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중요한 것은 뭘까?
요즘 브랜드 마케팅에서 빠질 수 없는 프로젝트는 '팝업'이 아닐까 싶다. 성수동으로 6년째 출근하는 나에게 더더욱 피부로 느껴지는 현상이다. 작년 가을쯤, 성수동 연무장길을 걸었을 때 양 옆으로 펼쳐졌던 거대한 팝업의 물결에서 혼미했던 기억이 난다. 올해도 그 흐름은 여전할 것이다.
왜 브랜드는 팝업을 열까?
아니, 다시 질문해보자.
왜 우리 브랜드는 팝업을 열어야 할까?
작년 가장 많이 고민했던 질문이다. 실제로 팝업전시를 기획하고 열어보면서,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작업이라는 것을 몸소 알게됐다.
먼저, 팝업 마케팅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을것이다. 애초에 상품 판매가 메인 비즈니스 모델이라 주요 상품 위주로 팝업 '스토어'를 여는 유형이 있고, 앱 서비스 이용이나 참여를 목적으로 홍보를 진행하는 유형이 있을것이다. 콘텐츠 IP를 판매하는 굿즈 팝업도 많이 열린다. 이 팝업들은 주로 B2C 고객들을 대상으로 개최된다.
그 외에 드물게 있는 팝업이 브랜드 스토리형이다. 팝업을 통해 바로 매출을 발생시키긴 어려운 고관여 제품이거나 B2B 브랜드인 경우가 많다. 혹은 앱서비스 브랜드들이 그렇다. 그래서 이러한 유형의 팝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을 나누려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명료할수록 기획은 물론 프로젝트의 성공에도 가까워진다. 목적은 무엇이고, 타겟 고객은 누구이며, 목표는 어느정도로 세울것인지 구체적으로 고민해야한다. 너무 당연한 소리 같겠지만, 일정을 생각하다보면 깊은 고민을 하지 못하고 시작해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시작하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계속 어딘가 맞지 않는 느낌이 들게 되고, 결과물에까지 반영된다. 그렇게 어설픈 무언가가 탄생해버린다.
특히 나와 같은 작은 브랜드의 1인 마케터라면 그 누구보다도 '왜'에 대해 확신이 있어야하고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브랜드의 새로운 무언가를 알리는데 팝업이 가장 적절한가? 기존 브랜드 고객이 아닌 팝업에 올만한 소위 MZ고객의 유입이 필요한가? 반대로 기존 고객을 온라인 서비스로만 만났기에 오프라인에서도 경험을 확장시켜 고객의 애정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싶은가? 브랜드의 성격, 올해의 목표,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리고 또 중요한 요소 하나. "고객이 팝업을 경험하고 나설때 무엇을 느끼면 좋을까? 우리 팝업을 보고 나서 어떤 행동을 하길 바라는가?"에 대해서 적어보면 좋겠다. 목적을 구체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팝업 안에 설치할 고객 CTA(콜투액션) 요소를 고민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팝업을 하기로 했다면, 여러 팝업을 경험해보는 것은 필수적이다. 나 역시 TF팀 팀원들과 수많은 팝업을 다녔다. 이를 통해 우리가 바라는 팝업의 모습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이건 좀 아닌데' 싶은 것들을 잘 기억해두는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고객으로써 불편했던 경험, 불필요하다고 느껴졌던 요소, 전달이 아쉬웠던 컨셉 등을 기록해두면 실제 팝업을 준비할때 더 나은 경험을 설계할 수 있다.
팝업에서 기억하는 좋은 요소들은 고객마다 너무나도 다르다.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 성향, 취향 등에 따라 어떤 고객은 굉장히 만족하는 반면, 어떤 고객은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쉬운점들은 대부분 비슷하게 경험하기 때문에, 이 공통적인 불편 요소들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것이 더 나은 팝업을 만든다.
팝업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는 '컨셉'이다. 이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에 대한 결정이 필요한 단계다. 이 컨셉이 잘 정리되어야 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테마와 비주얼이 도출되며,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직관적으로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교집합을 찾는데에 집중했다. 우선 타겟 고객을 구체적으로 상상했다. 구체적으로 상상한다는건 그들의 인구통계학적 정보 이상으로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상상한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브랜드, 주말에 무엇을 하며 보낼지, 어떤 체험을 주로 좋아할지 등.
또한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 충성 고객들을 떠올리며 공통점이 있는지, 그들이 구체적으로 칭찬한 우리 브랜드의 특성은 무엇이었는지도 떠올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타겟 고객에게 우리 브랜드가 어떤 이야기를 해주어야 '이거다!'하고 기뻐할까? 그렇게 하나 둘씩 정리해보니 슬슬 교집합이 보이기 시작했고, 컨셉 메시지를 도출할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 팝업이라는 형식이 컨셉과 맞지 않는것 같아서 '전시'라는 표현을 선택했다. 뜯어보면 여느 팝업과 유사할 수도 있는 구성이지만, 사람들이 '팝업'이라고 떠올렸을 때와 '전시'를 떠올렸을때 기대하는 바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고려했을때, 고객이 '전시'를 떠올리며 방문하는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해 의도적으로 변경하게 됐다.
사실 여기까지만 하면 팝업의 뼈대는 거의 다 잡았다 해도 무방하다. 이제부터는 제작과 실행의 단계로 넘어간다. 여기부터는 브랜드의 환경에 따라 적절한 파트너를 찾아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선 과정들이 다 명료하게 잘 정리되었다면, 초기 협업 과정에서 파트너도 우리가 원하는 팝업의 상을 이해하고 구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팝업을 직접 해보며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건 정말 어렵구나'였다. 사람들의 지갑에서 돈을 쓰게 하는것도 어렵지만 시간을 쓰고 움직이게 하는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은 진짜 중요한 것이 아니면, 진짜 좋아하지 않으면 시간을 쓰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다. 이는 팝업을 준비하면서도 느꼈다. 왜냐하면 정작 나부터 잘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팝업이라는 유형의 타겟이 아니라서 그런 걸지도..)
이 고민은 끝이 없다. 팝업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목표이기도 하니까. 실제 사람을 물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진하게 느꼈을 뿐이다. 그럼 대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건 무엇일까. 나는 이번 팝업을 운영하며 번거롭게도 찾아와주신 고객들을 보면서 조금은 알게 됐다. 그들에게 진심으로 말을 건네면 된다. 그럼 그들은 듣고 답한다. 결국 이것이 내가 '브랜드' 마케팅을 하는 이유이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