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햇살이 만물을 깨웠다.
게르다는 봄빛에 투명해진 빨간 장미를 감상하고 있었다.
- 게르다, 정원에서 조심하지 않으면 장미 가시에 찔려 따끔하게 혼이 날 거야.
할머니는 여러 번 경고했었다.
-그럼 할머니는 왜 정원을 온통 장미로만 채워 놓은 거죠?
-장미는 아름다워. 가시로 덮인 줄기가 꽃을 받치고 있어. 뾰족한 가시로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로부터 보호하려는 거지. 때로 자기만의 아름다움은 거칠게 지켜낼 필요가 있는 거야.
할머니는 정원 아치형 문틀에 빨간 넝쿨 장미를, 정원 가장자리에는 아담한 핑크색 장미를, 벽에는 하얀 장미가 울타리를 타고 올라가도록 가꾸었다. 늦거나 이르거나 장미들은 봄이면 함께 피워났지만 각기 자기만의 빛깔을 뽐냈다.
게르다는 장미 가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 가시에 찔리면 어떨까. 아프겠지. 살짝 만져 보는 건 괜찮을지 몰라.
그녀는 가시에 조금씩 가까이 갔다. 손가락이 닿는 순간 장미 덩굴에서 무언가 불쑥 튀어나왔다. 놀란 게르다는 그만 장미 가시에 찔렸다. 검지에서 붉은 피가 흘렀다.
-어떤 소년 같았어… …
소년은 놀라 소리 지르는 게르다를 보고 수풀에 숨었다. 게르다의 비명소리를 듣고 할머니는 허겁지겁 정원으로 나왔다.
-조심해야 한다고 일렀거늘. 약 발라줄 테니 따라와.
할머니를 따라가면서 게르다는 뒤 돌아보았지만 소년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만나면 혼내줄 테다.
어느 비 개인 날 오후 장미꽃마다 작은 물방울이 맺혔다. 나비는 젖은 날개를 활짝 펴고 장미 덩굴 너머 앞 정원으로 날았다. 장미 덩굴 옆 수풀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워이.
지난번 게르다를 놀라게 한 소년이었다. 게르다가 소년에게 물었다.
-어떻게 장미덩굴 옆에서 나온 거야?
-감자 포대를 덮고 그 밑으로 들어가면 제 아무리 튼튼한 장미 넝쿨이라도 뚫을 수 없어. 그 아래 웅크리고 들어갈 좁은 공간이 있어. 보여줄게.
게르다는 소년을 따랐다. 할머니 정원 울타리 두 짝을 밀면 개구멍이 만들어졌고 그곳을 통해 앞집 정원 수풀까지 나갈 수 있었다. 수풀 바로 앞은 작은 연못이었다. 연못에는 금붕어, 개구리, 물방개가 살았다. 연꽃이 가득 핀 그곳에 소년은 돌멩이를 던져 생물들을 놀라게 했다.
-이렇게 던지다가 개구리를 잡은 적 있어. 한번 해 볼래?
-넌 늘 그렇게 개구쟁이니?
-너희 할머니가 너더러 천방지축이라고 한 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데?
-난, 게르다야. 네 이름은?
-카이. 우리 할머니가 너랑 놀라고 해서 기웃거렸어. 그런 나를 보고 네가 놀랄 줄은 몰랐어.
-내가 너를 똑같이 놀려줄 테니 기대해.
-우리 토끼풀 뜯어서 새끼줄을 만들어 볼까? 지빠귀가 잔디 틈에서 벌레를 어떻게 잡아먹는지 구경하는 건 어때.
-아니, 너 근데 이 게임 알아? 장미 가시를 옆에서 살살 부러뜨려서 그 밑에 침을 묻히고 코에 얹는 거야. 침이 마르면 떨어지겠지. 가시를 오래 붙이고 있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이길 자신 있어.
게르다는 큰 가시를 떼어다가 자신만만하게 코에 붙였다.
카이는 그것보다 작은 가시를 살살 떼어 반반한 코 잔등에 붙였다.
누가 이겼을까?
-내가 이겼어. 소원 하나 들어줘.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나를 잊지 않는다고 약속해줘.
게르다는 그게 무슨 뜻일까 생각하고 있을 때, 할머니가 차와 케이크를 가져왔다.
-게르다, 당근 케이크 먹자. 카이, 네 것도 있어.
게르다와 카이, 할머니는 따뜻한 오후 햇살 아래 달콤한 케이크를 먹었다.
