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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게 BEP라는 여정과 딜레마

스타트업 비용 절감의 딜레마와 선택

by Nickneim


손익분기점(BEP)을 넘는 건 스타트업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입니다. 특히 현재와 같이 거시적 시장환경이 좋지 않고 투자자가 보수적인 환경에서는 성장에 투자하되 이익을 내야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라는 목표는 더욱 부담스럽게 다가옵니다.

실제로 2024년 1~9월 동안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 건수는 전년 대비 30% 감소했으며, 특히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투자 감소가 두드러졌습니다. (출처: 더브이씨)


최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심각한 경영 악화와 폐업 사례의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2024년 9월까지 폐업한 스타트업은 144곳(출처 : 더브이씨)으로,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또한,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스타트업 25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0.2%가 ‘작년보다 경영 여건이 악화됐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가장 큰 유혹은 비용 절감을 통해 빠르게 목표에 도달하려는 것입니다. 단기적인 생존을 위해 복리후생 축소, 인건비 삭감, 마케팅 예산 축소 등 다양한 방법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이 당장은 재무 상태를 안정시킬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조직의 건강과 성장을 갉아먹을 위험이 있다는 점입니다.

비용 절감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의 팀과 문화(예를 들면 초기 스타트업이 많이 가지는 비전에 기반한 구성원들의 많은 투자와 노력)를 잃어버릴 수 있고 손익분기점을 넘게 되면 다음에는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가를 방향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모든 스타트업과 조직의 목표는 단순히 손익분기점을 넘는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이기 때문입니다.


1. 비용 절감은 “효율화”이지 “축소”가 아니다

스타트업은 종종 손익분기점 달성을 위해 비용을 줄이려고 “무엇을 없앨 것인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장기적으로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복리후생을 줄이거나 인력을 감축하면 즉각적인 재무 개선은 가능하지만, 이는 곧 직원의 사기 저하와 생산성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인건비 절감을 위해 감원을 시도하면 남아있는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핵심 인재가 회사를 떠날 위험이 높아집니다. 스타트업은 모든 구성원이 ‘멀티플레이어’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 명의 핵심 직원이 떠날 경우 그 공백을 메우는 데 더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력이 줄었을 때 효율화를 고민하거나 문제를 파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경우는 해당 인원이 저성과자이거나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일해왔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용 절감은 단순한 축소가 아니라, 자원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비용은 절감 자체가 중요하기보다는 절감한 리소스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단순히 단기적으로 비용이 절감되면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인력이나 조직의 부담이 더 늘어났거나 현재의 문제를 잠시 이월한걸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면 마케팅 비용의 감소는 단기적으로 비용 효율화를 한것처럼 보입니다. 마케팅 비용은 감소했는데 매출은 크게 줄어들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마케팅 효과의 발생시점의 차이로 인한 착시인데 현재의 마케팅 리소스는 다음달 혹은 3개월 뒤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 마케팅 비용 절감의 효과가 발생하게 되면 왜 매출이 줄었는가에 대해 원인을 다른데서 찾게 될지도 모릅니다.


2. 직원은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다

인건비는 스타트업의 비용 항목 중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줄이기 쉬운 대상이 되곤 하죠.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과 조직에서는 비용 절감의 시도로 인건비 절감을 많이 시도 합니다. 인건비 절감을 하게 되면 비용 감소 폭도 클뿐더러 조직이 정리된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직원이 줄어들면 단순힌 인건비 뿐만 아니라 두사람이 하던 일을 한사람이 하면서 효율화 되는것처럼 보이고 조직 내 소통 비용과 부대 비용이 줄어들면서 효율적인 결과처럼 보여집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결국 동일한 포지션을 다시 채용을 하거나 오히려 더 많은 인건비를 투자하여 재채용을 하는 케이스도 종종발생하게 됩니다. 이는 직원을 비용으로 인식하고 재무적으로 절감을 했기 때문입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감원을 선택하면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핵심 인재가 떠날 경우 조직은 새로운 인재를 찾아 재채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됩니다.

한 명의 직원을 대체하고 재교육하는데 드는 기간은 평균적으로 약 6개월이 소요되고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 직원 온보딩과 교육 등을 고려하면 상당한 리소스의 낭비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건비의 절감은 비용이 아니라 자산의 관점에서 봐야하고 지속가능성과 미래 투자 관점에서 신중한 선택이 되어야만 합니다.


3. 복리후생은 당장 없어도 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복리후생은 스타트업에서 종종 “당장 없어도 되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오피스 간식 예산을 없애고, 건강 보험 혜택을 축소하거나, 문화 활동 지원비나 교육비를 폐지하는 것과 같은 액션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복리후생은 단순한 비용 항목이 아니라, 직원들의 충성도와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복리후생은 하나하나의 요소로 보면 얼마 안되는 비용이거나 없어도 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복리후생 축소는 직원들에게 조직이 직원 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메세지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즉 회사가 직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행동으로 보여지는 것이죠. 이는 직간접적으로 직원들의 몰입도나 동기부여를 낮출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조직은 복리후생의 목적과 가치에 집중해야 하고 회사가 직원들에게 줄 수 있는 신뢰도의 관점에서 설득력 있는 메세지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방향성과 목적에 충분히 공감대가 있다면 이는 오히려 단합력을 높이고 위기를 같이 헤쳐나가는 공동의 목표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비용 절감은 단순히 숫자를 맞추는 과정이 아닙니다. 이는 조직이 제한된 리소스와 자원을 더 잘 활용하고, 팀의 민첩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복리후생 축소나 인건비 절감 같은 단기적 접근법은 빠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조직의 신뢰와 문화에 부정적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기 위한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목표”를 잃지 않는 것입니다.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팀의 열정과 동기를 유지하는 균형을 잡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입니다. 비용 절감의 과정에서 팀원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으며, 장기적인 성장을 염두에 둔다면 스타트업은 더 강해지고, 더 단단한 기반 위에서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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