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없이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원더티처 서은정

by 원더티처

수천 년 전에도 사람들은 진정한 행복에 대해 고민하였다. 그리스의 에피쿠로스 학파는 쾌락 추구와 진리의 추구를 동일선에 두었는데 아마 그건 그리스가 민주주의 사회의 근원이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한다. 쾌락을 결정하는 요인에 대한 고민은 결국 민주주의가 발달한 사회의 근원적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사회에서 결정할 권리가 다수의 시민에게 있다면 시민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제 사람들은 수십 억 예산의 사용처를 결정할 수 있고 일 년에 500조가 넘는 세수의 사용처를 결정할 지도자를 뽑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 사람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쾌락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자본과 자원, 내 삶의 시간과 에너지를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에 쏟아야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테니까.

무엇이 내게 쾌락을 주는가? 그것은 제법 단순하다. 나는 편안한 내 집에 누워있고 싶고, 매끈하고 작은 휴대 기기가 인터넷에 접속해서 제공하는 정보를 끊임없이 훑어보고 싶고, 그 안에서 나와 친한 사람들과 편안하게 소통하고 싶다. 채팅을 수십 개쯤 날리면 나는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를 돈독히 다진 듯하고, 인터넷의 짧은 뉴스거리를 잔뜩 읽고 나면 마치 독서를 한 듯한 피로한 느낌이 들며,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주변을 채우면 덜 지루한 듯하다. 친숙한 이 현상을 인터넷에서는 도파민 중독이라고 부른다.

운동도 사실 도파민 분출에 영향을 준다. 왜 아니겠는가?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는 대표적으로 운동이 쾌락 중추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박진감 넘치는 운동 경기를 보며 손에 땀을 쥐고, 극적인 승리에 고함도 지르다 보면 올림픽과 월드컵이 왜 언어가 통하지 않는 전 세계인들의 축제가 될 수밖에 없는 지에 대한 이유를 실감한다. 문제는 내게 운동에 의한 쾌락 중추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절망적인 예감이다. 세상에는 분명히 구기 종목에 중독되지 않고, 월드컵에 열광하지 않고, 운동의 쾌락을 조금도 느끼지 못하는 가여운 유전자의 소유자가 있을 것이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짝을 찾기 힘든 문치주의 국가이다. 어려서부터 공부에 충분한 의지, 흥미, 성과를 보인다면 예체능에 대한 비루한 재능과 무관심은 그다지 내 삶에 불편함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깨닫게 된다. 운동은 내게 한 줌의 도파민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그렇기에 도파민의 원천이 아닌 운동을 나는 주로 진통제라고 부른다.

원더티처 농구팀에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촬영을 와서 운동을 한마디로 표현하라기에 순간 멍하니 대답을 못했는데 지금은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내게 운동은 진통제다. 농구를 하면 고통을 참는 기제가 발생하고 나는 내 삶에서 겪을 다양한 스트레스를 이겨낼 자신감이 생긴다. 너무나 가기 싫은 농구 수업을 위해 사람이 가득한 1호선 인천행을 타고 멀미를 일으키며 경인고 체육관에 도착하면 스스로가 대견하다.

“오늘도 이렇게 힘든 농구 수업을 듣다니!”

분명 나는 위대하다는 증거를 하나 더 적립한 것이다. 도파민이 목표를 이루고 보상으로 나오는 호르몬이라면 농구는 내게 전혀 도파민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보다 강한 진통 효과를 가진 엔도르핀이다. 엔도르핀은 주로 진통과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하여 분비된다. 내게 있어 농구는 고통을 감내하게 하고, 스스로의 부족함을 자책하게 하며, 팀원에게서 패스 받은 농구공을 쥔 순간 공포에 질리게 만든다. 그리고 그 공을 움켜쥐고 허리를 숙이고 스텝을 밟는 그 짧은 순간에 엔도르핀이 분비가 된다. 고통을 이겨내느라 수고했다고 나오는 보상 같다. 발을 누군가에 밟히고도 농구공 궤적을 보고 죽어라 달리는 순간에 숨이 끊어질 거 같은데, 쿼터 종료 벨 소리가 들리고 쉬는 시간 1분 만에 심장 소리가 다시 평온해지는 순간 나는 행복이 뭔지 알게 되고, 쾌락에 대한 진리를 설파하는 에피쿠로스 학파가 된 느낌이다.

내가 교사가 되었고 심지어 여성이며 우연히 원더티처에 들어온 덕분에 내게 믿기지 않는 행운과 기회가 찾아올 수 있었다. 그건 나와 비슷하게 몸이 무겁고 행동이 둔하며 운동 신경이 없고 심지어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는 여학생들에게 즐거운 체육 시간을 마련해주는 기회이다. 나는 체육 시간이 힘든 후배 교사에게 체육 수업 요령을 알려줄 수 있고 나와 비슷한 여학생들이 용기를 내도록 북돋을 수 있다. 어떤 쾌락주의자가 이보다 가치 있는 기회를 알려줄 수 있겠는가?

이토록 행복을 향해 디디는 걸음은 예측불허로 다가오는 법, 부디 운명적인 기회가 온 지금 이 순간 원더티처에 가입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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