게르다는 살풋한 오후 햇살에 졸음이 밀려왔다. 할머니는 언제나처럼 홍차 한 모금을 마시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게르다는 할머니의 어깨에 기대 이야기를 들었다.
-대지가 따뜻해지면 생명들을 피워내지만, 꽁꽁 얼면 어떻게 될까?
-죽어버려요.
카이가 대답했다.
-그래, 대지 위에 생명들이 다 죽어버리지. 아니 죽다 못해 그들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 버려. 그건 눈의 여왕의 소관이야. 눈의 여왕은 겨울이 시작되는 11월부터 천천히 만물을 얼리기 시작해. 그런데 그걸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그에 대항했다가는 그저 파리 목숨처럼 쉽게 꺼져버리는 운명에 처할 거야.
-눈의 여왕은 눈 결정으로 장식한 하얀 얼음 망토를 입었고 눈은 깊은 호수 얼음보다 더 차가운 초록색이야. 그녀가 입김을 한번 불면 눈보라가 치고, 팔로 한번 쓱 휘두르면 찬 바람이 쌩쌩 불어. 그런 눈의 여왕을 만나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 만난 사람들은 모두 마법에 걸려서 대지 끝 어느 한 곳에서 언 채로 잠들어 있을 테니깐.
-할머니 제가 눈의 여왕을 만나면 불로 그녀를 녹여버릴 거예요.
굵직한 우박이 떨어지더라도 유월의 푸르름은 가득 찬 장미 꽃잎은 쉽게 지지 않았다. 게르다는 봄날에 누워 추운 겨울과 눈의 여왕을 상상할 수 없었다.
카이와 함께 하는 봄은 가고 있었다. 장미 꽃잎은 바랬고, 정원에는 사과가 떨어졌으며, 바람이 매일 남은 나뭇잎과 잔디 색을 빼앗아 버렸다.
가을이 오자 카이 눈은 투명해졌다. 카이 부모님이 이혼을 해서일까. 게르다는 다만 추측했다. 게르다는 카이와 가을에도 정원에서 카드놀이를 하고 사과나무를 오르고 연못의 오리들을 쫓으며 놀았다.
겨울이 왔다. 장미 정원은 잠자고 연못에는 얼음이 얼고 눈이 소복이 내렸다. 새들은 나뭇가지에서 눈을 털고 그 아래 연못은 옅게 떨었다. 인기척이 드문 아침, 눈 덮인 고요한 숲에는 새들도 조용히 날았다. 카이와 게르다는 눈썰매를 끌고 숲 속을 걸었다.
그때 새가 푸드덕하고 날았다.
게르다가 몸을 돌렸을 때, 카이는 사라졌고 썰매만 남았다.
갑자기 눈보라가 쳤고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게르다는 알았다. 눈의 여왕이 카이를 데리고 갔다는 걸.
-눈의 여왕은 한겨울이면 북극으로 깊게 몸을 감춰버려. 눈의 여왕이 카이를 거기까지 데려갔다면 네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거야. 게르다, 봄이 오면 카이를 찾는 여행을 시작하도록 하자.
할머니는 게르다를 다독였다.
카이를 만났던 유월이 다시 찾아왔다. 장미 정원에는 예년처럼 장미가 환하게 피었다.
-강을 따라 가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중에 카이를 본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게르다는 할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배에 올랐다.
노을 지는 강가, 게르다는 물을 긷고 있는 할머니를 봤다. 할머니는 모자 테두리에 촘촘하게 빨간 장미꽃을 장식한 모자를 쓰고 있었다.
-카이라는 남자아이를 찾고 있는데요. 혹시 보셨어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가까이 와서 내게 자세히 이야기 좀 들려주렴. 어떤 아이를 찾고 있다고?
게르다는 배에서 내려 할머니 집에 들어갔다. 할머니는 게르다의 할머니처럼 당근 케이크와 차를 내어 왔다.
-자 이제 천천히 이야기해보렴.
게르다는 긴 여정과 카이 걱정으로 지쳐 있었고, 게르다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할머니는 게르다의 긴 머리를 예쁘게 땋아주셨다. 그녀의 할머니 댁에서처럼 소파에 앉아 살포시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향긋한 빵 냄새에 이끌려 일어났더니 식탁에는 저녁이 차려져 있었다.
-간밤에 장미 정원에는 요정들이 나타났단다. 요정들은 장미꽃가루와 오후에 모아 놓은 햇살 가루를 섞어 몸에 뿌리면 반짝반짝 빛나는 거야. 그럼 반딧불들도 자기 친구들이 춤을 추는 줄 알고 함께 파티를 열어. 사람들은 잠결에 그 소리를 듣고 더욱 깊은 잠에 들지. 낮에도 그 기운이 남아서 그렇게 졸리는 거란다.
