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요? 제가 노는 사람처럼 보이시나요?

원더티처

by 원더티처

고등학교의 2학기가 시작되었다. 1학기부터 이어오던 배드민턴 수업이 2학기가 되어 꽃을 피웠고 배드민턴 개인 리그전을 진행하였다. 경기 규칙, 서비스의 중요성, 홈 포지션과 6방향 스텝 등의 기본적인 내용들을 가르치고 리그전 운영 방법에 대해 교육시킨 후 자신의 수준을 선택하게 하여 A~D조로 나누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규칙을 익혀 심판을 보고, 기록지를 작성하며 라운드 종료 후 등위까지 결정하고 결과지를 내게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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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터지기 전만 해도 중학교에서 기본기와 스포츠의 즐거움을 배워온 탓에 학생들의 배드민턴 경기 기량 향상에 초점을 두었었다. 코로나 이후 세대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 및 거리두기로 인해 중학교에서 체육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관계로 스포츠 자체의 즐거움을 잘 모르는 학생들이 태반이기에 스포츠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 게임에 좀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


배드민턴을 처음 가르치면서 서비스 방법을 개별적으로 피드백하고 레슨해주었고, 에어로빅 강사처럼 학생들에게 스텝을 지속적으로 반복시키며 꾸준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있다. 세상은 학생들에게 우열반을 나누는 것이 비교육적이라고 외치지만, 실제 내가 지켜본 학생들은 수준에 맞는 학생들끼리 즐겨야 즐거워했다. 그리고 나 역시도 나보다 너무 잘하거나, 너무 못하는 사람과 하는 운동은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실제 배드민턴 아마추어 대회처럼 급수를 나누어 A~D조로 구성했고 총 7라운드를 계획했다.


마치 K-리그의 승강제처럼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조별로 승격과 강등을 반복하며 학생들의 경기 몰입도를 높였다. 실력을 높여 승격하는 여학생들이 늘어났고 아이들은 틈틈이 '재밌다'는 말을 자기들끼리 주고 받았으며, 오히려 D조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기도 했고(수준이 맞아서 랠리가 오래간다고 함) 남학생들은 A조의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렇듯 학생들의 만족도는 점차 올라가고 있다.


어딘가에서 읽었던 적이 있다.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2024학년도에 만난 이 학생들을 6개월 동안 가르치며 나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갔다. 이 시스템 속에서 학생들은 자기 주도를 배워나갔고, 나는 그런 학생들을 관찰하며 엑셀에 성적을 입력하고, 실시간으로 세부능력 특기사항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몇년 전부터 모든 기록은 구글 시트로 입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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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2학기부터 갑자기 교감 선생님의 교내 순회 지도가 잦아졌다. 휴대폰으로, 혹은 노트북으로 학생들의 기록을 남기는 나를 감시하듯 관찰하고는 체육관을 떠났다. 그 후 나에게 문자가 한 통 왔다.


"수업 시간에 개인 업무 하시면 안됩니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1학기 운동장 수업 때도 나는 구글 시트를 활용해 축구 수행 평가를 입력하느라 휴대폰을 만지곤 했다. 테블릿도 써봤지만 휴대성이 불편해 자꾸 안 챙겨가 버릇했기 때문이다. 그때도 분명 나를 의심했을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에듀 테크에 대한 이야기가 판을 치지만, 교육 현장은 휴대폰을 만지면 노는 교사다. 또한 노트북을 만지면 개인 업무를 하는 교사다. 학생 주도형 교육을 하라는 교육과정이 학교로 내려왔지만 학생 주도형 교육을 실시하면 교사는 노는 사람이 된다.


나는 잘못을 하면 인정이 빠른 사람이다. 나는 완벽한 사람도 아니고, 꽤나 잦은 실수에 머리 숙이는 일도 여러 번이었다. 그날 교감 선생님의 메세지는 그냥 읽고 답장하지 않은 채 무시해버렸다. 이후로도 체육관에 끊임없이 방문하며 나의 수업 상황을 확인한다. 교사 장학이 관리자의 업무라지만, 1시간의 수업에서 단 2~3분을 관찰하고 판단하는 것이 장학인가?


