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영동중 체육교사 성민경
17년 동안 한국무용을 전공한 저는 어느 날 무대 대신 체육관을 선택했습니다. 체육교사가 되기까지의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지만 마음을 다잡고 한 걸음씩 내딛다 보니 어느새 교단에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직 생활 초반 4년은 쉽지 않았습니다. 전문적으로 자신 있게 가르칠 수 있는 종목이 없었거든요. 학생들 앞에서는 그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마치 잘 아는 듯 능숙하게 포장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은 어떤 종목을 제일 잘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웃으며 “수영, 골프, 테니스”라고 답했죠.
학생들이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종목들이었으니,
그 순간만큼은 제 비밀이 안전했습니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경력이 쌓이면서
중요한 깨달음 하나를 얻었습니다.
‘교사라고 해서 모든 스포츠를 잘할 필요는 없다.’
누구에게나 잘하는 종목이 있듯
상대적으로 자신 없는 종목이 있는 법이니까요.
8년 차에 접어들면서 제 교육 철학은 한층 단단해졌습니다. 그 속에서 저만의 교육 방법과 가치관이 자리 잡았고, 비로소 제 전공인 한국무용이 수업 속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표현 활동 수업을 다채롭게 구성해 학생들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학교에서 치어리딩, 창작 체조, 음악 줄넘기 같은 활동을 중심으로 수업을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바로 ‘봉산탈춤’입니다.
봉산탈춤은 학생들에게 특별한 매력을 지닌 주제입니다. 우리나라 무형문화재 제17호를 직접 배우고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전통의 움직임을 익히는 과정에서 창작의 즐거움까지 맛볼 수 있으니 교육적 가치 또한 큽니다. 무엇보다 교사의 입장에서 다양한 교과 융합 수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없이 매력적입니다.
이 수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저는 수원 중등교사 디지털 체육 직무연수를 진행했고, 제8회 대한민국 학교체육 축전에서도 연수를 이어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봉산탈춤’이 단순한 체육 수업의 한 갈래가 아니라,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열어주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저의 바람은 단순합니다. 학교 체육 수업에서 ‘봉산탈춤’을 비롯한 전통 표현 활동이 더 많이 시도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체육교사들이 표현 활동을 낯설고 어려운 영역으로만 여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몸으로 전통을 배우고 그 안에서 창작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평생 잊히지 않을 선물이 될 테니까요.
표현 활동을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구체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체육교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제 전공이 학생들에게 새로운 배움과 경험의 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아이들이 무용을 통해 몸과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마음속으로 되뇝니다.
“아, 내가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았구나.”
가르침은 결국 내가 잘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전하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으면 교사도 학생도 더 자유로워집니다. 저는 한국무용이라는 저만의 색으로 체육 수업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작은 시도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의 눈빛 속에서 저는 세상을 바꾸는 힘을 봅니다.
우리 각자가 가진 ‘무대’는 다를지라도
그 안에서 진심을 다해 춤춘다면
그 발걸음이 누군가의 인생 속에 오래 남는 울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