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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art Up Growth Curve

성장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by Nickneim


“성장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그리고 그 곡선은 언제든 꺾일 수 있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한 10팀 중 7팀은 3년 내 시장에서 사라진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기업 생존율 통계(2023)’에 따르면, 국내 창업기업의 3년 생존율은 38.2%에 불과하며, 5년 생존율은 27.5%까지 떨어진다¹.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TIPS 프로그램 등 정부 지원을 받는 유망 스타트업의 경우에도, 5년 안에 절반 이상이 시장에서 철수한다².


왜 실패하는 걸까? 자금 부족? 경쟁 심화? 정부 지원의 한계?


그보다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조직이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반응을 얻기 시작하고, 팀이 커지고, 투자금이 유입되는 순간부터, 스타트업의 본질은 제품에서 조직으로 이동한다. 기술과 아이디어는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두 번째 관문—지속 가능한 성장—을 통과하려면 조직이라는 구조물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이 전환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 스타트업의 실패, 외부보다 내부가 문제다


한국의 스타트업 현장에서는 종종 ‘PMF를 달성하면 끝’이라는 오해가 있다. 하지만 PMF(Product-Market Fit) 이후에도 조직은 수많은 변곡점에 직면한다.


2023년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500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장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조직 운영 역량 부족’(42.6%), ‘핵심 인재 부족’(37.9%), ‘조직 내 갈등 및 리더십 불안정’(22.1%)이 꼽혔다³.

이는 ‘자금’(18.4%)이나 ‘마케팅’(14.2%)보다도 높은 수치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결국 내부의 문제라는 뜻이다.


조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무너진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성공은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좋은 조직을 어떻게 설계하고 유지했느냐’에 달려 있다.




스타트업의 4단계 성장 곡선


한국이든 글로벌이든, 스타트업의 성장은 비슷한 곡선을 그린다. 일반적으로 Seed → Early → Growth → Expansion의 4단계로 구분된다.

이 곡선의 각 단계마다 요구되는 조직 역량은 달라진다. 문제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초기의 성공 방식을 끝까지 고수한다는 데 있다.


Seed — 아이디어와 사람의 단계


초기 스타트업은 보통 2~5인의 소규모 팀으로 시작한다.

창업자와 공동 창업자가 직접 고객 응대, 개발, 영업까지 모두 수행하며, 경계 없는 협업이 일어난다. 한국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당근마켓도 초창기에는 두 공동 창업자가 사용자 문의에 직접 답변하고 앱 오류를 즉시 수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⁴.


이 시기에는 규정이나 프로세스보다 ‘사람 간의 신뢰’가 전부다.

문제는 이 신뢰가 암묵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팀이 커질수록 의사결정의 기준이 불분명해지고, 조직 내 규범이 명확하게 공유되지 않는다.

‘우리가 이렇게 해왔으니까’가 당연시되는 순간, 그 문화는 다음 단계의 성장에 장애가 된다.


Early — 시장과의 대화가 시작된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가장 큰 성과를 내는 구간이 이 시점이다.

투자 유치, 초기 고객 확보, 매출 발생 등 지표상으로는 성장이 시작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때부터 본격적인 조직 내부의 갈등이 시작된다.


구성원이 늘어나면서 초기 멤버와 신규 입사자 간의 문화 충돌, 직무 분화로 인한 책임 모호성, 조직 내 갈등 처리 기준의 부재가 조직의 실행 속도를 늦춘다.


2022년 중기부의 ‘스타트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원 수가 10명을 넘는 시점부터 조직 갈등 경험률이 50%를 넘기 시작하며, 이 갈등은 향후 핵심 인재의 이탈과 성장 정체의 주요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⁵.


또한, 잘못된 채용은 조직의 발목을 잡는다.

실제 한국 스타트업계에서 “1명의 잘못된 채용이 3명의 퇴사를 불러왔다”는 사례는 흔하다. 인재 선발이 직관에 의존하고, 명확한 평가 기준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의 HR 전략은 단순한 인재 유치가 아니라, 조직 정체성과 문화에 맞는 기준 설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Growth — 시스템이 필요해지는 순간


구성원이 30명을 넘기면 조직은 명백히 ‘시스템’을 요구한다.

정보는 자연스럽게 단절되고, 프로젝트 간 충돌이 생기고, 누구에게 어떤 책임이 있는지를 놓치기 시작한다.


Fast Campus HR Lab의 2023년 스타트업 조직문화 리포트에 따르면, 30~70인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가장 큰 조직 이슈는 “역할과 책임(R&R)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로 인해 구성원들은 반복된 재작업과 결정 지연을 경험하며, 결국 실행 속도와 몰입도가 급격히 저하됐다⁶.


