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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니무비 Aug 28. 2021

혼자 영화 보는 여자

01. 혼영의 맛


처음부터 혼자 영화 보는 것을 즐긴 것은 아니었다.


남 눈치보기에 바쁜 사회 속에서 자라온 나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혼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처음 혼자 영화를 보러 가던 날. 엄마는 나에게 친구가 없냐고 말씀하셨고 나는 졸지에 친구 없이 혼자 영화 보는 애로 자리 잡았다.


본격적으로 혼영을 하게 된 건 대학교 2학년 1학기, 심지어 혼자가 아닌 남자 친구가 있을 때였다.


둘 다 학생 신분으로 하는 연애는 늘 가난했다. 영화를 너무 좋아했던 나는 매번 새로운 영화가 나오면 보러 가고 싶었지만, 남자 친구는 돈이 없다며 미루곤 했다. 그렇게 상영이 끝나 영화관에서 내려간 영화만 해도 수두룩.


돈이 없는 남자 친구 대신에 매번 영화표를 두 장 결재해 영화를 보는 것도 점점 쌓이니 어느 순간 만만치 않은 금액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치사한 생각을 하고 만다.


‘나 혼자 보면 두 편을 볼 수 있는 돈인데 내가 매번 표를 사니까 하나는 포기해야 하잖아…’


그 어린 마음에 나는 남자 친구에게 처음으로 비밀을 만들고 만다. 바로 혼자 영화를 보기로 한 것.


혼자 들어간 영화관은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자 더 이상 혼자가 아닌 영화와 나의 공간이 되었다. 영화가 재미없어도 눈치 볼 사람도 없었고, 영화를 보면서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오롯이 나만의 영화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날 혼영의 맛을 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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