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적응도 어느 정도 하고 평소에 쾌활했던 직원이기에 그냥 단순한 고민이 있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머뭇머뭇하더니 내게 말했다.
"저.. 죄송한데 회사랑 안 맞는 것 같습니다. 퇴사하려고 합니다."
그 얘기를 듣고 왜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건지, 무엇이 문제 인지 물었으나 신입사원은
"아닙니다. 그냥 제가 일하고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한 것과 달랐어요."라고만 대답했다.
더 자세한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으나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듯한 표정과 이미 결심을 한 듯하여
알겠다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내가 근무하던 회사는 다른 조직에 비해 1년 이내 퇴사율이 높았다. 특히 영업직군의 퇴사율은 사무직의 2배 이상이었고 잦은 퇴사로 인해 업무공백이 발생하여 매출에도 직간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HR을 담당하고 있는 나로서는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되는 문제였다.
* 2019년 조사기준으로 신입사원의 31%가 입사 1년 이내 퇴사를 한다고 한다. 퇴사를 선택하는 가장 많은 이유는 '적성과 안 맞는 직무 (59.2%)'였고 다음은 '대인관계 등 조직 부적응 (26.4%)다. - 출처 : 신입사원 31% "입사 1년 이내 퇴사" - 머니투데이 뉴스 (2019)
왜 그들은 회사를 손절할 수밖에 없었을까?
각자 다른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과 오랜만의 저녁자리에서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나 회사랑 안 맞는 것 같아. 회사 손절하고 나가야겠어."
* 손절 : 관계를 끊는다는 의미로 쓰이거나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다른 것을 선택한다는 의미로도 쓰이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하나의 밈(Meme)처럼 유행하다가 이제는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쓰이는 용어이기도 하다.
그 친구는 직장생활한지 6개월도 안됐었고 본인이 만족하는 좋은 회사로 이직한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자리에 있던 일행들은 어리둥절했다. 친구는 회사를 나가기로 결정한 이유를 몇 가지 이야기했다.
1) 첫인상부터 실망했다.
그는 첫 출근이다 보니 30분 정도 일찍 출근했다고 했다. 사무실 앞에 도착했으나 채용담당자는 연락조차 되지 않았고 출근하는 다른 직원에게 물어봐서 미팅룸에서 30분을 기다렸다고 했다.
30분이 지나 채용담당자와 형식적으로 인사한 후 자리에 왔으나 담당 팀장은 휴가 중이었고
심지어 PC 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아 전달해준 입사 준비서류와 책자만 읽다가 퇴근했다고 했다.
PC는 다음날 준비되었지만 출입을 위한 사원증은 일주일 후 받았고 기본적인 사무용품 조차 옆 직원에게 빌려서 썼다고 했다. 그는 이미 기대하던 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2) 신입 구성원에 대한 인수인계나 절차가 전혀 없었다.
그는 사전 면접 단계에서 소속 부장과 팀장에게 어떤 일을 할 것이고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얘기를 나누었기에 업무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그의 기대와는 달랐다.
첫 출근 후 며칠간은 회사 돌아가는 사정을 파악하느라 시간을 보냈지만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그는 업무에 대한 어떠한 인수인계 자료도 받지 못했다. 담당 팀장은 그가 해야 할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기존 직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받으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업무 인수인계를 하는 직원은 본인 일이 바빠 업무와 관련된 오갔던 메일, 자료를 보내주고 읽어보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다. 그는 일을 하면서 배울 수밖에 없었다.
3)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는 직무 커리어를 개발하고자 이직을 결정했었다. 주도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고 새롭고 도전적인 업무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의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실무자가 할 수 있는 의사결정은 아무것도 없었고 권한은 주어지지 않았다. 모든 것은 팀장이 의사결정이 없다면 업무 진행이 불가능했다.
직원들에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신입사원, 경력직이지만 이제 입사 1년 차인 사람들에게 우리가 그리고 조직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이제 막 회사에 들어온 그들은 무언가 이루고자 하는 의욕이 가득 찬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처음 회사를 다니는 신입사원은 조직에 대한 소속감, 무언가 해볼 수 있다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고 이직을 한 경력사원은 본인의 커리어 목표가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의욕이 좌절되는 때에는 마음을 돌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회사는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특히 이제 입사한 지 얼마 안 된(1년 이내) 직원들은 조직에 융화하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관심을 주어야 한다.
지금은 많은 조직들이 새로운 구성원이 오면 그들이 조직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OJT, 월컴 킷트, 라운드 런치미팅(팀원들과 친해지는 차원에서 돌아가면서 밥 먹고 얘기하는 형식)과 같은 활동들을 하고 있다. 또한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도 최근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
정말 우리가 일하고 싶은 회사는 내가 성장하는 회사, 새롭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는 회사,
자율적이며 도전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왜냐하면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람들은 직장 내에서 본인의 커리어 개발이나 성장, 비전을 위해서 회사를 다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