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5. 워킹맘 로그

다양한 엄마관 그 중간 어딘가를 향해

by Wonderfull

유치원의 학기 상담이 시작되었다. 업무량은 그대로인 반반차라 서둘러 마무리를 하며 옆좌석 동료에게 나 오늘 너무 중요한 날이라서 일찍 간다고 일러둔다. 친구가 왜 중요하냐고 묻는다. 오늘은 둘째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어떤 분인지 성향도 파악하고, 반대로 그런 그에게 우리 아이가 좋은 인상으로 남아서 많은 기회와 관심을 주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했다. 3초 간 말을 이어가지 못하던 동료는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라고 한다. 그렇게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공주님처럼 혹은 연예인처럼 늘 누군가가 우리의 삶을 높여주지 않잖아. 아무도 나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 익숙해져야 하고, 그 속에서 나를 잘 보살피고 살아가는 방법을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해.' 일리 있는 말이라며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서둘러 원으로 행하는 내 두 손에 들린 간식들을 보니 몸과 마음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 듯하다.


그 동료와 나는 비슷한 시기에 출산과 육아, 일까지 같은 시기에 전쟁을 치르고 있다. 내가 첫째 출산을 하고 복직했을 때, 그녀가 출산하러 들어갔고, 둘째를 출산하고 돌아오니 몇 개월 뒤 그녀도 출산하러 갔다. 둘 다 동성인 딸을 키우고, 팀 내에서도 투탑으로 자리를 지키며 계속적으로 성장하고 승진하는 트랙을 타서인지 어딘가 모르게 선의의 경쟁을 하기도 하고, 누구보다도 나의 어려움과 고민을 잘 이해하기도 한다. 첫 출산을 경험하고 6여 년이 흐르는 시간 동안 굉장히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르기도 하고, 다른 듯 하지만 아이에게 좋은 걸 주고 싶은 엄마의 근본적인 마음은 같은 대화들을 나누며, 그녀의 조언들을 내 삶에 적용해보기도 했다.


언젠가 같은 장난감을 2개 사는가? 1개 사는가? 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나는 당시 자녀들이 시기적으로 소유욕이 폭발하고 대화가 통하지 않던 3-4살들이라서 무조건 2개를 사야 한다고 했다. 돈이 좀 아깝긴 해도 당근으로 사고팔며 집안의 평화를 일단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며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특히 둘째로 자랐던 나는 늘 언니에게 치여 뭐 하나 장난감을 원하는 대로 가지고 놀아본 적이 없어서 인지 2개 아니면 0개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그 친구는 당연히 1개를 산다고 했다. 처음에는 좀 싸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서 서로 순서대로 가지고 놀거나 같이 가지고 노는 방법들을 배우고 체득해 갈 것이라고 했다. 일부 일리 있는 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은 어차피 주어진 조건값 안에서 스스로 방법을 찾아갈 것이라는 생각에 2개가 꼭 필요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결국 힘이 조금 더 세고 지능이 앞서있는 첫째 위주로 소유권이 정리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따라서 1개를 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말을 알아듣는 5-6살이 되었을 때 한 개씩 구매하며 번갈아가며 소유를 정해준다. 때론 내 손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상대방과 딜을 하기도 해야 하는 상황들을 제시하며 그렇게 나름의 합의점을 찾아가 봤다.


얼마 전 우리는 그런 대화를 했다. 계속 승진할 것인가?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인가? 일인가? 조부모님이 육아를 함께 한다 하더라도 엄마와 할머니는 다른 법. 아이에게 부모는 필요하고, 남편의 사회생활이 꽃이 피려면 아내가 그 자리를 지켜내야 하고 반대로 아내가 커리어의 황금기를 맞이할 수 있는 건 그 자리를 남편이 지켜주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출산 후 아무런 생각 없이 앞에 닥친 일들을 하나씩 하다 보니 오늘이 되었다. 전 직원이 지켜보는 타운홀 미팅에서 그동안 일을 너무 잘해온 직원으로 칭찬도 받고, 내 가장 큰 프로젝트가 진행될 예정인데, 담당자로 지원하도록 제안도 받았다. 그동안 많은 부분을 어머님과 남편에게서 서포트를 받아왔고, 육아로 못했던 일들은 밤잠을 줄여가며 일을 하는 일상을 반복했다. 이제는 조금씩 몸이 이상신호를 보낸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이게 맞나?라는 고민 속에 조금씩 속도를 늦춰보고 다져보고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비한다. 남편의 이직을 응원하고, 자리를 지켜내고,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천천히 간다. 나와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그리고 일을 하는 것이라 되새기며 신데렐라 마냥 자정을 넘기지 않도록 노트북을 끄고, 오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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