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달려? 아님 음악이나 팟캐스트 들으면서?
조깅, 어떻게 하고 계세요?
대부분이 음악을 들으면서 조깅을 하실 텐데요. 저도 MP3를 듣던 시절, 이어폰을 끼고 비트가 빠른 음악을 들으면서 에너지를 끌어올렸습니다. 그 후로는 줄곧 아무것도 듣지 않았어요.
10킬로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충분히 달릴 수 있는 거리인데요. 그러면 몸의 고통이 선명하게 들려요. 늘 오는 고관절과 무릎 통증, 30분 전까지 무상무념으로 고통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고, 숨을 참으며 전진하는 걸 고스란히 느껴야 합니다. 무슨 대단한 일을 하는 듯, 그 고통을 그대로 받으며 꾹 참으며 8-10킬로미터를 뛰는 게 취미였습니다.
최근 10킬로미터 이상 달리기를 팟캐스트와 시작했습니다.
아무것도 듣지 않고 달리기와 팟캐스트를 듣고 달릴 때, 둘의 장단점을 정리해 보았어요.
가볍게 조깅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핸드폰과 이어폰은 집에 두자.
조깅을 하려면, 그날 날씨에 맞는 모자, 양말, 바지, 티셔츠를 고르고, 선크림도 발라야 하고, 러닝 시계도 찾아야 합니다. 시계가 충전이 되어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하죠. 또 어떤 코스로 갈 것인지 머리에 그려 보기도 합니다. 게다가 핸드폰과 이어폰을 챙기고, 이것들을 넣는 허리춤에 차는 가방이나, 팔뚝에 두르는 작은 케이스, 혹은 등에 메는 스포츠 가방이라도 챙깁니다. 일련의 활동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요. 하지만, 조깅 준비부터 조깅을 시작하기까지 준비 과정이 너무 길고, 복잡해서 조깅을 꾸준히 할 의지가 조금씩 줄어들 수도 있어요.
그래서 러닝 초기에는 아무것도 안 가져갔습니다. 몸도 무거운데, (계속 운동을 하면, 실제로 몸무게 1킬로그램만 늘어도 몸이 무겁다고 금방 알아차린다.) 핸드폰까지 더하면 뛰기도 힘들죠.
맨손으로 달리기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맨손으로 달리기의 장점
1.마음이 복잡할 때, 마음을 복잡하게 만드는 화두를 생각하면서 달리면 풀어져요. 다만, 이것은 다른 인풋이 없는 상황에서만 가능해요. 잔잔한 클래식이라면 괜찮지만, 클래식은 이완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활동적인 러닝에는 어울리지 않죠.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들으면, 생각을 할 수 없어요. 다른 방해 없이 조용하게, 자신을 괴롭히는 문제와 마주해야 평화로워집니다. 또, 좋은 아이디어도 자신의 숨소리나 새소리만 들을 경우에만 잘 떠오르거든요.
2.가볍습니다. 핸드폰이 뭐가 무거울까 하지만, 무겁습니다. 열쇠도 걸리적거려서 문을 안 잠그고 가기도 하는데, 핸드폰을 넣은 케이스나 가방을 메고, 혹은 허리춤에 뭔가를 달고 달리면 거추장스러워요.
맨손으로 달리기의 단점
1. 지겹습니다. 특히 같은 조깅 코스를 늘 달리면, 한 시간 동안(약 8. 6킬로미터) 호흡과 자기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고도 똑같은 길이라, 새로울 것이 없죠. 마지막 8킬로미터에서 언제쯤 멈출까,라는 자기와 싸움도 매번 하다 보면 성취감을 앞두고 어렵죠.
2. 스포츠 시계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안 가지고 조깅을 갑니다. 길에서 부상을 당할 경우, 연락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실제로 친구는 산속에서 발목을 접질렸는데, 다행히 핸드폰을 가지고 가서 저에게 연락할 수 있었어요.
팁
코스가 다양해야 달릴 맛도 나요. 항상 같은 길을 달리면 흥미가 감소하고, 마치 러닝 머신에서 달리는 듯 아무 생각 없이 없어집니다. 조깅으로 좋은 영감도 안 생겨요. 이런 단조로움에 익숙해지면, 조깅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이 줄어들고, 이것은 조깅을 하는 보상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기에 유지하기도 어렵습니다.
가끔씩 새로운 환경, 길이나 같은 코스지만 안 가본 길을 들어가서 다시 돌아오거나, 평소 공원에서 달렸다면, 숲에서 달려보고, 평소 숲에서 달렸다면 도시로 가보기도 해 봅니다. 단조로움을 탈피할 수 있는 변화를 줘야 해요. 처음 달리는 곳은 볼 거리가 많아요. 어떤 식물이 자라나, 혹은 가파른 언덕이 몇 개고, 내리막길은 몇 개인가를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또 호수가 있으면 오리도 보고, 언덕이 펼쳐지는 탁 트인 공간이라도 있으면 지루하지 않죠. 신선한 환경에 노출되면 그만큼 조깅하는 재미도 있고, 영감도 얻고, 다음에 다시 갈 동기도 생겨요.