할머니는 게르다의 할머니처럼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게르다는 옛날이야기에 푹 빠져 카이의 일은 까맣게 잊었다.
어느 날 아침, 게르다는 할머니 모자 위의 시든 장미꽃 장식을 우연히 봤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친구 카이. 카이를 찾으러 가야 해.
게르다는 할머니와 작별하고 카이를 찾으러 나섰다.
이번에는 걷고 걸었다. 깊은 숲속, 어쩌면 카이가 이런 깊은 숲속에 갇혀 있을 지도 몰라. 깊은 숲 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퍼덕거렸다. 까마귀였다.
-까마귀야, 혹시 카이라는 남자아이를 본 적 있어?
까마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숲 속 끝, 성에 살고 있는 남자아이가 아닐까?
그 애는 너와 같은 여자애랑 살고 있던데…
게르다는 까마귀의 마지막 말을 듣지도 않고 더 깊은 숲으로 서둘러 걸었다. 숲이 울창해지면 울창해질수록 먹구름이 하늘을 덮었다. 검은 하늘에서 큰 빗방울이 떨어졌다. 게르다는 까마귀가 알려준 방향으로 있는 힘껏 달렸다. 온몸이 젖었고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때 마침내 성에 도착했다.
공주는 게르다에게 마른 옷을 주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카이를 찾고 있어요. 제 또래 아이인데, 투명한 초록색 눈에 검은 머리예요.
공주에게는 남동생이 있었지만, 카이는 아니었다.
공주는 게르다를 도왔다.
- 내가 너라면 그저 기다렸을 거야. 네 용기가 대단해.
-내가 마차를 내어 줄게. 먹을 것도 넣었어. 가는 길이 안전하도록.
게르다를 태운 마차는 들판을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게르다는 카이를 걱정했다.
-어디서 무얼 하고 지내는 걸까.
말이 갑자기 놀라 멈췄고, 수염을 기르고 두건을 쓴 남자들이 마차를 둘러쌌다.
게르다는 그 사람들이 말로만 듣던 도적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들이 마차와 먹을 것, 공주가 준 것을 전부 빼앗았다. 그 무리에 게르다와 같은 또래의 여자 아이가 있었다. 도적 두목의 딸.
-어쩌면 그녀가 나를 동정할지도 몰라. 게르다는 그녀에게 도와 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밤이 깊었고, 게르다는 도적 소굴에 잡혀 갇혔다.
얼마나 무섭고 배가 고픈지 그녀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모닥불이 멀리 피어올랐고 마구간에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 애였다.
-쉿, 조용히 해. 내가 널 도와줄 거야.
소녀는 밧줄을 풀고 내 손에 빵 하나를 쥐어 주었다. 순록 위에 게르다를 앉히고 순록의 엉덩이를 힘껏 때렸다.
-그녀를 멀리 데려다줘. 잘 가. 친구, 행운을 빌어.
도적 소굴에서 한숨도 못 잔 게르다는 순록의 따스한 체온에 위안을 받으며 잠들었다. 아침이 밝아왔고 숲 속에 햇살이 가득 찼다. 어둠 속을 달리던 순록은 서서히 멈췄다.
게르다는 길을 잃었다.
-이제 어디로 가면 카이를 찾을 수 있을까.
멀고 먼 여행이 처음으로 돌아온 것 같아. 그녀는 손에 쥔 빵을 먹었다. 힘을 내지 않으면 추위를 견딜 수 없었다.
고요한 겨울 숲, 그곳에서는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게르다는 순록에 기대어 앞으로 나아갔다 . 순록이라도 없었다면 이 겨울 숲에서 죽고 말았겠지. 그때 하얀 움직임이 보였다. 느리고 느린 걸음이 게르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눈을 옷처럼 덮어 쓴 할머니였다.
-할머니, 혹이 제 또래의 남자아이를 보셨나요?
할머니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게르다를 지긋이 바라보고 말했다.
-네 또래 남자아이라면 고드름 숲에서 본 적이 있어. 오늘처럼 눈이 내리던 날이었지. 사람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날이었어. 누가 그렇게 추운 날 숲에 나오겠어. 사냥꾼 아니면 설인이겠지. 나도 그게 사람이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그날은 남자아이와 그 아이를 지켜보는 눈의 여왕을 봤어.
