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극이 유행하는 이유
드라마의 인기는 시청자의 기대에 부흥한 결과이다. 하지만 끝까지 바람을 충족하지 못하면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한다. 몇 개월 전 종영된 <재벌집 막내아들>(2022)(이하 <재벌집>)의 결말이 그랬다. 진도준(송중기)의 철저한 복수를 기대했던 시청자로선 꿈에서 깨어난 주인공의 청문회 폭로로는 만족하지 못했나보다. 순양가 사람들이 경영권을 박탈당했다는 결말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 것이다.
복수극을 향한 사람들의 설왕설래는 정의는 실현되지 않았다는 현실 인식에 기반한다. 이런 점에서 복수극의 인기, 가령, 최근 <더 글로리>, <모범택시> 등은 대표적으로 상상이나마 정의를 이루려는 시도다. 가해자가 자신의 악행에 별다른 제제를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가벼운 처벌만이 이뤄지는 현실에 분노해 극에서나마 만족할 만한 처벌을 꿈꾸는 것이다.
이런 자위(?)가 한편으론 우습지만 다른 한편으론 적당한 봉합은 거절하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느껴진다. 가해자의 악행이 가혹할수록 복수 또한 더 치열하게 이뤄질 것이 분명하다. <재벌집>처럼 적당히 법의 테두리에서 응징하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결말은 시청자가 원하는(?) 복수가 아니다. 이런 불만을 해결하고자 오늘날 복수극은 더 가혹한 폭력을 꿈꾼다.
이런 복수를 수행하기 위해서 우선, 피해자는 누구보다도 뛰어난 기술을 지닌 사람으로 탄생해야 한다. 이들은 목표를 위해 헌신하는 투사이다. <더 글로리>의 주인공 동은과 <모범택시>의 김도기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준비가 돼있다. 더불어 이들은 복수를 수행하는 단독자가 아니다. 이들 주변에는 언제나 조력자들이 있어 복수를 같이 준비한다. 일종의 복수의 연대가 이뤄지는 것이다.
복수극과 같은 특정 장르는 단순한 분류에 그치지 않는다.. 관객의 기대, 산업의 요구 등과 관계되기 마련이다. 그런 이유로 장르는 때로 특정 공식을 반복하지만 얼마든지 변형된다. 오늘날 복수극이 더 치열하게 가해자를 처단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과거보다 더 정의롭지도 않고 불평등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현실을 드라마로 달래는 것은 슬프지만 이렇게 보여진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가해자를 잊이 않았고 언젠가는 그 대가를 그들이 받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