문제는 이 시기부터 조직의 성장이 구성원의 역량을 앞지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더 많은 고객, 더 복잡한 과제를 다뤄야 하지만, 구성원들은 이에 맞는 리더십, 협업, 전략적 사고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Deloitte의 글로벌 조사(2022)에서도, 급성장 조직의 74%가 “구성원의 역량이 조직 목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⁷. 한국에서도 이 격차는 인재 유출과 외부 인력 의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시점에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다. 바로 Toss로 알려진 비바리퍼블리카다.


2015년 단순 송금 앱으로 시작한 Toss는 불과 몇 년 만에 금융 전반을 아우르는 슈퍼앱으로 성장하며, 2022년 말 기준 임직원 수 1,400명을 넘겼다. 이처럼 조직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Toss는 구조, 문화, 역할, 리더십 전환 등 모든 차원에서 자기 혁신을 시도했다.


특히 Toss는 초기 구성원들이 성장 곡선을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2019년부터는 외부 전문가 채용과 내부 리더의 경로 재설계를 동시에 추진했다.

HR부문 리더인 정연주 CPO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초기에는 창업자 중심으로 움직였지만, 점차 리더들이 각자의 판단과 실행을 책임지게 해야 했습니다. 창업자가 모든 것을 아는 구조는 오래 갈 수 없습니다.”
— 정연주, Toss CPO (2022, HR Insight 인터뷰)


이와 함께 Toss는 ‘원칙 기반 조직 운영’을 강조한다. 역할(R&R)을 문서화하지 않되, 각자가 소속된 문제와 책임을 명확히 정의하는 구조를 선택했다. 직급과 호칭이 없는 대신, 목표와 실행 중심의 문화로 자율성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이 실험 역시 시행착오를 겪었다. 2020년 한 해 동안 핵심 팀 리더의 이탈, 팀 간 목표 충돌, 성과 피드백의 부재 등으로 내부 위기감이 높아졌고, 이후에는 OKR 체계의 정교화, 피드백 프로세스의 구조화, 성과 기반 보상의 구체화 등을 도입하며 시스템화를 강화했다.


Toss의 사례는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준다.

‘창업자의 비전’만으로 조직을 유지할 수 있는 시기는 길지 않다.

성장이 시작된 순간, 조직은 시스템과 구조를 요구하며, 그 요구에 응답하지 못하면 곡선은 꺾인다.


Expansion — 리더십이 구조로 전환되는 시점


조직이 100명을 넘어가면 ‘창업자의 직관’만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해진다.

실행은 시스템을 통해 이뤄져야 하고, 사람은 권한과 책임 안에서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많은 스타트업이 여전히 모든 결정을 창업자에게 묻는다.


2023년 매일경제와 한국CPO포럼이 공동 발표한 <스타트업 리더십 리포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62%가 “창업자가 주요 결정을 모두 쥐고 있어 의사결정이 느리고, 책임소재가 모호하다”고 답했다⁸.

리더십의 확장은 권한 위임이 아니라, 조직의 전략적 기능으로서의 리더십 구조화를 의미한다.


Harvard Business Review의 Tushman & O’Reilly(2021)는 창업자가 이 전환을 거부하거나 늦출 경우, 조직은 성장이 아닌 ‘혼돈의 반복’으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⁹.




스타트업은 왜 흔들리는가?


한국 스타트업의 흔들림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내부 준비 부족에서 시작된다.

시장과 제품이 맞아떨어져도, 조직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 무너진다. 흔들리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조직 복잡도는 급증하는데,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초기 방식 그대로다.

2. 구성원의 업무 난이도는 높아지는데, 역량 개발은 따라가지 않는다.

3. 창업자의 의사결정 중심 구조가 유지되면서 리더십 전환이 지연된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은 ‘성장통’이 아니라 지속적 피로감과 의욕 상실을 겪게 된다.

결국 가장 위험한 조직은, 지금까지 잘 해왔다는 이유로 무엇도 바꾸지 않는 조직이다.

다음 곡선을 준비하는 조직만이 살아남는다


성장 곡선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곡선을 이해하고, 다음 곡선을 준비할 수 있는 조직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스타트업에 묻는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각주 및 참고자료

1. 중소벤처기업부. (2023). 창업기업 생존율 통계. https://www.mss.go.kr

2.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2023). TIPS 참여기업 성과 보고서.

3. 코리아스타트업포럼. (2023). 스타트업 실태조사 리포트.

4. 당근마켓 브랜딩 블로그. (2021). 초기 창업 이야기.

5. 중기부. (2022). 스타트업 조직문화 실태조사.

6. Fast Campus HR Lab. (2023). 2023 스타트업 조직문화 리포트.

7. Deloitte. (2022). 2022 Global Human Capital Trends.

8. 매일경제 & 한국CPO포럼. (2023). 스타트업 리더십 리포트.

9. Tushman, M., & O’Reilly, C. (2021). Lead and Disrupt.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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