-멀리서도 눈의 여왕의 얼음처럼 차가운 눈은 빛났어. 그것은 우리 마음 아주 깊은 곳에 숨어 있는 호수 얼음 같은, 드러나지 않지만 깊게 품고 있는 그런 냉정함과 닮았지. 그 옆에서 웅크리고 얼음 덩어리를 언 호수에 던지는 남자아이를 보았지. 그 아이는 마치 생명이 얼어버린 것 같았어. 생명, 흐르지 않고, 멈춰버린 죽은 것과 비슷해. 얼음으로 장미를 깎고 있었어.
-눈의 여왕은 나를 보지 못했어. 나는 주변의 다른 것과 같이 눈과 얼음을 옷으로 입고 있었으니깐. 눈의 여왕은 남자아이를 꼭 지키고 있었거든.
-고드름 숲이 여기서 반 시간 거리고, 거기서부터 오른쪽으로 한 시간쯤 가면 얼음 궁전에 닿을 수 있을 거야.
-조심하렴 얘야. 눈의 여왕이 너도 얼음으로 변하게 할거야.
고드름 숲은 고드름이 얼음 땅에서 위로 솟아 있었다. 마치 장미꽃의 가시가 하늘로 치솟은 것처럼.
한걸음 한 걸음씩 고드름에 찔리지 않게 게르다는 앞으로 나아갔다.
홀연히 세찬 눈바람이 불었고 눈안개가 자욱해졌다.
게르다는 몇 발자국 앞에 서 있는 눈의 여왕을 보았다. 깊고 푸른 눈은 멀리서도 또렷했다. 게르다의 숨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또 한번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눈안개가 게르다를 뒤덮었다.
눈의 여왕은 게르다를 못 본 듯 무엇인가를 쫓고 있었다.
순록 한 마리가 나무 뒤로 숨었고, 눈의 여왕은 재빨리 그것을 들쫓았다.
게르다는 할머니가 말한 대로 조금씩 오른쪽으로 나아갔다. 숲은 온통 하얗게 변했다. 게르다는 할머니의 말을 잊지 않았다.
-고드름 숲 눈안개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바로 앞에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해.
게르다의 앞에 눈과 얼음으로 덮인 얼음 궁전이 나타났다. 고드름이 가득 박힌 고딕 지붕, 그 위에 두꺼운 눈이 덮었고, 얼음이 창과 문을 껍질처럼 덮고 있었다. 게르다는 무거운 얼음 문을 조금 열었다. 반들반들한 빙판 바닥, 거울 같이 반투명 얼음으로 뒤덮인 벽, 애머럴드빛 얼음이 깊은 호수처럼 역으로 하늘로 솟아 천장까지 닿았다. 게르다는 호수에 떨어질 것 같이 아찔했다.
-카이-.
카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게르다는 빙판을 걸어 앞으로 갔다. 햇빛 하나 들지 않는 구석,카이는 얼음 조각을 맞추고 있었다.
-카이-.
게르다의 발자국 소리도 궁전에 울리는 에코도 그에게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더 소리 높여 그의 이름을 불렀다.
-카이!!!
카이는 투명한 퍼즐만 보았다. 게르다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깊은 호수에 빠져 버린 인형처럼 카이는 허우적거렸지만 그 위로 올라오지는 못하고 자꾸만 가라앉다가 그 밑에서 얼어버린 듯.
게르다는 카이를 흔들었다. 반응이 없다.
-카이야. 나를 못 알아보겠어? 나야 게르다.
게르다는 믿을 수 없었다. 그토록 찾아 헤맸던 친구가 이제 자신도 알아보지 못한 얼음 속에 갇혀 있다는 것이. 방법을 몰랐다. 어떻게 얼음을 깨고 다시 그를 숨 쉬게 할 수 있는지.
답답해서 게르다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그 눈물이 카이의 살에 닿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카이의 뺨이 장미꽃처럼 붉어졌다.
-게르다…
맑고 푸른 초록색 카이의 두 눈이 게르다를 똑바로 쳐다봤다.
-카이, 얼마나 걱정했다고.
-게르다,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우리 얼른 이곳을 빠져나가자. 눈의 여왕에게 들키지 않게 살금살금.
게르다와 카이가 고드름 숲을 들어서는 순간 사방에서 눈보라가 일었다. 온통 하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고드름 숲을 지날 때까지 억센 바람이 둘을 방해했다. 어디선가 눈의 여왕이 지켜보는 것 같았지만, 그들은 숲에서 만난 할머니가 말한 것처럼 그들은 천천히 앞으로 가아갔다. 끝내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