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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d of Hypergrowth

하이퍼그로스가 끝난 시대,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남아야 하는가

by Nickneim


우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빨리 망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1. 우리는 한때, 빠르게 크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지금 안 키우면 기회는 없다.”

“속도에서 지면, 시장에서 지는 거다.”


그 시절엔 성장이 전략이었고, 속도는 무기였다.

스타트업은 채용을 늘리고, 유저 수를 쌓고, 다음 라운드 투자로 성장 곡선을 증명했다.


우리는 하이퍼그로스를 믿었다.

‘인재가 더 들어오면 속도는 빨라질 거고,

빠른 실행이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많은 창업자와 리더들은 고백한다.


“우리는 너무 많은 걸 너무 빨리 했어요.
그리고 그만큼 조직 안에는 구조가 없었어요.”


이제 더 이상, 빠르게 달리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이 되지 않는다.

속도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속도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2. 하이퍼그로스가 멈춘 시대


2024년, 투자 시장은 위축되고, 고금리는 자금 확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때 쉽게 쌓이던 채용 계획표는 사라졌고, 외형 확장은 내부 구조를 마주하게 했다.


우리는 성장만 바라보느라,

조직 내부의 ‘지속 가능성’을 설계하지 못했다.

• 채용은 늘었지만 온보딩 시스템은 미완성이고,

• 성과는 요구되지만 목표는 바뀌기를 반복한다.

• 핵심 인재는 나가고, 남은 사람들은 조직의 피로도에 지쳐간다.


그리고 우리는 깨닫는다.

성장이 아니라, 성장의 방식이 문제였다는 것을.




3. 더 이상 ‘속도’만으로는 갈 수 없다


속도는 시장을 뚫는 데는 유리하지만, 조직을 지탱하진 못한다.


빠른 결정, 빠른 실행, 빠른 확장이 반복되면

조직은 ‘빠른 실패’보다 ‘지속적인 방향 상실’에 가까워진다.


속도 중심의 조직은 늘 리소스를 갈아넣는다.

사람, 시간, 에너지.

그리고 결국엔 ‘신뢰’까지 소모한다.


결국 이렇게 질문하게 된다.


우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빨리 망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4. 이제 필요한 건, 구조다


지금 스타트업에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실행이 아니라, 더 단단한 기반이다.


그리고 이 기반은 아래 네 가지 질문에서 시작된다.


① 우리는 ‘무엇을 줄일까’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선택하고 있는가?


리더들은 위기가 오면 본능적으로 ‘감축’을 선택한다.

비용을 줄이고, 사람을 줄이고, 마케팅을 줄인다.

하지만 진짜 질문은 이거다.


“우리가 이 시기에도 끝까지 지켜야 할 핵심은 무엇인가?”


핵심 고객?

핵심 인재?

핵심 제품 구조?


조직은 버티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에서 유지된다.


② 우리는 더 많은 인재보다, 더 높은 인재 밀도를 만들고 있는가?


지금까지의 확장 전략은 ‘많은 인재’가 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밀도 높은 인재’가 답이다.

• AI는 단순한 업무를 자동화하고,

• 조직은 더 작은 팀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밀도 높은 조직은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는 자율성과,
그 자율성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갖춘 팀”


③ 우리는 구성원에게 ‘성과’보다 ‘맥락’을 제공하고 있는가?


지금 성과를 내야 한다는 건 모두 안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결과’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은 이렇게 묻는다.


“왜 이 일을 해야 하죠?”
“이게 내 커리어와 어떻게 연결되죠?”


스타트업은 더 이상 “여기서 배우면 빨리 성장할 수 있어”만으로는 인재를 붙잡을 수 없다.

회사의 방향성과 구성원의 성장 방향이 연결될 때, 그들은 남는다.


④ 우리는 속도보다 일관성을 만들고 있는가?


과거에는 “실행 먼저, 나중에 정리”가 가능했다.

지금은 실행 전에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한다.

• 협업 기준,

• 의사결정 프로세스,

• 책임과 권한,

• 문제 대응 방식.


이 모든 구조가 ‘예측 가능한 시스템’ 위에 있을 때,

조직은 덜 흔들리고 더 오래 간다.




5. 성장의 방향을 바꾼 조직들이 보여주는 것


지금 많은 스타트업들이 그 방향을 바꾸고 있다.

‘그로스’보다 ‘구조’, ‘속도’보다 ‘밀도’에 집중하고 있다.

• 채용을 줄이고 온보딩을 강화하고,

• 마케팅 비용보다 리텐션을 설계하며,

• 프로덕트 스프린트보다 고객 인사이트 루프를 우선한다.


이들은 빠르게 크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고 오래 갈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있다.




6. 하이퍼그로스는 끝났다. 이제는 구조가 시작이다


우리는 한동안 ‘빠르게 크는 게 정답’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 속도가 만든 피로와 한계를 체감하고 있다.


지금 리더들이 해야 할 일은

‘언제 회복될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도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다.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성장의 방식이 바뀌었을 뿐이다.

속도는 전략이다. 하지만 구조는 지속 가능성이다.
하이퍼그로스가 끝난 지금,
우리는 더 작지만 단단한 조직으로,
더 느리지만 일관된 실행으로,
다시 성장의 출발선에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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