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0. 워킹맘 로그

작아진 자존감보다 함께하는 멋진 파트너이길

by Wonderfull

살다 보면 그런 기억들이 있다. 참 열심히 했는데 여전히 나는 비주류에서 허우적거리고, 반대로 그냥저냥 분위기를 따라갔을 뿐인데 어느새 센터에 서서 박수를 받기도 한다. 내가 참 부족했나? 싶기도 하고, 여기랑은 안 맞나?라는 생각도 하며 몇 번의 퇴사도 하고,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졌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냥 어떤 날은 운이 따르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며 참 알 수 없는 인생이라며 훌훌 털어버렸다면 그렇게까지 부족하고 못난놈이라고 스스로 작아지고 힘들어하지 않았다면 좀 더 행복한 시간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준 두 아이의 발표회 관람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둘째 어린이집의 발표회가 있었던 날이다. 발표회를 열심히 연습 중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던 3-4주 동안 꾸준히 노래를 흥얼거리며 연습했던 둘째였다. 몇 번의 연습 동안 선생님은 적극적으로 연습하는 아이의 모습을 알림장에 남겨주셨고, 그렇게 발표회 날이 되었다. 전반적으로 인생 30개월 정도를 살아낸 10명의 친구들이 일렬로 섰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긴장이 되었는지 누군가는 울기 시작했고, 그런 친구를 바라보고 이 상황을 이해하려 눈을 굴려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배웠던 대로 선생님께 집중하며 연습했던 것을 쏟아내기도 했다. 우리 집 둘째는 무대체질에 가까운 듯했다. 10명의 아이 중 키도 제일 컸고 점프를 포함한 모든 동작에서 가장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 4-5곡의 무대 동안 늘 오른쪽 끝 혹은 왼쪽 끝을 왔다 갔다 하며 그녀에게 전체적인 스포트라이트가 가기는 좀 어려워 보였다. 둘째는 참 열심히 했지만 전체적인 둘째의 포션은 그냥 그렇게 보통으로 마무리되었다. 선생님께 몇 마디 아쉬움을 전할까도 싶었지만 둘째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선생님과도 소통이 적었고, 여러 가지 부모 참여 수업 기회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내가 자초한 상황이라는 판단이 들어서 그냥 그렇게 마음을 접고, 혹시라도 자존감이 무너졌을 둘째에게 더 많은 칭찬과 박수를 보냈다.


2주가 흘러 첫째 아이 유치원 발표회에도 참석했다. 엄마 기대해도 좋아~라고 말했던 첫째이지만 몸치 플러스 박치인 걸 알기에, 마음의 실망감을 비추지 말아야지를 되새기며 관람을 시작했다. 그런 마음 가짐이 무색하게도 첫째는 대부분의 공연에서 센터를 맡았고 잘하기보다는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꾸준히 분위기를 이끄는 리더의 역할을 했다. 어딘가 한 템포 느리지만 센터를 지키는 첫째 아이의 무대 영향력을 보자니 놀랍기도 했고, 세상사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렇게 첫째는 적당한 실력으로 중요한 역할을 마치고 양 어깨가 듬뿍 올라온 모양새로 발표회를 마쳤고 그렇게 스스로 훌륭했던 모습을 기억하며 마무리했다.


인생에서 그런 날들이 많다. 마치 내가 부족하고, 멍청해서, 혹은 열심히 해도 안 되는 머저리 같은 존재라며 스스로 자책할 때가 있다. 생각보다 세상은 내가 노력한 결과를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주변 환경과 상황이 나를 만들고 결과를 만들기 때문에 개인의 능력과는 상관이 낮을 확률이라는 결론을 내어본다. 그렇게 제어하기 어려운 것들로 스스로 작아지기보다는 그 순간을 즐겁고 행복하게 흘려보내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웃으며 나아가는 나를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항 요즘이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양다리를 걸쳐 여기저기서 온전하지 못함으로 핍박받는 나 같은 워킹맘에게 홀로 무언가를 온전히 투자해서 성공하는 삶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그 자리에서 버티고 끝까지는 웃는 사람이 남는다는 메시지는 위로가 된다. 새해고 다시 한번 함께하는 파트너들과 해냈다는 감사가 전부인 하루하루가 쌓여 함께 좋은 결과를 만들어갈 기대를 하며 살아가길 소망하는 밤이다.


작가의 이전글EP29. 워킹맘 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