텐츠를 주도적으로 이야기하신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한다. 결정하신 내용이 아이들을 죽이는 것만 아니라면 전부다 지지해주고 따라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지원한다. 어차피 일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님을 알기 때문에 동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어머님의 큰 그림을 잘 맞춰가도록 지원하고, 컨디션이 쳐지실 때마다 백업을 잘해드려서 함께 육아를 할 수 있도록 지내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미술 선생님의 방문은 우연히 시작했다. 7~8시면 취침하던 첫째가 어느덧 성장해서 8~9시에 자기 시작했다. 저녁 놀이 콘텐츠가 점점 고갈하니 전문가들을 찾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첫째 지우도 나도 만족하는 중이다. 집안에 이모님을 쓰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음식/청소에 전문가들이라는 생각에 알아서 잘해주시겠지라고 접근했지만, 사람을 바꿔가며 얻은 결론은 집안일에도 매뉴얼을 세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집안에 이루어지는 편안한 대화를 하며 존중하지만 서로의 선을 지킬 수 있도록 기분 나쁘지 않게 잘 유지해야 한다. 집안일/육아를 세분화해서 분배할수록 나는 더 많은 영역을 고민하고, 볼 수 있는 관리자형 엄마가 되어가는 걸 경험 중이다.
직장에서도 쌓여가는 연차와 비례하는 기대감에 허덕이며, 함께 해나갈 수 있는 팀원을 받고 그들과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게 일상이 되어 간다. 각 사람이 가진 장단점을 파악해서 가장 이상적인 조합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다. 윗 직급의 사람과 함께해야 된다면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공유하고 조언을 구하는데 힘을 쓴다. 그가 나의 일을 덜어서 가져가기보단 보다 많은 경험에 빗대어 내가 타개해나갈 수 있는 조언과 방법을 제시하는데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아래 직원들과 함께 할 때는 정확한 동기부여를 주고자 한다. 이 일에 대한 의미를 이해했을 때 그들 스스로 우선순위에 대한 공감이 생겨서 정해진 시간 안에 나름의 결과물을 가져오는 듯하다. 물론 그렇자 못한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는 그런 듯하다. 그리고 늘 마지막은 그 일을 함께 하고, 손발을 맞춰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을 잊지 않는다.
하루하루의 고민들을 되짚어보니 스스로 하는 일에 대한 스킬 업보다 사람, 관계, 팀워크에 대한 생각과 시도에 대부분을 할애한다. 스스로 공부하고 탐색하는 시간이 많았던 20대에 비해서, 이젠 관계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내가 좀 더 여유롭고 안정감을 주면서 가정/회사 조직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기도제목은 주변에 좋은 혹은 딱 필요한 그런 사람들이 붙어지길 소망하며 워킹맘의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