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1. 워킹맘 로그
6살 첫째, 혹시 왕따 당하나?
by Wonderfull Apr 2. 2024
평범한 주말 저녁 나는 저녁 준비를 하고, 1.7월 차이인 두 딸들은 소꿉놀이가 한창이었다. 늘 그렇듯 약 10-15분 뒤에 두 자매에게 다툼이 생겼다. 보통은 첫 째가 말로 동생을 약 올리고 언니만큼 표현하기 어려운 둘째는 답답함에 언니를 때리고 둘 다 혼나는 패턴이다. 그날도 그러려니 하고 바라보는데, 웬일인지 첫 째가 둘째를 열심히 팬다(?). 당황한 나는 두 아이를 앉혀서 훈육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화제를 돌려 상황을 마무리했다. 사건은 마무리되었지만 둘째를 때리던 첫째의 모습은 잊히지 않고, 그동안 첫째가해왔던 유치원에서의 이야기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블록놀이를 하다가 친구에게 맞았고 선생님이 오셔서 친구가 사과를 했다.', '바깥놀이만 가면 자꾸 괴롭히는 친구가 있어서 가기 싫다.', '오늘은 바깥놀이 할 때 원래 솔이랑 놀기로 했는데 솔이가 나랑 놀지 않고 다른 친구랑 놀았다.' , 등등.
동생을 때리 던 모습이 약간 악에 차오른 분노 같기도 했고, 마치 그렇게 맞아본 혹은 맞는 걸 본 것 같은 찜찜한 느낌은 그저 나의 사회생활보다 어려운 6살 유치원 생활이라고 생각하며 넘어갔던 지난 대화들을 곱씹어보게 했다. 생각의 꼬리를 물다 보니 문득 '내 딸, 왕따 당하나?'라는 지점에 다를 때쯤 '어떡하지?', '얼마 전 왕따를 괴롭히던 고등학생들을 그냥 지나쳐서 벌 받나?'라는 생각이 얽히었다. 복잡한 마음을 터놓을 곳이 여의치 않아 고등학교 절친들과 함께하는 그룹채팅방에 써 내려갔다. 그냥 구구절절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에 공유했고, 예상치 못하게도 가장 바빠서 연락아 뜸 한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자 잘 들어봐. 교실에서의 갈등은 무조건 있어. 일단 선생님께 첫째가 원에서 느끼는 감정을 사실대로 이야기해야 해. 그다음 선생님을 통해서 첫째가 유치원에서 지내는 모습을 들어봐. 서로의 시각이 다를 수도 있고, 비슷할 수도 있고, 일단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 선생님도 그 아이를 관심 있게 관찰하기 되거든. 그런 다음 첫째와 성향이 비슷하거나 어울릴만한 친구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제안을 해봐." 전화를 받기 전 내 마음은 드라마에 나오는 극성스러운 엄마들과 같이 관리를 어떻게 했으면 우리 애가 이런 지에 대한 분노가 있었고 그것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힘들었던 것 같았다. 친구의 조언을 들어보니 비난보다는 상황을 파악하고 방법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소통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다음날 차분하게 실행을 했다.
그렇게 시작된 선생님과의 상담에서 몰랐던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듣게 되었다. 6살은 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관심을 표현하는데, 그게 미숙해서 과격하게 다가가는 모습이 있다는 이야기와 원에서 몇몇 친구가 좋아하는 마음에 졸졸 따라다니고 바깥놀이를 할 때도 놀라게 하는 행동들이 있어서 아마도 그런 것들이 위협적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또 우리 집 첫째는 같은 여자인 친구들과 잘 지내고자 마음을 많이 쓰고 챙겨주는 경향이 있는데, 그 친구가 다른 친구와 놀면 서운해하는 마음도 많이 느끼는 듯하다고 하셨다. 그런 마음을 극복해 가는 것도 성장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서운했던 감정을 원에서 잘 풀고 하원할 수 있도록 선생님께 이야기하고 상황 설명을 받을 수 있도록 지도해 달라는 말로 상담은 마무리되었다.
어디선가 육아의 최종 목표는 자녀의 독립이라면서, 아이 스스로 실패, 성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어렵다. 조리원에서 밤 낮 없이 우는 소리에 귀신 들린 듯 나가보던 때부터 '다툼'이라는 단어에 '왕따'라고 반응하는 나는 한 템포 쉬어야 한다. 늘 옆에 있고 싶은 건 자녀가 아니라 엄마라는 말에도 공감한다. 늘 어러웠던 자녀로부터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적절한 개입을 위한 관찰을 한다는 게 이런 건가 싶은 이번 에피소드를 마음속에 저장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