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외롭다는 남편
지난 10년 간 남편과 함께하며 아픈 모습을 본 건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었다. 그런 그가 요즘은 몸과 마음이 허 한지 2-3개월 동안 지독한 감기와 사투 중이다. 나을 듯 말 듯하며 그놈이 질기게 붙어 있다. 아픈 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은 식 후에 '약 먹었어?', 심해진 듯했을 땐 '병원 가봤어?', 주말에는 '좀 더 자. 내가 애들 데리고 나갔다 올게' 정도인 듯하다. 연애 할 땐 생강차, 배도라지, 전복죽 등 컨디션 회복을 위한 것들도 챙겨주고 옆에 누워 같이 티비보며 그의 회복을 함께 했었던 걸 생각해 보면, 지금은 그 저 그렇게 아파버리면 그 몫까지 해내야 하는 전우의 삶을 살아내기 급급 한 것 같다.
며칠 전 한창 야근하며 머리를 싸매 던 저녁 11시, 남편이 찾아와 대화를 하자고 했다. 그리고 몹시 외롭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의 마음속에 불편한 감정들을 토로한다. 부부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믿고 노력하는 그는 사소한 감정, 지나가는 감정들도 이야기하는 편이라 놀랍지는 않은데, 그 중요성을 알고도 입 밖으로 내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나는 늘 가슴과 머릿속에 박힌 말들을 예쁘게 필터 해서 말을 할 줄 몰라서 그렇게 답답함으로 삭히며 지나간다. 그날도 굉장히 피곤했고, 오늘 밤에 다하고 잘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야근을 하던 중 남편의 코멘트로 맥이 풀리며 그냥 일단 다 접고 자야겠다며 지나갔다.
외롭다는 그의 말이 이해되기도 한다. 맞벌이여도 마이너스인 우리의 통장은 점점 말라가고, 힘들게 일하고 일터에서 돌아오는 저녁 8-9시쯤엔 아이들과 베드타임으로 숨죽여야 하고, 9시 이후에는 야근하는 와이프를 멀리서 바라보며 플스 게임과 유튜브에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하고, 다음 날 새벽부터 시작되는 그의 쳇바퀴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으니 외롭고, 힘들다는 말이 이해되기도 한다. 반면 내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다. 통장이 말라가는 거야 우리 둘을 위한 소비는 없으니 남편의 마음과 같고, 6시 통금시간을 지켜내기 위해 정신없이 일하다가 귀가하고, 하루 종일 집안일을 하시며 쌓아둔 어머님의 잔소리 폭탄, 아이들의 알림장, 숙제 등을 챙기고 9시에 취침까지 하면, 부랴부랴 9시 미팅으로 넘어가며 야근이 시작된다. 자정이 돼서야 노트북을 끄고, 쌀을 씻고 빨래를 널고 널브러진 집안을 정리한다. 잠에 들기 전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강제 이완하고 그렇게 잠이 드는 나의 쳇바퀴 속에 남편과의 대화, 교감, 뭐 그런 것들이 없으니 그의 말이 아마도 100% 맞을 듯하다. 아. 가끔 멘탈이 안 좋을 땐 플스하고 유툽보며 잠드는 그의 눈에는 남아있는 집안일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코멘트에 분노하며 한 침대에서 등 돌리고 잘 때도 있으니 150%쯤 맞는 듯하다.
어디서부터 멈춰서 바꿔야 이 외로움의 쳇바퀴가 멈춰질까? 직무를 바꿔서 커리어에 대한 것들을 좀 놓아보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아이 옆에서 같이 잠이 들어 새벽 1시에 일어나 또 쌀을 씻고, 빨래를 너는 휴일. 너만 힘드냐며 왜 이렇게 징징거리냐며 크게 싸웠던 작년의 어느 날이 떠오르며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외로운 밤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