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그 불안함
얼마 전 우연치 않은 기회로 인해 평가위원을 자격으로 3박 4일 동안 호텔에서 붙잡혀 일했던 적이 있었다. 한 그룹에 4명 정도의 평가위원과 1명의 행정보조(일명 알바 혹은 인턴)가 었었다.
3박 4일의 일정 동안 같이 지내다 보니 서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고 행정보조였던 그 친구와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일이 많았다.
그는 3박 4일의 일정 동안 알바임에도 불구(딱히 열심히 할 필요는 없고 책임도 질 필요 없는)하고 참 열심히도 우리를 챙겨주었다. 그리고 그는 본인이 도움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말해달라고 하면서 알바답지 않은(?) 태도로 우리에게 대했다.
그가 마지막 밤인 3일째 되는 날 저녁에 우물쭈물 대며 나에게 물었다.
""저 잘하고 있는 걸까요?. 취업준비를 하려고 자격증도 따고 인턴도 해보고 교환학생도 했는데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던 이유는 내가 소위 대기업이라는 곳에서 인사 직무를 하고 있어서 이기도 했겠지만 그는 직장을 다니고 있는 입사 선배에게 본인이 잘하고 있는지 불안해서 그리고 확인받고 싶어서 일지 모르겠다.
그는 내가 보기에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요즘의 취업준비생들이 하는 것들은 다 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성실한 태도와 센스까지 겸비한 A급 인재였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랬고 신입사원이었다면 탐냈을 만한 친구였다.
그런 그가 자기가 잘하고 있는지 불안하다고 취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이 조금은 의아할 수 있겠으나 그가 가진 불안함은 요즘 세대이자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라면 다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가 "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에 회사에 몸담고 있는 선배이자 인사직무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잘하고 있다고 지금처럼만 하면 원하는 직장과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나조차도 자신이 없었다.
나는 그에게 나의 경험에 비추어 최선의 답변을 한다고 했지만 식상한 답변밖에 할 수 없었다.
"지금 준비한 것들도 좋지만 원하는 업종(업계), 직종에 맞게 준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사회에 나가 돈을 번다는 것, 직업을 가지는 것 무엇보다 원하는 일을 하는 것과 같은 당연한 순서이자 권리와 같은 것들이 불투명해진 사회와 기업의 채용시스템을 만드는데 일조한 것만 같은 죄책감이 나의 공허한 답변과 함께 나의 마음 근처에 맴돌았다.
아무리 준비해도 불안한 미래와 취업
예전에는 어떤 자격증이 있는지, 어디 학교를 나왔는지, 성적은 어떤지, 영어성적은 어떤지 와 같이 어느 정도 보이는 것들이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했겠지만 지금은 무엇을 준비해야 확실히 본인이 원하는 직장 그리고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일단 준비할 수 있는 건 다해보라고 답변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사회에 나가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어쩌면 당연한 권리에
이토록 많은 불안함을 느껴야 하는 그 친구에게 직장인 선배로서 그리고 사회에 먼저 나간 선배로서 시대를 조금 더 앞서 경험한 것에 대해서 참 미안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