이렇게 조깅 코스를 바꿔 주면 좋지만, 신기하게도 원래로 돌아갈 가능성이 많아요. 도시의 복잡함을 싫어하거나, 숲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수 있는 등 이렇게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면 자신이 선호하는 길이 확실해져요. 예를 들어, 공원에 가려면 지하도를 건너고 시끄러운 차도 옆을 달려야 하는 등의 장애(friction) 가 있어요. 그래서 좀 더 접근이 편한 뒷산을 택해서 달려 봤는데요. 뒷산을 오르는 길은 시작부터 40도 언덕으로, 800미터 이어지기 때문에, 첫 발부터 큰 결심을 해야 해요. 결국엔 접근이 쉽고, 완만하며, 도로와 조금 떨어진 자전거 도로를 따라 하는 원래 조깅코스로 돌아왔지만, 문제는 ‘지루함’이죠.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하는 조깅의 장점
10킬로미터를 매번 같은 길을 달리면 지루하겠죠. 그래서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달려 봤습니다. 핸드폰을 스포츠 가방에 넣고, 이어폰으로 팟캐스트를 듣습니다. 물도 반 병 넣었습니다. (아직 무선 이어폰과 가방을 사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1. 독일어 듣기를 할 수 있다. 한 시간 반 동안 독일어에 노출됩니다. 저는 오디오블의 <Raus und Machen> 모험을 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팟캐스트를 듣는데요. 세상에서 가장 긴 거리를 트래킹 한 여자, 어린 나이에 유럽 각국의 천연 숲을 드론으로 찍어 상을 탄 남자에 대한 이야기 등, 1시간 20분 조깅을 하면서 들었는데, 덕분에 11킬로 거리를 큰 마음먹지 않고도 재밌게 달렸어요.
좋아하는 분야이고, 도전정신을 북돋는 내용이라 동기를 부여했고요. 몸을 움직이면 뇌가 활성화되고, 조깅하면서 들은 것이 가만히 앉아서 듣는 것보다 기억에 잘 남습니다. 그와 동시에 독일어 인풋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기라 듣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어요. 어떤 언어라도 인풋이 부족한 언어로 된 팟캐스트를 활용할 수 있죠. 한 시간 반 정도 분량은 큽니다. 평소에 앉아서 그렇게 들으면, 인내력이 필요하지만, 조깅을 하면서 들으면, 건강은 물론 언어능력 향상하는 새 두 마리를 잡을 수 있어요.
2. 지루하지 않아요. 한 시간 정도 달리면 보통, 킬로수나 심장박동 수 등을 생각하며 끝까지 버티는 일에만 집중해도, 컨디션을 불문하고 힘든데요. 이런 노력 없이 재미있게 달릴 수 있어요. 음악을 들었을 때도 같은 효과가 있지만, 음악은 3-4분에 걸쳐서 흐름이 있고, 같은 노래도 반복해서 지루해집니다.
3. 팟캐스트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몰입할 수 있고, 스토리가 다리 고통과 숨소리 속에 섞여요. 관절의 고통, 호흡 딸림, 피로함을 줄일 수 있고요, 다리는 자동적으로 움직여서 앞으로 나아가죠. 일종의 정신 최면술이에요. 평소보다 2킬로미터는 더 달릴 수 있습니다. 가방에 물이나, 초콜릿 바를 넣어, 장기 달리기 훈련(LSD)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하는 조깅의 단점
1. 당신의 호흡은 누가 들어줍니까? 자신의 호흡이 잘 못 느낍니다. 얼마나 힘들고, 숨이 가픈지, 어쩐지 알 수가 없어요. 물론 복잡한 심정을 해소도 별 큰 효과가 없고요. 조깅 후에 팟캐스트 내용만이 남지, 자신과 대화한 내용은 없어요. 그래서 조깅 에세이도 당연히 못 써요.
2. 이어폰이 빠지고 가방 끝이 풀려서 달리면서 여러 번 확인해야 하고, 빠진 이어폰을 다시 귀에 끼워 넣어야 하는 불편함, 팟캐스트 다음 편을 다운로드해야 해서 멈추는 등 문제가 있습니다. 무선 이어폰과 스마트 와치를 연결하면 덜렁거리는 이어폰 줄을 해결할 수 있지만, 없다면 이런 것들이 거추장스러울 수도 있어요. 호흡과 주위 소리 때문에 조깅을 할 때는 평소보다 더 큰 볼륨으로 들어야 하는데, 장기간 큰 소리에 노출되면 잘 못 듣게 될 가능성이 높지요.
3. 주위 환경에 무뎌진다. 야생동물(저는 숲에서 달리니깐요)이 나타나는 것을 못 볼 가능성이 있고요. 신선한 공기, 상쾌한 바람, 계절의 변화 등등 전혀 보이지 않아요. 자전거가 뒤에서 와도 눈치 못 챌 수도 있고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산에서 길을 잃을 가능성도 있어요.
팁
절충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고통을 그대로 느끼고, 자연의 소리도 듣습니다. 생각도 정리를 해봅니다. 처지거나 힘들 즈음 음악을 듣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조깅을 마칠 수 있고, 그런 기분이 보상을 주고, 성취감도 주기 때문에 다시 조깅을 하러 갈 마음이 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