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2. 워킹맘 로그
엄마로 출근하는 오후 6시
by Wonderfull Jul 27. 2024
어머님의 도움과 지원을 적극적으로 받으며 직장생활을 하는 나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지켜야 하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 그건 바로 '오후 6시까지 귀가하기!'. 6시 이후 일과는 거의 늘 같은 일상이지만 매일 마시는 물처럼 중요하다.
옷을 갈아입고 아이들을 목욕시키며 하루 있었던 이야기도 듣고, 어떤 생각을 하며 지냈는지도 물어보며, 아이들의 하루를 체크한다. 그 사이에 어머님은 저녁식사를 준비해 주신다. 아이들 로션도 발라주며 다친 곳은 없는지 아토피가 올라오거나 아픈 곳은 없는지 살피고, 옷을 입히다 보면 부엌에서 '밥 먹을 준비하자~!'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맛있는 냄새에 대한 기대감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열심히 표현하며 상을 차리고 다 같이 저녁을 먹는다. '맛있다!'라는 표현과 최선을 다해서 많이, 잘, 먹으며 저녁을 준비해 주시는 어머님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표현한다. 그러면서 넌지시 하루 동안 홀로 스트레스받고 힘들었을 일들을 물어보고 그 감정들이 분출돼서 쌓이지 않도록 맞장구와 준비해야 할 것들을 챙긴다. 어머님의 불만은 소소하다. 메뉴를 준비하다 보면 냉장고에 없는 재료 혹은 양념들에 대한 것, 덥거나 추운 날 아이들과 바깥활동을 하는 불편함, 첫째와 둘째가 의견충돌로 어머님이 난처했던 일들, 이따금씩 현금을 요구하는 아버님에 대한 분노들이다.
그렇게 듣고 맞장구를 치며 식사 뒷정리를 하고, 빨래, 집정리를 하며 아이들과 함께 할 놀이를 모색한다. 그림 그리기, 한글 쓰기, 블록놀이, 교구놀이 등이 후보인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를 가장 자주 하는 듯하다.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도 물어보고, 이걸 주고 싶은 친구도 물어보며 아이와 시간을 보낸다. 요즘은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쳐서 스트레스를 받아하길래 대화하다가 영어로도 이야기하다 보면, 귀 기울이고 뭔가를 시도하려는 첫째와 노 잉글리시 엄마~라는 둘째 사이에서 귀여움과 안타까움 사이 어딘가의 감정을 느낀다. 그렇게 시계가 8시 30분을 향해가면 양치를 하고, 보고 싶은 책 1-2권을 들고 잠자리에 모인다. 한글을 제법 읽기 시작한 첫째와 책 내용을 그냥 외워버린 둘째랑 나눠서 읽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9시가 되고, 그렇게 불을 끄고 감사 기도를 하고 잠에 든다.
아이들과의 일과를 마치고, 내일 아침식사 준비, 아이들 알림장을 확인하고, 준비물을 챙겨두고, 그 사이에 귀가한 남편과 간단하게 아이스크림 혹은 과일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시계는 10시를 가리킨다. 그리고 나는 조기 퇴근으로 못다 한 회사일을 마무리하는 자정 혹은 새벽 1시쯤 잠에 든다. 일을 하다 보면 조기 퇴근이 어려워 보이는 날들이 있다. 사건 사고를 해결해야 하거나 정말 급한 일들은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다음날로 미룰 수 있는 것들은 양해를 구하고 어떻게든 6시에 엄마로 출근한다. 그렇게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같은 패턴으로 몇 바퀴를 돌고 돌아 가정과 일 둘다를 포기하지 못하는 슈퍼워킹맘으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