이제는 7라운드의 단식 리그전이 끝나고 팀을 구성하여 복식 리그전을 진행하고 있다. 상위 1~4위, 혹은 상위 1~5위 학생들을 뽑아 블라인드로 팀을 구성하게 했으며 팀원 발표 후 학생들이 둥그렇게 모여 팀명을 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순간에도 교감 선생님은 체육관에 방문했었다. 학생들이 둥그렇게 모여 활동하는 모습을 보더니 3초 만에 나가버렸다.


오, 이건 그가 보기에 교육적인 행태였나보다. 그럼 그가 언제 방문할 지 모르니 1시간 내내 학생들을 둥그렇게 앉혀 놓고 활동하지 못하게 하면 이것은 교육일까? 수업만큼은 대충하는 법이 없다고 자신하는 내가 이러한 취급을 받으니 오만가지의 반항심이 솟구쳐오른다.


복식 리그전이 시작된 후로 나는 복식 로테이션과 공격 및 수비 전술에 대해 가르쳤고, 서비스 사인법에 대해 알려주었으며 다시금 풋워크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 대진표를 작성하고 통보한 후, 각 팀의 주장들에게 오더지를 받고, 각 경기의 선수를 호명하며, 기록지를 수합하여 엑셀에 다시 입력하고, 각 라운드가 끝난 후 라운드별 순위를 발표한다. 라운드가 끝난 후 전체에게 피드백을 제공하기도 한다.


(본부 역할까지 학생에게 부여하고 싶었지만 아직 거기까진... 신체 움직임이 어려워 경기에 참여하기 어려운 학생이 있다면 부여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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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기 주도성을 기르고, 아마추어 대회의 운영 방식을 어렴풋이 익히고 있다. 주장과 팀원들이 모여 매 경기 오더지를 작성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면서 의사소통능력을 높이고, 단식에서 자기 혼자만 경기를 오롯이 책임졌다면 이제는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며 배려하는 면모도 배워간다. 팀 내의 소속감을 느끼며 승리를 온전히 기뻐하고, 패배의 원인과 문제점을 분석하며 정말 팀다운 팀의 모습을 갖춰나가고 있다.

학교스포츠클럽을 잘 경험하기 힘들었던 코로나 세대들이 이야기한다.


"야 이거 우리 반대항으로 해도 재밌겠다~~"


내 자랑을 하는 건 아니지만 난 스포츠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아이들을 매년 길러내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오직 그만을 위한 쇼로,
학생들을 관찰하는 내용을 굳이 서서 돌아다니며
종이에 적고 노트북에 옮기며,
나이스로 다시 옮겨 적는 행위를 해야 하는가?


나는 더 이상 노트북을 체육관에 잘 가져가지 않는다.

더 이상 학생들의 리그전 기록을

수업 시간에 입력하지 않는다.

다만, 리그전을 진행하는 아이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가끔씩 피드백을 줄 뿐이다.


그러던 찰나에 또 교감 선생님이 체육관에 방문했다. 아직 개인 단식 리그전이 끝나지 않은 학급이었다. 나는 가만히 아이들을 바라보고 앉아있을 뿐이었다. 5초간 쳐다보더니 그냥 나가셨다. 나는 이제 그의 얼굴만 봐도 숨이 턱턱 막힌다.

내 수업을 감시 받는 기분.

나는 분명 떳떳한 교육활동을 하고 있는데
어딘가 모르게 잘못하고 있는 기분.


내가 발령받던 해, 여러 교사들이 나에게 했던 말들이 있었다.


"너도 시간 지나면 (부정적으로) 변할거야~"


나는 항상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올해만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신념을 잘못 가진 관리자보다 무관심한 관리자가 낫다더니...
그걸 내가 몸소 겪고 있을 줄이야...
처음으로 더럽고 치사해서 일을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는 참 안에서도 밖에서도 공격 받기 쉬운,
취약한 위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한 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좋은 수업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거대한 신념이 있어서도,
세상을 바꾸겠다는 큰 뜻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냥 나를 만나고 지나가는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졸업했으면 하는 마음.
그거 하나로 나는 분노를 참고 다시 수업을 준비한다.


애들 앞에서 쪽팔린 교사가 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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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우리 학교는 1학기에는 교장 선생님이 순회 지도를 했으며 수업 중 교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자는 학생들의 등을 때리며 깨우고, 훈화를 하는 학교다. 우리 학교 교사의 수업권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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