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꼬기 Jun 14. 2020

200614 에어컨 청소

이 집으로 이사온지 3년 됐다. 가전제품 중 내 것은 없다. 무심했지.

오늘은 동료와 함께 에어컨 청소를 했다. 필터인 것 같은 아이를 꺼내서 닦아주고, 곰팡이 난 부분을 닦고 건조시키는 일을 함께했다. 동료는 2년 전 처음 우리집에 와보고 처음이라고 했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요즘엔 일을 많이 하고, 술을 많이 마셨다. 

잊고 싶은데 잊혀지지 않는 말들이 나를 감싼다. 나도 모르게 우두두 눈물이 떨어진다. 내가 슬퍼한다고, 또 기뻐한다고, 아니 무슨 감정을 가진다고 한들 달라질 건 없다. 


사람이 떠났다는 사실보다 패배감이 날 더 괴롭게 한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그것은 옳은 감정이 아니라고 스스로 달랜다. 그 사람은 삶에 온적도 떠난적도 없이 그냥 타인일 뿐이다. 패배감은 그가 만든 것이라기보다 내가 만든 것이다. 그렇다 해도 슬픈 건 어쩔 수 없다. 


하나의 존재가 삶에 스르르 빠져나갈 때마다 무서움과 두려움에 밤새 TV를 켜고 잤다. 요 근래 그렇게 살고 있다. 언젠가 그칠 행동이라 생각하지만 당분간은 그럴 것 같다. 사실은 많이 무섭고 두렵다. 





매거진의 이전글 200611 화를 내고 싶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