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가 없으면 사람의 역량은 무기력해진다
“뛰어난 사람들을 모았는데, 왜 조직은 원하는 만큼 움직이지 않을까?”
스타트업은 실력 있는 인재를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들이 함께 시너지를 내는 데에는 종종 실패합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협업 실패, 신뢰 부족, 역할 충돌, 피드백 부재, 동기 저하 등 사람 사이의 문제로 인해 시스템이 무력화되는 상황을 집중 조명합니다.
핵심 주제는 “사람이 구조보다 중요하다”가 아니라, “구조가 없으면 사람의 역량은 무기력해진다”는 역설입니다.
“좋은 시스템은 나쁜 사람을 구하지 못하지만, 나쁜 시스템은 좋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스타트업의 채용 전략은 명확하다.
‘좋은 사람을 뽑으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종종 이렇게 된다. 좋은 사람을 모았는데, 팀은 이전보다 더 불협화음을 낸다. 왜 그럴까?
문제는 사람에게 있는 게 아니다.
문제는 사람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누구와 일해야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는지, 문제를 누구와 어떻게 공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스템과 원칙이 없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이 조직에 들어왔을 때, 그 사람이 뛰어난 성과를 내는 것은 환경의 함수다. 환경이 그 사람을 지지하지 않으면, 그는 무력해진다.
스타트업은 다기능 조직이다.
성공하려면 개발, 기획, 디자인, 마케팅, 운영 등 각기 다른 배경과 스킬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문제를 다른 언어로 협의해야 한다.
이때 가장 많이 발생하는 문제가 바로 협업 실패다.
각 파트가 자신들의 논리로만 문제를 해석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을 경우, 협업은 ‘의견 충돌’이 아니라 ‘책임 회피’로 바뀐다.
▶ 2023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협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타트업 구성원의 47%가 “타 부서와의 협업이 오히려 생산성을 저해했다”고 응답했다¹.
신뢰 없는 협업은 업무를 늦추고, 책임을 분산시키고, 정치적 커뮤니케이션을 낳는다. 그 결과, 실력 있는 인재는 이렇게 말하게 된다.
“나는 일하러 온 건데, 설득하느라 하루가 다 간다.”
협업이 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공통의 목표 (shared goal)
상호존중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psychological safety)
명확한 권한과 책임의 분리 (clarity of roles)
이것이 시스템 없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낭만이다.
스타트업에서 흔히 발생하는 말:
“이건 누가 맡기로 했지?”
“그건 XX 팀이 아니었어?”
명확하지 않은 R&R(Role & Responsibility)은 책임을 분산시키고, 일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며, 조직 전체의 신뢰를 약화시킨다.
특히 기능 중심 조직이 아닌, 프로젝트 기반으로 움직이는 스타트업일수록 이 문제는 빈번하다.
▶ 실제로 Fast Campus HR Lab의 2023년 리포트에 따르면, 구성원 수 30~80명 규모의 스타트업 중 61.4%가 ‘R&R이 모호하다’고 응답했으며, 이들이 보고한 조직 만족도는 다른 조직에 비해 평균 28% 낮았다².
R&R의 명확성은 단지 누가 무엇을 하는지가 아니라, ‘조직이 구성원을 어떻게 신뢰할 것인가’에 대한 설계다.
성과는 관리될 수 있다. 하지만 성장하려면 피드백 문화가 살아 있어야 한다.
많은 스타트업이 성과관리 지표(OKR, KPI)는 도입했지만, 실시간 피드백, 리더-구성원 간 상호 리뷰, 동료 간 피드백 루프는 도입하지 못했다.
그 결과, 일은 돌아가지만, 사람은 스스로 나아지고 있는지를 알 수 없는 상태에 머문다.
▶ 2022년 잡플래닛 조사에 따르면, 스타트업 구성원의 55.3%가 ‘내가 잘하고 있는지 피드백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이직 고려율과 강하게 상관되어 있었다³.
피드백이 없는 조직은 두 가지를 잃는다:
문제에 대한 빠른 인식
개인의 성장 가능성
특히 리더가 피드백을 회피하는 조직에서는, 갈등이 감정으로 번지고, 결국 이직으로 연결된다. 피드백은 불편한 말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기본 언어다.
좋은 사람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의욕’이 없기 때문이다.
그 의욕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만들어주는 환경 속에서 생성된다.
‘자율성(Autonomy), 유능감(Competence), 관계감(Belonging)’은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서 말하는 핵심 동기 요인이다.
이 세 가지가 충족되지 않으면, 사람은 아무리 유능해도 일을 지속할 수 없다.
▶ 2023년 서울대학교 산업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스타트업 구성원은 자율성이 보장될 때 업무 몰입도가 2.4배 증가하고, 리더와의 피드백 신뢰가 높을수록 이직 의도가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⁴.
사람은 자율성과 의미가 주어질 때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시스템 없이 동기만 강조하면 무책임해지고, 동기 없이 시스템만 강조하면 사람은 ‘기계처럼 움직이는 무기력한 존재’가 된다.
이 장의 핵심은 간단하다.
“사람이 문제인 것처럼 보일 때, 대부분은 시스템이 없다.”
협업이 안 되는 건, 신뢰와 명확한 목표가 없기 때문이고
실력 있는 사람이 무기력한 건, 역할과 책임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며
성장이 멈춘 건, 피드백과 동기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사람은 쉽게 지치고 이탈한다.
반대로, 좋은 시스템은 사람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가장 강력한 구조가 될 수 있다.
지금 우리 조직의 협업 구조는 신뢰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는가?
R&R은 단지 문서에만 존재하는가, 실제 행동에 반영되는가?
피드백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가, 리더만 말하는 구조인가?
우리의 시스템은 사람을 살아 있게 만드는가, 지치게 만드는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2023). 스타트업 협업 실태조사 리포트.
Fast Campus HR Lab. (2023). 스타트업 역할 및 책임 구조 리포트.
잡플래닛. (2022). 직장인 피드백 경험 조사.
서울대학교 산업심리학과. (2023). 자기결정이론 기반 스타트업 동기 연구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