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티처 양현경
(양짱의 두 얼굴)
나는 락킹 댄서다. 하루에 2~3시간을 연습실에서 보낸다. 가끔 배틀장에 나타날 때도 있고 주말에는 크루 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장학사다. 인사와 학교체육 업무를 하고 있다. 중부 관내 인사업무와 학교체육 행정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위의 두 사람은 같은 사람이다.
나는 ‘양짱’이라는 댄서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다. (직업과 관련이 있지만 아무도 모른다.) 내 연습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새벽에 출근하고 하루에 적어도 2시간을 연습한다. 운전하면서도 lock을 잡고 화장실 가면서 wrist roll을 돌린다.
꼭 춤을 잘 춰야만 댄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고 해야 될 것도 많지만 춤을 즐기는 나는 락킹 댄서 양짱이다.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역시 인생은 알 수가 없다.
박남정, 김완선, 소방차를 보면서 자랐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에 열광하였으며 듀스를 동경했고 H.O.T.의 열성 팬으로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춤을 추지 못했던 나는 철저한 ‘관전자’였다.
(장학사 발령 전, 체육교사 양현경의 마지막 날)
학창 시절에는 대학을 가야 했고 대학에서는 임용고시를 봐야 했고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교육청으로 들어온 숨 가쁜 삶을 살던 중 갑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그제서야 앞만 보고 살아왔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내일 당장 죽는다면 무엇을 가장 후회할까?’를 생각해보았다. 바로 춤이었다. 전혀 내가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적이 없고 그래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춤. 어떤 춤을 추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더 늦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춤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뭐부터 하지?’
마음은 먹었는데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춤을 멋지게 추고 싶다’라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지 내가 무슨 춤을 추고 싶은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많은 고민 끝에 당시 유행하고 있던 새삥 챌린지에 도전해보기로 하였다.
현재 그 영상은 ‘이불 킥 백만 번’이 가능할 정도로 오글거려서 눈에 담고 싶지 않지만 1분 남짓 되는 그 안무를 완성하기 위해 투자한 시간이 무려 3개월이었다.
어느 정도 춤에 대해 알기 시작했을 때 춤추는 장학사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던 전해림 선생님과 같이 춤을 배워보자라는 취지로 함께 춤을 배웠고, 우리가 이렇게 즐거운데 이 재밌는 걸 아이들을 가르쳐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것이 스트릿 댄스 직무연수의 시작이다.
하지만 이 역시 내가 춤을 처음 배웠을 때랑 똑같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스트릿 댄스는 너무 다양한데 뭘 가르쳐야 할까?가장 먼저 든 생각은 ‘방송댄스를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였다. 수업시간 중 일부 차용할 수는 있겠지만 단순히 남의 안무를 완벽하게 따라하는 것이 스트릿 댄스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 고민은 내가 춤을 배워나가면서 들었던 가장 큰 의문 중 하나이기도 했다. 우리가 주로 매체에서 접하는 춤은 완벽하게 완성된 안무이다. 새삥 이후 여러 안무가들의 안무를 배우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재미가 없었다. 춤을 배우기 시작한 지 6개월 정도 되었을 무렵이다.
주변에 춤을 추는 사람이 많지도 않았고 처음 춤을 시작했을 때처럼 맨땅에 헤딩으로 내가 어떤 춤을 추고 싶은지 고민하면서 춤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스트릿 장르를 검색해보고 유명한 댄서의 인스타와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궁금한 점이 있을 때는 다양한 댄서들의 수업을 신청하여 수강하였다.
그러던 중 스트릿 댄스의 가장 기본이 되는 리듬에 대한 수업을 수강하게 되었는데 그 날은 내가 정의하고 있던 춤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된 중요한 날이었다.
내가 정의하고 있는 춤이란 ‘정해진 안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스트릿 댄스를 접하게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 방송에서 춤을 접하게 되는데 방송에서 보여지는 것이 그러하기 때문에 나 역시도 춤이란 정해진 안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날에 내가 알게 된 것은 ‘무엇이든 춤이 될 수 있다’였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스트릿 댄스의 장르와 정의는 굉장히 다양하다. 내가 정의하는 스트릿 댄스는 ‘어떤 움직임도 춤이 될 수 있다’이고 그렇기 때문에 같은 음악이라도 사람에 따라 스타일이 다를 수 있으며 어떤 움직임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춤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고 나니 내가 어떤 춤을 추고 싶은지 명확해졌고 학생들을 가르칠 때 어떤 것을 가르쳐야 하는지 정리가 되었다. 스트릿 댄스를 통해서 내가 전달하고 싶은 것은 ‘자유’였다.
음악에 따라 내가 하고 싶은 움직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것.
나와 타인의 움직임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춤이 삶을 살아가는 데 기쁨이 될 수 있는 것.
이 철학을 바탕으로 전해림, 김유진 선생님과 함께 교육과정을 구성하였고 원더티처에서 두 차례 실시했던 자율연수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계속 수정하고 내용을 보강한 후 드디어 서울특별시 중부교육지원청이 주관하는 ‘스트릿 댄스 직무연수’가 탄생하였다.
직무연수에 참가한 선생님들은 맨 처음 내가 춤을 두려워했던 것처럼 춤을 두려워했다.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면 거울을 부숴버리고 싶다는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촬영한 영상을 돌려보다가 지워버리는 일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움직임은 존중받아야 한다.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하는 것은 나 스스로 나의 움직임을 존중하는 것이었다. 15시간짜리 직무연수에서 스트릿 댄스의 모든 장르를 완벽하게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스트릿 댄스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해야 하는지 교사가 알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직무연수 과정의 핵심이었다.
직무연수를 진행하면서 또 알게 되었던 점은 내가 춤을 잘 추기 위해 배우는 것과 학생을 가르치기 위한 내용은 다르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직무연수에서 전문 강사가 어려운 동작을 가르쳐주는 것보다는 오히려 교사가 실제로 수업한 사례를 바탕으로 스트릿 댄스의 동작들을 구성하여 연수를 진행하였을 때 더 알찬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가능했다.
2024. 7월 현재 두 번째 직무연수가 진행되고 있다. 나도 직접 참여하여 해보기도 하고 김유진, 전해림 두 분 선생님과 직접 동작을 해보고 촬영해가면서 더 나은 연수 과정을 고민하고 있다.
비록 15시간짜리 직무연수지만 참여하는 선생님들이 ‘일상생활에서 하는 모든 동작이 춤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춤은 누구나 출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가꿔나갈 수 있으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선생님의 삶을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이만 연습을 하러 가야겠다. 배틀이 2주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