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MBTI 검사를 10번 넘게 해도, J만큼은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뼛속까지 J인 인간이다.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하고, 계획대로 했을 때 안정감과 성취감을 느끼고, 계획이 무너졌을 때 기분이 상한다.
그놈의 J력은 버려지지도 않는다. 심지어 주말까지도 분단위로 계획을 세워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냥 이게 나란 인간이다.
그런데 1년 반 가까이, 인생은 내 뜻대로 되지 않음을 미친 듯이 정말 뼈저리게 느끼며,, J력을 많이 버리게 된 것 같다.
여전히 내 안에 J는 잠재해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자유로운 영혼 그 자체이다.
머리를 하려면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검색하고, 여러 장의 사진을 수집하고 미용실을 방문했던 나이지만, (근데 이건 꼭 J가 아니더라도 여자들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어제 퇴근길에 너무 덥다는 이유로 원하는 스타일도 검색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미용실에 방문하여, 심지어 열심히 기르던 머리를 싹둑 잘라버렸다.
오늘은 퇴근 후에 집에 갈 계획이었지만, (무려 16살이나 어린 동생이) 갑자기 재즈 공연 보러 가자고 연락이 와서 흔쾌히 오케이 했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단둘이 만난 적도 없던 사이였지만 그냥 용기를 내봤다.
되게 별 것 아닌 일들일수 있지만, 극 J에게는 제법 이례적인 일이다.
갑자기 자른 머리는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고, 갑자기 본 공연도 생각보다 즐거웠다.
재즈 연주와 칵테일, 피자, 그리고 공연 후 젤라또까지,, 계획에 없던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다.
계획대로 사는 것도 물론 좋지만, 유연함은 다양한 경험과 예상치 못한 만족, 즐거움을 줄 수도 있는 것 같다.