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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펑예 May 14. 2024

슬기로운 초등 생활이란

많이 퇴고해야겠다

고망이는 어떤 사람이 될까.

자고 일어나면 또 성큼 달라져 있는 고망이를 보며 미래의 모습을 종종 그려본다. 숫자를 좋아하니 이과 쪽일까? 힘도 세고 버티기를 잘하니 주짓수 같은 격투기에 재능있는 거 아냐? 피아노 공연을 보더니 비슷하게 따라하던데, 혹시 피아니스트? 사회성이 약하니 회사원보다는 프리랜서가 낫겠지? 그리고 개인적으론 음악 관련 일을 하면서 나라를 넘나들며 자유로운 삶을 살았으면.. 이런 식으로 아주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러다 초등학교 학부모인 친구들과 만나면 내가 무슨 동화 속에 사는 사람 같이 느껴진다. 입시 경쟁의 그늘이 초등학교까지 내려와 있어서다.

미래에 관한 이야기라면 어떤 중학교에 진학할 것인가. 좋은 학군을 위해 이사를 할 것인가. 어떤 학원을 더 보낼 것인가 등 좀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세부 계획에 맞춰진 경우가 많. 고학년의 경우지만 적극적인 친구들은 남편의 직업을 십분 활용해 해외살이를 감행하거나(외국어 특기, 특례를 위한) 유치원 시절부터 계획(?)에 들어가 영어는 어느 정도 수준이 된다고 수학 학원만 세 군데를 보내는 전략을 펼치기다. 이렇게 입시 준비에 본격 뛰어들지 않더라도 장차 어떻게 공부시키고 대학에 보낼까 하는 고민 조금도 없이, 놀이터에서 실컷 뛰어놀고 너 하고 싶은 거 하며 살아라 할 수 없는 게 우리나라 초등 학부모의 현실인 듯하다.


나는 어떨까. 고망이의 초등 생활을 어떻게 준비할까.  일단 마음 가는 대로 얘기해보자면,


1. 태권도, 축구, 농구 등 몸을 쓰며 친구들과 자연히 친해지고 놀 수 있는 환경을 권하겠다.

2. 피아노나 기타 등 악기 배우기를 유도해 밴드나 오케스트라 활동을 권하겠다.

3. 같이 도서관 가는 취미(데이트)를 만들겠다.

4. 대화나 토론하는 활동을 권하겠다. 이것을 영어로도 할 수 있도록 독려하거나 교육 지원하겠다.

5. 절대 억지로 공부시키지 않겠다.


이 정도다. 사회성에 유난한 엄마라는 걸 감안해주시길 바란다.


문제는 5번이다. 억지로 공부시키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어? 하지만 막상 주변에서  다 그렇게 시키고 우리 애만 혼자 뒤쳐지는 것 같으면 조급해지고 생각이 달라지는 거지,라고 비판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소신대로 육아하는 것이 취학연령이 되면 더 어려워질 모양이다. 하지만 '덩달아' 공부시키고 대학 가려고 아등바등하는 건 참 바보 같아 보인다. 나도 막상 저 안에 있으면 어쩔 수 없네 하고 울면서 바보가 될까?


경쟁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거라고 못하겠다고 약한 소리 하지 말고 열심히 해서 이기면 된다고, 경쟁 교육을 정당화한다. 그래서 훌륭한 인재가 많다고 좋아할 것인가. 소아청소년 자살률이 그렇게 높은데? 금융상품처럼 "너한테 투자한 돈이 얼마냐"고 공공연히 얘기하는 것도 듣기 거북스럽고 학창시절을 전장터였다고 기억하는 비율이 비교불가 세계 1위라는 것도 너무 씁쓸하고 무섭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점점 우리나라 학교라는 곳이 정글 같고, 특히 사회성이 약한 우리 아이가 헤쳐나갈 만한 곳이 되는지 의문스럽다.


나만 해도 학창시절이 썩 즐겁지 않았다. 세부적으로야 좋은 기억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성적 때문에 주눅 들고 공부에 흥미를 잃고 즐기고 싶은 건 종종 뒤로 미뤄야 했다. 하란 대로 성실히 보냈지만 아무것도 남는 게 없는, 자기 의사도 제대로 없는 바보로 기억만 남아있다. 돌이켜보면 성인이 되고부터는 그것이 끔찍하게  후회스러워 그 모습을 극복하기 위해 고민하고 자책하고 울분에 들떴던 나날이 많았다. 


절대 억지로 공부 안 시킨다는 소신을 지켜내겠다고 장담은 못하겠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을 위해서는 힘 닿는 데까지 노력할 생각이다.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어리고 뭘 모르는 학생이 아니라 매사에 합리적인 소신이 있는, 그저 조금 나이가 적은 사람. 고망이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게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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