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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agement,Motivation,Autonomy

몰입을 설계한 스타트업만이, 불확실한 곡선을 넘어 진짜 성장을 이룬다.

by Nickneim
몰입은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자율성과 의미가 설계된 곳에서만 사람은 스스로 성장하고, 스스로를 초월한다.


1. 몰입이 사라진 조직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한다. 제품은 시장을 만나고, 사용자는 늘어나고, 조직은 확장된다. 겉으로는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조용히 균열이 시작된다.

하루하루 바쁜데도 성과는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팀은 피로감을 호소한다. 회의는 많지만 결정은 지연되고, 개인은 책임을 회피하며 서로를 탓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소수의 이탈로 시작하지만, 곧 조직 전체의 에너지가 가라앉는다.

이 현상은 특별하지 않다. 스타트업 생태계 어디에서나 반복된다. 그 공통된 징후는 무엇일까?

바로 몰입의 상실이다. 몰입이 사라진 조직은 신호를 보낸다.


팀이 "어떻게" 일하는지보다 "왜" 일하는지를 잊는다.

사람들은 결과만 요구받고, 과정에는 무관심해진다.

구성원 간 신뢰는 약해지고, 심리적 거리는 멀어진다.

누구도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거나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변화는, 아무도 '더 나은 방법'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몰입을 잃은 조직은 외부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
몰입을 잃은 개인은 성장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결과는 결국, 스타트업을 무너뜨린다.




2. 몰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

몰입을 상실한 스타트업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더 좋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개인이 아니다.

스타트업이라는 조직은 본질적으로 빠른 변화, 불확실한 목표, 높은 기대를 수반한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이 지속적으로 몰입하려면, 단순한 의지가 아니라 설계된 환경이 필요하다.

1985년,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와 리처드 라이언(Richard Ryan)은 인간의 동기를 설명하는 이론을 제시했다. 바로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이다.


이 이론은 인간이 내적 동기를 유지하기 위해 충족해야 할 세 가지 심리적 욕구를 제시한다:

자율성(Autonomy): 내 행동의 주체가 나라는 감각

유능감(Competence): 내가 점점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

관계감(Relatedness): 내가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이 세 가지가 충족될 때, 사람은 스스로 몰입한다. 외부 보상이 없어도, 스스로 성장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반대로 이 세 가지가 박탈되면, 사람은 점점 에너지를 잃고 수동적으로 변한다.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조직 내부의 몰입이 무너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규모가 커질수록 자율성은 통제로 대체되고, 유능감은 반복 업무로 침식되며, 관계감은 역할 분화 속에 사라진다.

결국, 몰입은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환경 설계 실패의 결과다.




3. 스타트업에서 몰입이 붕괴되는 경로

몰입은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다. 작은 균열이 쌓여 조직 전체를 무너뜨린다.


1단계: 결과 중심 조직으로의 전환

초기 스타트업은 문제를 풀기 위해 모인 팀이다. 그러나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서, 조직은 점점 "성과 지표"만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지표 달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지표에만 집중하면, 사람들은 결과를 맞추는 데 급급해지고, 일 자체의 의미를 잃는다.

성과가 목적이 될 때, 사람들은 몰입 대신 생존을 택한다.


2단계: 자율성의 침식

사람들은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때 가장 큰 몰입을 느낀다. 그러나 조직이 커질수록 업무 프로세스는 정형화되고, 개인은 점점 "따라야 할 규칙"만을 의식하게 된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금기시되고, "윗선의 결정"이 일의 이유가 된다.
자율성을 잃은 사람은 문제를 주도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그저 지시를 기다릴 뿐이다.


3단계: 관계의 단절

구성원 수가 많아질수록, 팀원 간의 심리적 거리는 멀어진다. 초기에는 문제를 함께 풀던 동료가 이제는 서로 다른 KPI를 가진 타인이 된다. 공동의 목적이 아닌, 개인의 목표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신뢰와 연대감이 약화되면, 사람들은 조직을 '우리'가 아닌 '나'와 '그들'로 인식한다.

협업은 계산이 되고, 피드백은 공격처럼 느껴진다.


4단계: 몰입의 상실

결국 몰입은 점진적으로 무너진다. 일은 일이 되고, 의미는 사라진다.

그리고 스타트업은 성장이라는 외형 속에서, 내부 에너지를 잃어버린다.


4. 몰입을 회복하기 위해 스타트업이 해야 할 질문들

몰입을 다시 찾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다. 오히려 작지만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질문 1: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

단순히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지,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은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사람이 자신의 일이 더 큰 목적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때, 몰입은 다시 살아난다.

질문 2: 구성원은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가?

결과를 통제하려고 하지 말고, 문제 정의와 해결 방식을 맡겨야 한다. 자율성은 자유방임이 아니다. 명확한 방향성과 함께, 실행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질문 3: 우리는 성장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가?

단지 목표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할 수 있는 피드백을 제공하고, 도전 과제를 설계하고,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사람이 스스로 유능감을 느낄 때 몰입은 강화된다.

질문 4: 우리는 진짜 팀인가?

성과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목적을 위해 협력하는 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관계감은 단순한 친목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 속에서 자라난다.




5. 몰입은 자연발생하지 않는다

몰입은 개인의 성향이나 우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몰입은 의도적으로 설계된 조직 환경의 산물이다.


자율성을 지지하는 리더십

유능감을 강화하는 과제 설계

관계감을 키우는 협력 구조

의미를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이 네 가지가 함께 작동할 때, 사람은 스스로 몰입하게 된다.

성장은 매출 곡선에서 보인다. 그러나 성장의 본질은 조직 내부 에너지의 지속 가능성에 있다.

몰입 없는 성장은 오래가지 않는다. 몰입을 설계한 스타트업만이, 불확실한 곡선을 넘어 진짜 성장을 이룬다.


6.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제 스타트업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구성원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가?

우리는 방향성과 의미를 충분히 공유하고 있는가?

우리는 실수와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삼고 있는가?

우리는 성과만이 아니라 몰입을 설계하고 있는가?


성공한 스타트업과 실패한 스타트업을 가르는 것은 시장 환경만이 아니다.
그 차이는 종종 몰입을 유지할 수 있었는가, 잃어버렸는가에서 갈린다.

그리고 몰입은, 누군가의 열정이 아니라, 조직의 전략적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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