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원곡중 체육교사 정은영
엊그제였던 것 같은 합격발표, 어느새 4년 차 교사.
신규 교사로 발령 받아 첫 출근을 하며 긴장으로 얼어붙었던 그날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느덧 1정 연수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4년 차 교사가 되었다. 이번 여름방학은 고려대학교에서 연수를 받으며 보낼 예정이다. 시간은 정말 믿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흘러간다. 10대보다 20대, 20대보다 30대의 시간이 훨씬 빠르게 흘러간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누군가 말하길 10대의 인생은 1/10이고, 30대의 인생은 1/30라서 1의 비중이 훨씬 더 작게 느껴지고 빠르게 체감되는 거라는 말이 와닿았다. 더불어 늙는 게 두렵다고 했던 나의 말에 '늙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는 조언이 떠올랐다.
모방에서 도전으로, 혼란에서 체계로
신규 교사 시절엔 따라 하기 급급했다. 연수에서 배웠던 수업을 그대로 흉내 내며 '이게 맞는 건가…'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하고 '왜 나는 계획대로 안 되지?'라고 고민하며 하루살이처럼 하루하루 수업을 채워갔다. 그저 모방뿐인 수업이었다. 피드백 또한 구체적 조언보다는 칭찬 가득한 격려가 쏟아지는 긍정적 분위기의 수업뿐이었다. 나도 그 이상을 요구할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요즘은 나도, 내 수업도 달라짐을 느낀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곧바로 시도해 보고, 실패의 맛을 보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간다. 학교 스포츠 클럽 대회도 예전처럼 ‘급하게 나가기’보다 시즌 전부터 목표를 세우고 전략을 세우는 진짜 교육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침·점심·방과 후… 내 시간과 열정이 들어간 만큼 아이들의 웃음과 성장으로 돌아오는 이 짜릿한 경험은 감히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후배가 생겼다. 모범을 보여야 하는 선배 교사의 역할이 생긴 것이다.
신규 시절, 선배 교사들의 수업을 보며 ‘오, 저건 배워야겠다.’, ‘이건 나와 안 맞겠어.’라며 속으로 되뇌었다면 이제는 그런 나에게도 후배 교사가 생겼다. 그들이 던지는 질문 하나하나에 뭔가 도움이 되는 선배이고 싶어 검색하고, 고민하고, 조언하며 또 한 번 성장하고 있다. 업무분장을 받고는 ‘왜 나지?’라고 투덜거리며 불평하던 나에게 ‘그럴 수 있지. 어쩔 수 없었겠지.’ 하며 넘길 줄 아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얼마 전 어떤 선생님이 내게 물었다.
“ 학교에서 어떤 선생님이세요?”
아무 대답도 못 하는 나를 대신해
옆에 있던 동료 교사가 말했다.
“외유내강 열정 가득한 체육 교사에요.”
사실 이런 질문은 많이 받았지만, 매번 답을 하기 어려워 한 번도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는 답할 수 있다.
“저는 그냥 체육교사입니다.”
“넌 왜 그렇게 진심이야?” “어떻게 그렇게 늘 에너지가 넘쳐?”라고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실 이유는 많다. 아이들이 웃어서, 내가 좋아서, 체육이 좋아서 ··· 하지만 그 모든 이유를 설명하는 대신, 나는 이렇게 말한다.
“그냥요.”
“그냥 체육교사입니다. ”
적성이 너무 잘 맞아, 그 자체가 만족인 사람. 무언가 엄청나고 대단한 사명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서, 그냥 진심으로 하는 사람. 사실 나는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체육교사” 가 좋다. 내게 간절히 바라는 목표가 있고, 계획이 있었다면 그 과정에서 기대도 하고, 실망도 하면서 어쩌면 지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뭔가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그냥 좋아서 일을 하고, 그 안에서 내 진심이 전해지고 통할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요즘이다. 곧 다가올 1정 연수는 단지 자격이 아니라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그냥 체육교사’로서 살아가는 시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나는 오늘도 운동장에서, 체육관에서,
아이들과 뛰며, 웃으며, 배우며
그냥,
나답게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어떤 특별한 이유와 목적이 아니라
“그냥”이라는 이유로
이 일을 오래 하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