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고망이를 등원시키고, 센터에서 운동하고 돌아오는 길에 커피 한잔 하며 멍 때리는 것이 루틴인데 시장이 가까운 곳에 이사를 하고 나니 집 앞 커피숍까지 오는 길이 '아주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무슨 말이냐면 먹을 거리가 너무 많다!
애써 운동하며 땀 빼고 몇그램이라도 가벼워진 기분으로 집으로 향한다. 건물 나오자마자 보이는 베스킨라빈스는 뭐 그렇다 치자. 길 건너로 보이는 건 한국 간식의 최고봉 떡볶이다. 분식의 근본은 떡튀순. 떡은 밀떡이랑 쌀떡 섞어서, 튀김은 오징어랑 고추, 단호박도 좋지. 순대는 내장섞어파.
그 옆엔 캘리포니아롤 집이 있다. 나참. 나는 개인적으로 아보카도, 오이, 맛살 등으로 싼 롤 위에 살짝 구운 연어를 올린 걸 좋아한다.
저기 닭강정 집도 있고. 그러고보니 최근에 간 스시집 요리 중에 삼치를 간장 닭강정처럼 튀긴 것이 있었는데 겉바속촉촉촉촉한 것이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삼치는 회로도 구이로도 맛있지, 암.
오~ 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이너 피스를 부르는 김. 바로 만두다. 만두는 내가 참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속이 허할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음식. 소가 빵빵이 차 있는 그 모습 자체로 이미 마음이 푸근해진다. 저 김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발길이 멈춘다. 김치보다는 고기가 좋지만 고기만 먹으면 아쉬워서 김치를 2:1 비율로 먹으려고 한팩 추가하고 새우만두도 꽤나 맛있으니 또 하나.
날씨 추워지니 잉어빵 개시하셨다! 3개에 2천원. 잉어빵은 받는 즉시로 먹어줘야 제맛. 꼬리부터 바삭 바삭 보들보들 달달... 3개 정도는 가는 길에 다 쫩쫩 가능.
이 횟집은 뭐지? 점심에 간장게장+버터밥을 판다네? 아직 점심 시간 전이라 오픈을 안 했네.
짬뽕밥이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을 지나면 옛날식으로 튀기는 통닭집과 배달 전문 마라탕집도 있다. 샌드위치, 토스트 가게도 손을 흔드네.
다양하기도 다양하다. 그러고 보면 폐업 백만 시대라는 이 불경기에 잘 버텨내고 있는 가게들이 꽤 많다. 역시 중요한 건 '단골'이라더니, 동네 손님들과 오랜 시간 유대를 쌓으며 맛을 잘 유지해온 덕분일 것이다. 트랜디의 대명사였지만 내리지 않는 고가 임대료로 '공실길'이 된 가로수길 같은 곳보다는 이런 단단하고 따땃하고 군침도는 작은 상권이 참 좋다 싶다.(젊은 시절 뻔질나게 가로수길 갔던 1인)
어느덧 고요한 커피숍에 도착한다. 걸어오는 길에 있는 커피숍이 자그만치 여섯 군데.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왠만하면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요즘 여기를 주로 찾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따뜻한 라떼 한잔을 주문하며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